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 California Market Center

2003-10-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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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도움이 되는 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는 통로는 참 여러 가지다. 어느 금요일 저녁 늦은 식사를 하러 베벌리 길의 한 스시 바에 앉아 있던 리사 김(50, 주부)씨의 시선이 옆자리 금발 미인이 들고 있던 멋진 핸드백에 머문다.

세계 명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로디오 드라이브, 독특한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을 팔고 있는 멜로즈 애브뉴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이 여간 멋져 보이는 게 아니었다. 궁금증이 발동한 그녀는 핸드백 참 예쁘다는 칭찬과 함께 어디서 샀는가를 물어본다. 찬사에 우쭐해진 나타샤라는 여인은 핸드백을 쓸어내리며 오늘 막 구입했다는 말과 함께 샤핑 정보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캘리포니아 마켓 센터(California Market Center)는 LA의 패션 일번지로 불리는 곳. 차세대의 마켓플레이스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 해 7월부터 캘리포니아 마트에서 캘리포니아 마켓 센터로 이름을 바꾸었다. LA 패션 디스트릭트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어 말 그대로 패션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4개의 빌딩에 2,000여 개의 쇼룸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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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핸드백, 신발, 모자 등 패션 산업의 소매업자와 제조업자들은 이곳에서 만나 대화와 교류를 나눈다. 독특한 스타일의 캘리포니아 브랜드를 도매가로 만날 수 있는 패션 쇼 케이스로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스타일이 모두 이곳에서 시작 된다 해도 과언은 아닐 터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좋은 품질의 옷, 패션 소품들이 전시돼 있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리세일 허가증이 있어야 샤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나타샤가 오늘 멋진 핸드백을 구입한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 마켓 센터라는 것이다. 리세일 허가증도 없는 그녀가 그곳에서 쇼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샘플 세일 덕이었다. 캘리포니아 마켓 센터에서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 아직 일반 생산에 들어가기 전의 시범 아이템인 샘플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 판매하는 샘플 세일을 마련하고 있다. 나타샤에게 정보를 전해 듣고 한 달을 기다려 찾아온 캘리포니아 마트에는 리사 김 씨 외에도 LA의 내노라하는 멋쟁이들이 손마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샤핑을 즐기고 있었다.

9가 길에서 들어가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새 마켓(New Mart, 127 9th St.)은 새로운 디자인들이 많아 윈도우 쇼핑하기 가장 좋은 지점이다. 이 주변에는 다음 번 샘플 세일이 언제인지 안내문이 나붙기도 한다.

2층에는 컨템포러리 여성복들의 쇼룸이 밀집해 있다. 샘플 세일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곳에서 대할 수 있는 의류는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독특한 스타일. 다운타운 자바의 물건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고급스런 옷들이 많아 그런지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과 생활에 여유가 있는 중년 여성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리사 김 씨는 화려한 색상의 니트 종류를 팔고 있는 매장에 발길을 멈추고 포근해 보이는 스웨터를 몸에 대보기 시작한다. 따뜻한 색조에 털실로 수까지 놓아진 스웨터는 그녀가 입기에도, 친구들에게 선물하기에도 품위가 있어 보인다.

평소 큰 볼륨의 도매만 취급하던 쇼룸 직원들은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것이 즐거운지 친절하게 여러 모델을 권하기도 하면서 기분 좋은 서비스를 펼친다. 쇼핑객들과 만나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은 그들에게 있어 패션 경향을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동양에 대한 미 주류 사회의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샘플들 가운데는 붉은 색의 중국 청삼과 비슷한 디자인이 눈에 뜨인다. 스트라이프 무늬가 시원한 스커트, 꽃무늬가 화사한 드레스는 사계절 온화한 캘리포니아 기후에 아무 때나 어울리는 아이템이라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샘플들의 가격은 도매가의 반 정도. 그렇다고 이곳의 가격이 자바의 주말 세일처럼 싸지는 않다. 이곳 쇼룸 옷들의 가격이 본래 어느 수준 이상이기 때문에 도매가의 반이라 하더라도 최저 10달러 이상이다. 평균 10-30달러 정도면 샘플 세일로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귀한 정보에 다리품과 시간을 더하면 엄청난 바겐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베버리 힐스에서라면 300달러는 족히 넘었을 스웨터와 스커트를 50달러 안팎으로 마련한 그녀의 얼굴에 만족한 웃음이 번진다. 캘리포니아 마켓 센터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밀라노와 파리이다.

캘리포니아 마켓 센터의 위치는 다운타운 9가 선상, Los Angeles St와 Main St. 코너 사이. 일방통행 도로인 9th St.을 타고 가다가 Main St.에서 우회전하면 왼쪽으로 주차장과 함께 빌딩 입구가 나온다. 주소, 110 East 9th St. Los Angeles, CA 90079. 오픈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문의 전화, (213) 630-3710. 웹 사이트,{{{{www.californiamarketc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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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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