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년부터 MLS 접속 자유화

2003-09-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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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인 19세기에는 브로커들이 부동산 매물에 대한 정보를 카드에 적어 교환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컴퓨터가 처음 개발되면서 부동산 매물 정보가 전산화되기 시작했으나 이때 만해도 브로커나 에이전트들이 매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지 일반 소비자의 접근은 엄격하게 제한됐다.

일반 소비자가 부동산 매물에 대한 정보를 직접 볼 수 있게된 동기는 사실상 인터넷이 개발되고 널리 보급되면서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 전국부동산협회(NAR)는 최근 소비자들의 부동산 정보 접속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결정을 내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업계 종사자들만 접근 할 수 있었던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MLS)가 내년부터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공개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이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본다.

남가주 주요 한인 부동산 회사나 미국내 주요 부동산 웹사이트에 가면 그 지역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을 수백, 수천개 씩 볼 수 있다. 홈바이어가 원하는 가격이나 지역, 조건 등을 입력하면 해당되는 주택을 자동적으로 선별해 소비자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 정보는 아직은 부동산 회사들이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광고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 광고를 보고 소비자가 부동산 회사에게 전화를 하게 만들어 에이전트와 연결시켜 주는 것이 주목적인 것이다. 아직도 부동산 매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는 부동산 에이전트와 브로커만의 인터넷 정보 공유시스템인 ‘MLS’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MLS는 한마디로 매물로 나온 거주용 주택을 볼 수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NAR 산하 50개 주 부동산협회가 관할하며 전국에 약 900여개의 MLS가 운영되고 있다.

MLS와 관련, NAR은 최근 이사회를 갖고 그 동안 부동산 업계에서만 공유하고 있던 MLS를 일반 소비자들도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NAR이 부동산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에이전트나 사무실도 없이 인터넷을 통해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부동산 회사가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 사무실 웹사이트’(Virtual Office Website·VOW)로 불리는 이들 회사들은 간단한 등록절차를 밟은 소비자에게도 MLS를 공개하고 보통 6%대에 달하는 커미션을 4.5∼5%대로 낮추면서 부동산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구체적으로 NAR은 이번 결정에서 내년 1월1일부터 MLS에 가입된 브로커는 자신이 갖고 있는 주택 매물을 VOW에 등록된 고객들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NAR은 또 이번 결정에서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VOW가 고객들에게 MLS를 공개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는 VOW를 통해 자신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는 소비자들은 부동산 에이전트만 볼 수 있었던 MLS를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새 규정은 또 주택 매각자의 신상정보를 보호하고 MLS에 접속하는 소비자의 명단을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며 주택 매물 정보가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씩 업그레이드(Refreshed)해야 하는 등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MLS를 통해 볼 수 있는 주택매물에 대한 정보는 부동산 회사들이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IDX 포맷’의 주택 리스팅 정보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자세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인터넷만 봐도 주택 결정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케티 와틀리 NAR 회장은 이번 결정을 통해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예전에 비해 훨씬 강화됐다며 소비자 권리 차원에서 획기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타부동산 신경섭 정보기술(IT) 부장은 뉴스타는 이미 자체 매물뿐만 아니라 타회사 매물도 모두 인터넷을 통해 리스팅에 올려놓고 있다며 내년 MLS 공개 정책도 고객의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NAR은 이번 결정에서 브로커가 원치 않을 경우 주택 매물을 MLS를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허용해 소비자 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일부 브로커들은 정보 공개가 고객 감소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해 일부 매물만 인터넷에 올리는 등 업체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브로커들이 자신의 매물을 MLS를 통해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NAR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고객의 90%는 에이전트를 통해 주택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고객의 79%만이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높다며 부동산업계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칼럼니스트인 잭 구텐터그 펜실베니아 주립대 교수는 부동산 회사가 MLS 공개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는 더욱 많은 고급 정보를 MLS를 통해 공개하는 회사가 고객들을 더 많이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MLS 공개 결정에 큰 역할을 한 인터넷의 영향은 부동산 시장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 부동산을 사고 파는 소비자를 100% 부동산 에이전트에만 의존하지 않는 ‘똑똑한 소비자’로 변환시키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많은 홈바이어들은 에이전트에 가기 전 모기지 이자율, 각종 대출 프로그램, 에스크로에 대한 기본 부동산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부동산협회(NAR)가 최근 발표한 ‘인터넷과 부동산’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홈바이어의 3분이2 정도가 집을 구입할 때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AR은 2003년 1·4분기 주택구입자의 71%가 집을 찾는데 인터넷을 사용했다며 이는 2년 전인 2001년 1·4분기의 41%에 비해 거의 두 배가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NAR은 또 2003년 현재 매물로 나온 집의 거의 100%는 인터넷을 통해 불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이 부동산 거래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밝히고 있다.

<조환동 기자> john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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