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엘 캐피탄 비치 주립공원

2003-10-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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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의 리비에라 샌타바바라 서북부, 완만한 떡갈나무 구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태평양 해안의 절경을 자랑하는 엘 캐피탄 캐년(El Capitan Canyon). 추마시 인디언들이 수천년간 성지로 지정하고 주기적으로 제사를 지냈으며 17세기 멕시칸 개척자들이 목축업과 아보카도 농장을 운영하면서 ‘신이 내린 옥토’로 여겼던 곳이다. 지금 이 곳에 남가주 최고 인기의 캠핑장과 최고급 캠핑장이 함께 있다.

엘 캐피탄 비치 주립공원은 오렌지카운티 도헤니(Doheny) 주립공원과 함께 남가주에서 유일하게 6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성수기와 주말 캠핑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태평양의 백사장 바로 옆에 캠핑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깊은 산중에 들어있는 것 같이 주변에 나무들이 무성하다.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에 물까지 흐르는 천혜의 캠핑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립공원에서부터 북쪽 언덕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엘 캐피탄 캐년 캠핑장은 하루 이용료가 수백달러에 달하는 이른바 ‘귀족 캠핑그라운드’이다. 캠핑장이지만 방문객이 자신의 텐트를 들고 갈 필요가 없으며 침대가 마련된 숙소에 온수가 나오고 심지여 온방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노블레스 캠핑장’ 과연 어떤 곳인지 한번 찾아가 보았다.

캠핑장이 비싸야 얼마나 하겠는가? 별생각 없이 가격이 나와 있는 안내서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일반 캠핑장 요금은 보통 15달러에서 비싼 곳은 20달러 정도이다. 그런데 엘 캐피탄 캐년은 가장 싼 사파리 텐트의 경우 135달러, 캐빈은 300달러가 넘는 것도 있다.
이러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캠핑장은 주말이면 때때로 만원사례를 빚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로즈 파드레스 국유림이 주는 포근함과 지평선 너머로 이어지는 태평양의 청량한 경치를 함께 느낄 수 있으며 고급 호텔에 버금가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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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캐피탄 캐년은 추마시 인디언의 중요한 생활터전이었다. 떡갈나무 열매를 가루로 만들어 얇은 빈대떡처럼 불에 구운 빵이 주식이었던 추마시 인디언들에게 3,500에이커에 달하는 이 지역 어디든 볼 수 있는 떡갈나무들은 신이 내려준 보물이었다. 해변이 가까워 해산물도 풍부했으며 들에는 코요테, 사슴 등 사냥감이 다양했다. 일년 내내 날씨가 온화해 내륙 사막이나 산간 지역에 거주했던 인디언들에 비해 매우 쾌적한 삶을 이어갔다.

캠핑장은 추마시 인디언들의 삶을 기린다는 목적으로 이들의 문화를 대변하는 장식을 캠핑장 곳곳에 설치했으며 텐트와 캐빈도 인디언 예술품을 주제로 인테리어를 꾸몄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반 캠핑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먼저 공해 방지를 이유로 캠핑장 안으로 일반인의 차가 들어갈 수 없다. 셔틀 밴을 이용해야 하는데 모든 짐을 젊은 안내원들이 캐빈이나 텐트 안까지 들어다 준다.

모두 100개의 캐빈과 25개의 사파리 스타일 텐트가 있다. 캐빈은 4~6인 가족이 사용하기 좋다. 말이 캠핑장이지 시설은 고급 호텔을 능가한다. 캐빈마다 자쿠지 욕탕과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냉장고와 마이크로 오븐이 있는 간이 부엌이 딸려 있다. 침대보를 갈아주는 린넨(linen) 서비스가 매일 있으며 타월과 심지어 캠프파이어에 사용하는 나무더미(6달러)까지 배달해 준다.

캐빈은 가장 보편적인 크릭사이드 킹(Creekside King·285달러), 킹사이즈 침대의 베드룸과 퀸 사이즈 소파침대가 나오는 리빙룸이 있어 가장 넓은 캐년 스위트(Canyon Suite·305달러), 사이즈가 다소 작은 크릭 퀸(Creek Queen·225달러), 가격은 저렴하지만 벙크(bunk) 침대가 있어 여러 명(6명)이 지낼 수 있는 캐년 퀸(Canyon Queen·185달러) 등으로 나뉜다. 텐트 사용료는 135달러. 오는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비수기 기간에는 모든 사용료가 30%(캐년 퀸의 경우 135달러) 정도 내려간다. 노인들을 위해 주중 30% 디스카운트 패키지도 있다.

수많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요가 클래스가 열리고 주말에는 캠파이어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이 별이 빛나는 밤 아래 펼쳐진다. 토요일 오전에는 이 지역 식물 생태계를 알려주는 보태니칼(botanical) 하이킹 프로그램이 열리고 승마, 카약, 서핑 레슨도 실시된다. 주기별로 고래구경이나 와인 시음 투어가 열린다.

각종 마사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하이킹과 자전거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다. 자전거는 캠핑장에서 무료로 빌려준다. 각종 마사지와 스파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물 온도가 조절된 수영장이 있다. 어린이 놀이터와 배구 코트 그리고 크로켓 필드도 마련되어 있다.

