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직접 따온 전복에 소주한잔

2003-10-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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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일(50, 개인사업)씨는 참 재미있게 삶을 엮어 가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최근 40여 일 동안 대륙 횡단의 대장정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주말이면 자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엮어 낸다.

재미 한인산악회의 회원으로 매주말 산에 오르며 호연지기를 기르던 그에게 최근 또 하나 늘어난 즐거움은 다름 아닌 해녀 놀이, 아니 그가 남성이니 어부 놀이라고 해야겠다.

일식집에서도 최고의 요리로 꼽히는 신선한 전복을 직접 따내는 기쁨에 그는 550마일, 10시간 이상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기야 미 대륙을 가로지르고 난 그에게 있어 550마일이란 거리는 그야말로 아무것고 아니다. 가는 길에 구경거리가 없다면야 아무리 뚜렷한 목적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 거리가 지겹게 느껴질 수 있을 터이지만 레드우드 주립 공원에 들러 쉬엄쉬엄 구경도 해가며 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앨비언 강(Albion River) 유역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2시간 지점에 위치한 앨비언 강 주변에는 결코 작지 않은, 그의 얼굴만 하다는 표현이 꼭 어울릴 법한 전복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5월부터 11월에 이르는 시간동안 이 바닷가에서 살집 가득한 대형 전복을 채취한다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와 친구들은 배를 타고 해발 20피트 미만 지점에 다다르면 오리발과 수경을 갖추고서 스킨 스쿠버를 시도한다. 아무래도 물이 빠진 썰물 때가 전복 채취에는 더 좋다. 전복을 따려면 피싱 라이센스에 더해 전복 라이센스(약 40달러)가 있어야 하는데 관계당국은 일인당 7인치 이상 되는 크기의 전복 3마리씩을 허용하고 있다. 7인치란 어른 손으로 한 뼘은 족히 넘는 사이즈요, 얼굴 평수 넓은 남자들이 옆에 대봐도 결코 쳐지지 않는 크기이다.

금요일 오후 길을 떠난 그들은 2박3일의 여정으로 캠핑을 하며 식사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전복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과연 몇 가지나 될까. 미리 준비해 온 각종 양념으로 그들이 현장에서 만드는 전복 요리 가짓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살아있는 전복이니 잡자마자 회를 쳐서 초고추장, 와사비 또는 그냥 참기름 장에 찍어먹는 것이야 기본. 코펠에 쌀을 씻어 담고 전복을 잘라 넣어 그 이름이 제법 어울리는 ‘전복죽’도 해먹는다.

미리 썰어온 각종 야채를 곁들여 만드는 샤부샤부의 맛은 아마 상상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게 유씨의 자랑이다. 팬에 버터를 녹여 튀기기도 하고 베이컨으로 돌돌 말은 전복을 쿠킹 포일에 싸서 구워먹기도 한다. 고춧가루와 마늘, 참기름을 넣고 내장을 무쳐 챙겨온 소주잔을 기울이는 맛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단다.

11월은 전복을 딸 수 있는 마지막 달이지만 게 시즌은 막 시작된다. 여러 가지 물고기도 쉽게 잡히는 앨비언 강 유역은 5번 N. →580번 N.→101번 N. →128번 W를 타고 가면 된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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