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건강한 시민사회를 꿈꾸며

2004-01-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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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중심축을 지닌 영역을 흔히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하나는 정부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을 움직이는 기업, 그리고 나머지는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사회라는 것입니다. 세 개의 영역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갈 때 건강한 국가, 건강한 기업, 건강한 시민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구성된 교회가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면 세 번째 영역에서의 역할일 것입니다. 한 사회의 건강성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의식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가주 이민사회를 구성하는 이민자들의 80% 이상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사회의 기독교인 비율이 25%라는 공식적인 통계와 비교할 때 이곳 미주한인사회는 기독교 사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주한인사회는 하나님의 공의가 편만하게 흐르는 정의로운 사회와는 거리가 좀 먼 것 같습니다. 한인간의 신뢰지수는 거의 바닥수준이고, 한인커뮤니티의 건강지수 역시 심각한 성인병의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한인사회 구성의 주축인 교회의 건강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매주 수많은 한인들이 교회를 찾고 예배를 드리지만 주중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는 영적 산제사로의 예배적 삶과는 유리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겁니다. 예배에는 열심을 보이면서도 일터인 가게와 기업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청지기적인 소명을 실천하는 일에는 소원하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시민사회를 이루는 그 중심에는 한인교회들이 있습니다. 건강한 교회 안에 건강한 성도들의 의식은 이민사회를 보다 견실하게 세워가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교회들이 나서서 이민사회의 문제점을 스스로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는 일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불의를 도모하는 이들을 꾸짖고, 이민사회에 왜곡된 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교회 안에 머물며 복을 빌고, 자기만의 안위를 구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버리고 사회의 공공선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교회가 심어주어야 합니다.
한인사회가 지나온 이민 역사의 100년을 자랑했습니다. 앞으로의 백년을 위해 이제는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건강한 시민사회를 이루는 계기를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 한인교회들이 나서서 건전한 시민사회 형성의 주체가 되어야합니다.

전 종 천
(LA기윤실 실행위원)


www.cemk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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