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고속으로 변하는 공자의 고향

2003-09-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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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의 재산은 ‘사람’



“공자왈 맹자왈”에서 깨어난 산동성, 중국 제일의 관광명소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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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방마다 유난히 사람들의 기질이 다르다. 중국인 스스로가 평하는 중국인들의 기질을 들어보면 북경인은 자존심이 강하고, 지식인을 존경하고, 의리를 중하게 여기는 대신 허풍이 있고, 낭비가 심하다.


상해인은 투자에 비상하고 머리가 좋지만 유행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이기적이며, 지나치게 ‘돈 돈 돈’ 한다. 광동인은 장사에 능하고, 모험심이 강해 해외이민의 으뜸을 차지하고, 음식솜씨가 뛰어나지만 말이 많고, 바가지 씌우려하고, 조직폭력배 가운데는 광동출신이 다수다. 반면 먹는 것을 좋아하고 차 마시는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 놓는 사람들이다.

산동인들은 어떤가.

가장 유교적이고 가장 보수적인 사람들이 산동인이다. 산동인은 학문을 좋아하고 의협심이 강하며, 호탕하고 순박해 친구를 중하게 여긴다. 대신 선비고집이 있어 답답할 때가 있고, 변화를 겁내고 진취적이지 못하다. 이들은 쩨쩨한 사람을 제일 경멸한다.

산동인은 기질에 있어 상해인, 광동인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 기자가 산동에 며칠밖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이들의 기질은 순박하고 정직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말로 표현하자면 한국인들과 코드가 맞는 성격이다. 게다가 술 잘 마시는 것까지 한국인과 비슷했다. ‘산동’하면 외국인에게는 ‘칭따오 맥주’로 더 알려져 있지만(칭따오는 산동성의 해안도시) 산동이 정말 자랑하는 것은 사람이다. 중국에서 이렇다하는 성인과 위인들 중에는 산동사람이 부지기수다.

우선 공자와 맹자가 산동사람이다. 제갈 공명, ‘손자병법’의 손무, 천하명필이라는 왕희지, 백성을 잘 다스린 강태공, 관중, 사상가인 묵자, 순자도 산동 출신이다. 또 있다. 중국 무협소설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수허전’의 송강과 흑선풍 이규, 무송, 노지심 등 108명의 양산박 산채 두목들도 산동 사나이들이다. 지금도 해마다 3월이면 산동성 양산에서 송강의 민중봉기를 칭송하는 퍼레이드를 벌인다.

산동인들은 남자답고 의협심이 강한 호한을 존경한다. 수허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보면 하나같이 호한들이고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산동 사람들은 “가난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공자의 말을 평균사상이라는 개념으로 소화시켜 빈부의 격차가 심한 것을 나쁜 세상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번숭의 난, 황소의 난 등 농민봉기가 종종 산동에서 일어났으며 빈부의 균형을 실천하는 인물을 영웅시 해왔다.

산동인의 자녀 교육열은 대단하다. 집을 팔아서라도 자식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이 부모들의 소원이다. 이들은 또 부지런해서 북경의 채소시장은 산동사람들이 잡고 있다. 그러나 모험을 겁내 해외이민 가는 수가 타주에 비해 훨씬 적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한 후 1시간이면 착륙할 정도로 산동은 한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들은 최근 한국기업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려 칭따오에만 280여개의 한국 상사지사가 몰려 있고 영사관도 개설되어 있으며 수도인 제남(지난)에는 KAL이 인천에서 직접 들어간다.

가장 중국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산동성은 최근 들어 “관광은 곧 경제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향토문화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독일의 옥토버 페스티벌을 본 딴 칭따오 맥주대회, 알프스 하이킹대회를 모방한 태산 등산대회, 꽃축제, 푸드 콘테스트, 공자에게 제사 드리는 제공대전 등 수많은 국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산동성 리데밍 관광국장은 산동의 변화를 묻는 기자에게 “산동 땅은 아름답고 산동인은 친절하며. 산동정부는 관광개발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산동이 앞으로 중국 제일의 관광지로 부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사진으로 보는 산둥

<맨위사진>산동지방의 전통의상을 입은 신부가 결혼식을 마친후 대명호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명호는 제남시내 한복판에 있는 호수. 산동성 인구는 남북한 전체인구를 능가하는 9,50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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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성 최고위 간부들이 한국경제인들에게 관광객 및 기업유치 프로젝트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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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옷은 단연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인기. 한국제 의류만을 파는 시장이 따로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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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오픈한 제남 중심가의 고급 백화점. 서울의 롯데, 현대백화점을 뺨칠 정도로 화려하다. 세계유명 브랜드를 다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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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나붙은 여성의류 및 화장품 광고는 중국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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