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륙으로 사막으로

2003-10-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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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와 션 카스티요는 부동산 시장 열기가 불볕처럼 뜨거운 남가주 같은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집단의 사람들이다. 첫 주택 구입자인 것이다. 30대 초반인 이들 부부는 지난 2월 LA에서 50여마일이나 떨어진 황량한 폰태나에 22만1,000달러를 주고 집을 장만했다. 천정부지로 집 값이 치솟는 대부분의 남가주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연간 25%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카스티요 부부의 집과 유사한 인근 지역의 주택은 현재 30만달러를 육박하고 있다.

스티요 부부는 주택을 적기에 구입한 케이스다. 또한 이들 부부는 요즘 집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난관과 불편을 감수하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들은 맞벌이 부부이고 집을 살 때 100%를 융자했으며 해안에서 가깝고 쾌적한 LA와 오렌지카운티를 포기하고 멀고 척박한 곳에 정착한 것이다.
전국 대도시 주택 시장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뛰기 시작했다. 당시 아파트에 세 들어 살던 사람들은 싼 집을 찾아보다 먼 교외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요즘에는 싼 집이 아예 없다.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들에게 남은 선택은 값싼 동네를 찾아 도심에서 더 먼 곳으로 나가던가 아니면 평생을 렌트 인생으로 사는 것이다.
병원 사무직에서 일하는 33세의 스테이시 카스티요는 “현재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집을 구입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주택 구입 능력은 캘리포니아가 최악이지만 전국적인 집값 상승은 다른 지역에도 유사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보스턴, 뉴욕, 마이애미, 호놀루루 지역의 첫 주택 구입자들도 카스티요 부부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펜실베니아주 웨스트체스터에 있는 컨설팅 회사 이코노미닷컴은 최근 조사에서 보통 수준의 거주자가 집을 장만하기 힘든 도시가 지난 1999년에는 14개였지만 지금은 34개로 늘어났다고 말한다.
물론 주택 구입 능력지수가 이처럼 낮은 것이 전국적으로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지난 1년 간 거의 6% 미만을 맴돈 낮은 모기지 금리는 많은 주택 시장의 가격을 밀어 올렸다. 전국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첫 주택 구입자는 전체의 40%를 차지, 1999년의 42%에 비해 약간 감소했다. 지난 6월 발표된 하버드 대학 연구에서 1981년 주택 구입자들은 수입의 무려 36%를 주택비용으로 지출했지만 요즘에는 21%만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택 시장은 여전히 고공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부동산 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구입자 가운데 첫 주택 구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1%다. 이것은 4년 전인 1999년의 42%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8월 캘리포니아주 주택 중간가격은 사상 최초로 40만달러선을 돌파했다. 이것은 전국 중간 가격의 두 배를 넘는 것이다.
“주택 장만과 저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부분의 젊은 층들은 커다란 변화가 없는 한 렌트 인생을 계속해야 할 처지다”
경제학자 존 허싱은 전망한다. 캘리포니아 부동산 협회의 경제학자 레슬리 애플턴-영의 견해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주택 구입 능력지수의 추락을 막을 방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캘리포니아 주민의 불과 19퍼센트만이 평균 주택을 구입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대부분 첫 주택 구입자들의 공통점은 통근 거리가 매우 길다는 것이다.
33년 동안 아파트 생활을 해온 마고와 오스틴 컬버트는 지난 7월 20만달러를 주고 구입한 새집으로 이사했다. 컬버트 부부가 이 가격의 집을 찾은 곳은 빅터빌이다. 모하비 사막에 있는 빅터빌을 사람들은 지금까지 라스베가스에 갈 때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들르는 곳으로만 생각했다. 교외지역으로는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현재 빅터빌은 강한 성장 붐을 타고 있다.
날씨가 건조하고 매우 덥지만 남가주에서 땅값이 싼 마지막 남은 지역으로 주택 개발업자들이 몰리고 있고 직장까지 편도 최고 75마일을 기꺼이 운전하겠다는 주택 구입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폰태나의 아파트에서 살다가 40마일을 더 내륙으로 들어간 오스틴 컬버트의 통근 시간은 종전의 90분에서 15분이 더 길어졌다. 컬버트 부부는 이사는 했지만 여전히 LA에 있는 교회를 찾는다. 자신들이 다니던 교회를 향해 일요일마다 편도 두 시간씩 운전을 한다. 그러나 이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마고 컬버트는 “내가 현재 얼마나 행복한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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