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4 교 계 인 사 신 년 사

2004-01-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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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을 꿈꾸며 정진하자”

김 광 진 목사
(LA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

장 폴(Jean Paul)은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이는 그것을 마구 넘겨버리지만, 현명한 인간은 열심히 읽는다. 그것은 단 한번밖에 읽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이 말을 인생의 일회성을 다시 통감하여 우매한 자의 삶을 청산하고 참다운 지혜자의 삶으로 열심히 정진하라는 새해의 권면으로 받고 싶다.
2004년의 시간들도 ‘하나님의 귀중한 선물’인데, 또 다시 어리석은 작태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아 깜짝 놀랄 새로운 전기로 삼을 것인가에 따라 올해가 인생의 큰 분기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해에 두 가지 소원이 있다. 하나는 바람직한 성숙한 꿈을 꾸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피나는 훈련을 하자는 것이다. 잠언 29장18절(No vision, No hope)이나 킹 목사의 연설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인생에게는 성숙한 꿈이 있어야 한다.
리차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은 언제 읽어보아도 신선한 충격이다. 조나단은 날기 좋아하는 갈매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멋지게 날기’를 꿈꾸는 갈매기이다. 다른 갈매기들은 단지 하루 먹는 문제를 더 중요시한 것에 비해, 그는 한 단계 높은 이상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다.
선창가 주위를 맴돌며 어부들이 먹다 버린 빵 조각에 우왕좌왕/이전투구/지리멸렬/아수라장의 삶을 청산하고 ‘멀리 빨리 날기를 연습하며 새로운 자유의 삶’을 구가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을 받았다. 예수님의 참 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자(disciple)라는 말과 훈련(discipline)이라는 말은 같은 어원이라는 데 훌륭한 제자가 되려 하기 전에 피를 토하는 엄청난 훈련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책을 다시 펴 본다. 조나단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배움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딘 제자 플레쳐가 뒤를 이어받아 사회에서 쫓겨난 갈매기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갈매기 이십 여 마리가 함께 난다. 그들과 함께 같은 푸른 하늘아래에서,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끝난다.
예수님과 같은 비전을 품고, 예수님과 함께 훈련하며, 예수님과 함께 멋있게 비상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한다. 성숙한 꿈과 훈련이 동반되는 2004년, 참으로 기분 좋은 출발이다.



“겸허한 자세로 삶터 가꾸길”

조 욱 종 신부
(백삼위 한인성당 주임)

한 해가 흐르면서 시간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들도 아주 많습니다. 매일 지구상에서 수십여 종의 동식물들이 멸종한다는 보고와 더불어 인간성을 간직해주는 보금자리들도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음을 보고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돌아갔다가는 다시 오지 않는 철새들도 생기지 않습니까. 이 모든 상실들은 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합니다.
인간 중심의 사고, 인본주의와 계몽주의로 시작한 인간 평등의 주장과 그 실현은 아주 많은 성과를 이루어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인간 중심의 사고는 이 세상의 공동 구성원인 다른 동식물들에게는 엄청난 불평등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인간 대 비인간의 대결구도는 부메랑처럼 그 재앙이 오히려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음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엔 인간의 욕심이 인간의 멸망을 재촉하고 있는 셈이지요.
새해에는 좀더 겸허하게 인간이 아닌 다른 동식물에게도 존중의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공동의 운명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결국은 인간을 돕는 상생의 길임을 알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세상 만물을 관리하는 청지기의 직분을 주셨지, 다른 동식물을 약탈하고 정복하라는 정복자의 특권을 주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좀더 겸허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때 우리의 삶의 터전인 이 지구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 뿐인 이 지구, 한 번 뿐인 이 세상을 함께 성장시키는 공동의 노력이 새해에는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한 마음을 가졌으면”

현 일 스님
(남가주 불교사원연합회장)

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남가주 한인 동포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들길 빕니다.
우리는 한해를 보내면서 못 다한 일들과 다 이루지 못한 소망들 때문에 아쉬움과 훌쩍 지나버린 1년의 세월을 아깝게 느끼며 지난 일들을 되새겨 보게됩니다. 만약 흘러보낸 세월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좀 더 보람되게 살았을 텐데 하고, 그렇지만 세월은 또 새해를 주지 않았습니까. 새해엔 좀 더 행복한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몇 년 전 사찰의 한 청년 불자의 결혼식에 주례를 선 일이 있어 새해가 되면 부인과 함께 새해 인사를 오곤 합니다.
저는 그 젊은 불자에게 인사로 “그래 어떻게 둘이 행복하게 잘 사느냐?”하니, 그 젊은 신도 대답이 “예, 항상 감사하고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잘 살아요”하고 답했습니다.
“뭐가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것은 무엇이냐?”라고 다시 물어보았더니, 그 신도는 남편이 밖에 나가 가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하는 것을 보니 항상 감사하고, 거기에 자기는 아내로서 더 잘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아내도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행복한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남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 스스로는 상대방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마음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첫째 조건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는 잘해주는데 남은 왜 나에게 잘해주지 않느냐’고 항상 불만에 젖어 있습니다.
마음의 인색함과 불만은 그 마음 씀을 좁게 할 것이고 스스로 힘들 것이며 항상 ‘감사한 마음’은 남을 용서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길러줄 것이며, 자기 스스로 남에게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은 베푸는 넉넉한 마음을 길러 줄 것입니다.
항상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고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을 보아, 새해엔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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