10월 말까지 토요일 밤마다 로컬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콘서트가 열리는 캐년 마켓에서는 바비큐 디너(성인 15달러, 어린이 7달러)를 서브한다. 샌타바바라 해변의 로맨틱한 일몰을 무대로 연주되는 흥겨운 포크, 재즈 음악에 몸을 흔들며 배 안에 있는 바비큐 음식을 소화시킨다. 추마시 인디언들이 이 곳을 왜 ‘아주일라시무’(Ajuilashmu)-’바다와 춤의 축제장’이라고 불렀는지 몸소 체험하게 된다.


교회나 학교 등에서 단체로 방문하기 좋다. 단체로 캠핑장을 이용할 경우에는 20% 정도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인타운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초등학교의 가족 캠핑 프로그램에 참가해 이 곳을 찾은 아이삭 김(치과의사)씨는 아름다운 경관과 훌륭한 시설이 조화를 잘 이루는 리조트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소 및 문의: 11560 Calle Real Santa Barbara, CA 93117, (805)685-3887, www.elcapitancanyon.com

◆엘 캐피탄 주립공원

비수기인 지금도 주말에 캠핑장을 예약하려면 11월이나 가능할 만큼 남가주 최고 인기의 캠핑장이다.
백사장에서 불과 10여야드 떨어진 곳에 캠핑 사이트가 우거진 고목나무숲에 숨어 있듯이 조성되어 있다. 텐트를 치고 누우면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깊은 숲 속에 들어선 것 같은데 파도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게 이 곳이 바다인지 산인지 분간이 안되는 묘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그늘진 잔디밭 앞쪽으로 깨끗하게 출렁이는 바닷물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양쪽으로 끝이 안보이는 모래사장 위를 가족과 또는 연인과 정답게 거닐게 된다. 도심에서 약간만 떨어져도 이렇게 좋은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모두 140개의 사이트가 있다. 거의 모든 사이트가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어디를 선택해도 상관없다. 한꺼번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그룹 캠핑장도 있어 동창회나 교회 등에서 단체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그룹 캠핑장 옆으로 넓은 잔디밭과 플레이 그라운드가 있어 단체로 행사를 진행하기 수월하다.

풍부한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서북쪽에 있는 리푸지오 주립공원까지 이어지는 2.5마일의 자전거 트레일이 있으며 수십개의 하이킹 트레일도 있다. 각 사이트마다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는 화덕이 있으며 단체를 위한 파이어 핏(fire pit)도 있다. 매 주말이면 레이저가 리드하는 가이드 투어가 실시되며 조류 관찰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가을철에도 낮에는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의 온도가 비교적 따뜻하다.
하루 피크닉도 가능하고 캠핑장에 마켓이 있어 필요한 물건을 현지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엘 캐피탄의 백미는 해변에서 직접 하는 광어나 도미 낚시. 고기를 잡아 회나 매운탕을 만들어 즐기면서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세어보며 가족간의 사랑을 느끼게된다.
주립공원의 데이빗 밀러 레인저는 예약을 없이 캠핑장을 찾으면 야영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6개월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캠핑 준비를 할 것을 당부했다.
문의 및 예약: (805)968-1033, (800)444-7275, www.reserveamerica.com

◆여행메모

▲가는 길
LA에서 101번 노스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리면 샌타바바라에 도착하게 된다. 샌타바바라에서 15분 정도 더 가면 UC샌타바바라가 있는 골리타(Goleta)가 나오고 이 곳을 지나서 나오는 El Capitan Beach Rd.에서 내린다. 내려서 좌회전 프리웨이 밑으로 지나 계속 나가면 엘 캐피탄 주립공원에 도착하고 프리웨이에서 내려 그대고 전진해 100야드 정도 가면 엘 캐피탄 캐년 캠핑장 입구를 만난다. 기차나 항공편을 이용하면 공항과 기차역에서 캠핑장까지 셔틀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준비물
바다 인근의 캠핑장이기 때문에 두꺼운 옷과 담요는 기본이다. 하이킹 신발, 모자, 해수욕장 용품, 비치 타월, 선탠 로션, 플래시, 캠핑 의자 등을 준비한다. 이밖에 조류 관찰을 위한 망원경, 자전거 등을 준비하면 좋다.

▲인근 관광지
인근 샌타바바라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휴양도시이다. 주요 관광지로는 역사적 유적이자 ‘미션의 여왕’으로 불리는 샌타바바라 미션(2201 Laguna St. 805-682-4713)과 건축양식이 아름다운 샌타바바라 법원(1100 Anacapa St. 805-962-6464) 등이 있다. 다운타운 스테이트 스트릿을 중심으로 여러 명소들과 미술관, 샤핑 센터들이 몰려 있다. 해변에 있는 샌타바바라 피어 그리고 볼티모어 호텔 앞으로 해변 등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포인트이다.
엘 캐티탄에서 북서쪽으로 3마일 거리에 있는 리푸지오(Refugio) 주립공원도 캠핑으로 유명하다. 배구코트, 화장실 시설, 샤워장, 스낵샵 등이 있으며 캠프 사이트마다 피크닉 테이블과 수도 등이 있어 편리하다. 그룹으로 야유회나 캠핑시 필요한 넓은 잔디밭이 마련되어 있다. 문의: (805)968-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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