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 대신 코로 키보드 연주 불굴의 신념 복음전해”

2004-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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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장애인 엄일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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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로 걷지도 못하고 손으로 밥 한 술 뜨지 못하는 장애인이 역경을 딛고 손가락이 아닌 코로 키보드를 연주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어 화제다. 대전대흥침례교회 집사 엄일섭(41)씨.
손가락도 발가락도 아닌 코로 키보드를 연주한다고 해 한국에서 화제의 대상이 됐던 그가 남가주밀알선교단(담당 이영선)의 초청으로 미국에 와 순회공연과 간증집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63년 춘천의 가난한 가정에서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엄씨는 뇌성마비 장애자로 27세가 될 때까지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고 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숱하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89년 부산 밀알선교단을 통해 복음을 접한 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가 키보드 연주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지난 91년의 일. 30여 년간 자신의 손발이 됐던 어머니가 쇠약해져 대전의 한 장애인 공동체에 들어간 그는 한 선교단체가 기증한 키보드를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검은건반을 누르기가 힘들어 흰건반만을 가지고 연주를 시작했다. 손가락이 아닌 코로 연주를 하다보니 얼굴에 땀도 많이 나고 때로는 허물도 벗겨지고 코피도 쏟아져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며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피나는 연습을 거듭, 지금은 100여 곡의 성가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엄씨는 전국 각지의 양로원과 고아원 등을 돌며 간증집회와 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다.
장애에 늦은 나이까지 겹쳐 공부할 생각이 쉽사리 서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지난 2001년 6월부터 야학에서 배움을 시작, 중학교 입학자격에서부터 대입 검정고시까지 통과해 대학 캠퍼스를 누비고 다닐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6년 전에는 부인 이현숙씨를 만나 행복한 가정도 이뤘다. 이제는 부부가 함께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그의 꿈은 앞으로 대학에서 상담학을 전공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조언자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한편 엄씨는 다음달 중순까지 남가주 일대를 돌며 간증을 곁들인 키보드 연주회를 갖는다. 공연 일정은 다음과 같다.
주님의빛교회(9일 오후8시), 은광감리교회(11일 오전11시30분), 충현선교교회(14일 오후7시), LA희망의교회(18일 오전11시), 밀알장학기금 수여식(26일 오후7시), 나성순복음교회(28일 오후7시), 선한청지기교회(30일), 남가주동신교회(2월1일 오후2시), OC제일장로교회(2월4일 오후7시), 로스엔젤스한인침례교회(2월6일 오후7시), 한미장로교회(2월8일 오후1시), 선한목자장로교회(2월11일 오후7시), 남가주중앙교회(2월13일 오후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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