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된 상실

2004-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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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라는 여섯 살 짜리 귀여운 어린아이가 있었다. 수지가 가장 아끼는 재산 목록 1호는 진주 목걸이였다. 그 목걸이가 진짜 진주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았다. 수지는 어디를 가든지 그 목걸이를 했고 집에 돌아오면 예쁜 액세서리 함에 잘 넣어 두었다.
수지는 아빠도 무척 사랑했다. 아빠는 사업으로 인해 며칠씩 집을 떠나 있곤 했다. 아빠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은 언제나 떠들썩했다. 어느 날 수지는 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와 함께 오후 내내 시간을 보냈다. 밤이 되자 아빠가 딸을 침대에 누이며 물었다.
“수지야, 아빠를 사랑하니?” “응. 아빠. 나는 세상에서 아빠를 제일 사랑해.”
“어떤 것보다?” “응. 어떤 것보다.” 잠시 말을 멈춘 아빠가 다시 물었다. “진주 목걸이보다도? 그러면 너의 진주 목걸이를 아빠한테 줄 수 있니?”
그러자 갑자기 고민이 가득한 눈빛으로 수지가 대답했다. “아빠, 그건 안 돼. 내가 그 목걸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래, 알았어.” 아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수지에게 잘 자라며 뽀뽀를 해 주었다. 아빠가 나간 후에 수지는 곰곰이 생각했다. 아침 내내, 그리고 그날 오후에도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날 밤이 되자, 수지는 진주 목걸이를 가지고 아빠에게 갔다. 목걸이를 내밀며 수지가 말했다.
“아빠, 난 진주 목걸이보다 아빠를 더 사랑해. 자, 아빠가 가져요.” “정말이니? 아빠는 무척 기쁘구나.” 아빠는 기뻐하며 자신의 여행 가방을 가져왔다. “아빠가 네게 줄 선물이 있단다.” 아빠는 수지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상자를 열어 본 수지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 그 안에는 진짜 진주 목걸이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위의 글은 맥스 루케이도가 쓴 ‘아주 특별한 사랑’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수지의 진주 목걸이 이야기에 내 시선이 멈췄다. 마치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처럼 내 마음 깊이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주님은 내가 가장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가짜 진주 목걸이를 그분께 내어 드리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것 같았다. 주님은 이미 가짜가 아닌 진짜 진주 목걸이를 손에 들고 내 마음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셨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진주 목걸이를 주님께 드리는 것이야말로 ‘복된 상실’이 아닌가 싶다. 영원히 잃어버리고 손해보는 고통의 상실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한 복된 상실 말이다. 십자가의 삶을 사는 상실이 없다면 진정한 축복을 누릴 수 없음을 아시기에 오늘도 주님은 내게 물으신다.
‘복된 상실의 십자가의 길을 걸을 수 있겠느냐’라고.

이 지 영
(LA 지구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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