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람직한 헌금 사용

2003-12-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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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연(주사랑교회 장로·회계사)

12월이 되면 대부분의 교회는 금년도 결산과 더불어 내년도 예산안을 제직회 및 공동의회에 내놓게 된다. 교회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는 교회의 예산을 살펴보면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교회의 예산은 그 해의 계획이나 사업을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윤실이 표본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회의 3대 지출항목은 교회의 크기와 관계없이 인건비, 선교와 전도비, 행정 및 관리비가 차지하고 있으며 규모가 작을수록 인건비와 행정 및 관리비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져 해당교회에 큰 심리적, 재정적 부담감을 주고있다.

이 수치로만 따질 때 예수님이 모든 교회의 머리가 되신다면 지금의 한인교회는 분명 과포화 상태거나 난립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교회는 목사님 월급이나 주고 교회당 유지나 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가지 공통적인 현상은 대부분의 교회가 인건비는 여러 항목에 분산시키므로서 가능한 한 적게 지출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는 반면 선교와 전도비는 유사비용(예: 교회행사 광고)이나 심지어는 동떨어진 비용(예: 도서구입비)까지 포함시켜 될수록 부풀리려 한다는 점이다.


지금껏 교회의 수입에는 많은 논쟁이 있었으나 그 지출은 말썽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토의된 바가 없었다. 성인 100가정 이상 또는 총 헌금수입액 30만달러 이상인 중형교회 혹은 더 큰 대형교회에서 바람직한 헌금의 사용방법은 최소 다음 3가지 원칙은 지켜져야 되리라 본다.

첫째. 교회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위하지 않는 유일한 기관이므로 교회를 위한 지출이나 투자는 가급적 억제해야 할 것이다. 과도한 건축비, 수양관 구입, 사치성 실내장식, 고가의 음향시설 등이 이에 해당된다. 둘째. 모든 지출은 합목적이어야 하며 전체 항목에 형평성과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월 교육비는 200달러인데 친교비가 500달러이거나 교인수는 50명 정도인데 200명 출석 교회에 상당하는 목사 사례비를 책정하는 따위, 확실한 근거(영수증)가 없을 때는 지출치 못하도록 제도화시키는 일 등이다.

셋째. 헌금사용의 우선 순위를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보이는 데서 보이지 않는 데’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정해야 한다. 바로 곁에서 생계에 허덕이거나 병상에서 고생하는 같은 교회 교인들을 위한 구제나 구휼비는 없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아프리카나 중국에 거액의 선교비를 보낸다든가 교인끼리의 행사는 요란법석을 떨면서 막상 우리가 속한 커뮤니티의 모임과 지원은 전혀 모른 체하는 행위들이다. 끝으로 교인들은 제직회에서 지출 가부를 의결할 때 목사나 다른 사람 눈치를 살피지 말고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1센트라도 잘 살피고 심사숙고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헌금은 잘 사용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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