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지역 연고전 양교 동문들간 응원전

2003-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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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주말행사

왜 태평양 건너와서까지 연고전이냐는 부정적인 얘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연, 지연에 연연하는 것은 분명 우리가 버려야 할 구습 가운데 하나. 하지만 등 푸른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눈 동문들과의 정겨움으로 인해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 된다.

매년 9월 말이면 서울운동장과 잠실경기장은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젊은 함성으로
메아리친다. 대한민국 사학의 양대 산맥인 양교가 만나 우의를 다지며 벌이는 연고전은 이제 온 겨레의 축제라 불러도 좋을 만큼 온 국민들도 관심을 기울이는 행사.


고려대와 연세대 동문들이 많이 살고 있는 LA에서는 한국의 연고전이 열릴 이 무렵이면 동문들의 야유회와 더불어 연고전을 개최한다. 지난 주말 엘도라도 공원의 푸른 잔디밭에서 열린 연고전에는 양교의 500여 동문 가족들이 함께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바비큐로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친 뒤에는 한 자리에 모여 신나는 여흥도 즐겼다. 오늘의 행사를 위해 고려대 동문들은 빨간색 티셔츠를, 연세대 동문들은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연세대 동문들은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으로 독수리와 Y자를 그려 넣어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축구 경기. 지난 1년간의 피나는 연습으로 양교 축구 대표 선수들의 얼굴은 건강한 구리 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부터 양 팀은 시종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탄탄한 경기를 보였다.

고려대학교 동문들이 먼저 한 골을 넣자 빨간 색 망토를 두른 응원단들의 함성 소리도 높아만 간다. 파란 색 티셔츠를 입은 연세대 동문들은 소리를 맞추어 위로의 구령을 외친다.“괜찮아! 괜찮아!” 그 응원이 힘이 되었던 걸까. 곧 이어 연세대 동문 선수들이 한 골을 회복, 동점이 되었다. 고려대 동문들은 이어 한 골을 더 득점으로 연결시켰고 연세대 역시 다른 한 점을 따라잡았지만 최종 승리는 마지막 한 골을 패널티 킥으로 가산한 고려대의 것으로 돌아갔다.

게임 오버를 알리는 휘슬 소리에 기뻐 춤추는 고려대 동문들. 그들은 이미 10년 전, 20년 전 한 시대를 풍미하던 안암골 호랑이로 변신해 있었다. 비록 축구는 한 점 차이로 졌지만 이미 2주 전 열렸던 골프 대회가 연세대의 승리였으니 종합 성적은 무승부인 셈.

하지만 이런 점수 계산이 무슨 큰 의미가 있으랴.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것이 진정한 축제의 의미. 양교 동문들은 서로 어깨를 얼싸안으며 기쁨으로 행사를 마감했다.

예년보다 한층 향상된 대표 선수들의 기량도 눈길을 끌었지만 양교의 응원전은 금년 연고전의 꽃이었다. 이번 축제를 위해 양 팀의 응원단들은 지난 4개월 동안 축구 연습장에 함께 나와 열띤 응원 연습을 계속했다고 한다.
양교 축구 대표 선수들은 이제 또 내년의 경기를 위해 이번 주말부터 축구 구장을 힘차게 돌게 된다. 모교를 위해 싸운다는 긍지로 당당하게 하늘을 향해 있는 그들의 가슴팍에서 20대 젊은이들도 따르지 못할 패기를 읽는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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