한국일보

“기타 잡으면 나도 록스타”

2004-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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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블러버드 위스키클럽
세션 앞둔 ‘뮤지션 꿈나무’

피터 윤 군


피터 윤(14, 베벌리 하이 9학년)군은 이제 막 틴에이저에 들어선 꿈나무지만 음악에의 열정에 있어서만은 아름드리 거목에 못지않은 진지함을 갖고 있다. 그가 학교 친구들과 결성한‘The Azenues’라는 3인조 그룹은 오는 2월22일 그 유명한 선셋 블러버드의 위스키 클럽(Whisky Club)에서 30분간의 세션을 갖게 된다.



피터 군이 평소 즐겨 듣고 연주하는 곡들을 알게 되면 “세상에”하고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그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전성기를 누렸던 이글즈의 호텔 캘리포니아, 에릭 클랩튼의 티어즈 인 해븐, 스콜피언즈의 헐러데이와 같은 노래들을 어디서 듣고 배웠는지 가슴에 팍팍 박히는 리드 기타의 선율을 그는 마치 록 스타처럼 재현해 낸다. 그밖에도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의 클래식 락을 좋아한다고 하니 음악적 취향에 있어서만은 그의 부모님들과 거의 동창생 격.
그가 기타를 처음 연주하게 된 건 약 2년 전부터였다. 6세 때부터 엄마가 시켜 아무 생각 없이 배워온 첼로 레슨에 차츰 흥미를 잃어간 것이다. 아마도 뮤직 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일 거다. 앵앵거리는 기타 소리와 이를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그의 눈에 하느님처럼 존경스러워 보인 것이.
부모님께서 주신 용돈을 아끼고 아껴 2년 전 초보자용 기타를 100달러에 구입한 이후 1년 전에는 친구가 쓰던 아쿠스틱 기타를 사들였다. 기타에 관한 한 아무런 레슨도 받지 않고 혼자 독학을 했지만 어릴 때부터 첼로를 배워왔던 터라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8학년 때는 그와 친구들이 결성된 밴드가 학교 강당 졸업식 무대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자기 나이 또래의 친구들도 기타를 멋있게 치는 그의 모습에 눈을 반짝였지만 정작 더욱 인기를 끈 것은 학부모들 사이에서였다. 서태지 마냥 랩이나 부를 줄 알았는데 강렬한 기타 연주에 이어 “On a dark desert highway, cool wind in my hair...” 하며 그들이 젊었던 시절 열광하던 노래가 나왔으니 그 반응이 어떠했을까 쉽게 상상이 간다.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부분에 이르러서는 학부모들이 마치 락 콘서트에 온 것처럼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을 만큼 인기 짱이었다고. 여학생들 역시 다른 남학생들에게 하는 것과는 다른 친절로 그들 밴드 멤버를 대한다.
그는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숙제를 마치고 난 뒤 매일 1-2시간 정도 꾸준히 기타를 연습한다. 주말이면 다른 밴드 멤버와 함께 드러머의 집 그라지에서 4-6시간 씩 화음을 맞춘다.
그 동안 자신들이 노랫말과 멜로디를 쓴 노래도 제법 쌓이고 나니 세상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난 해 위스키 클럽의 매니저에게 데모 테이프를 건네주면서 많은 기대를 했던 건 아니다. 마치 로토 구입한 후 번호 맞춰보기도 잊어버린 것처럼 데모 테이프 건네 준 사실도 잊혀질 무렵, 클럽에서 연락이 왔다. 2004년 2월 22일 오후 8시에 세션이 마련되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이 다음에 직업적인 음악인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 아직 뭐가 되고 싶은지는 모르겠단다. 하지만 그는 음악을 연주할 때, 그리고 콘서트에서 음악을 듣는 순간이 마냥 행복한 진정한 뮤지션이다.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그가 다른 음악인들과 어깨를 겨누며 진지한 음악 활동을 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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