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의 흥정 - 50야드 라인을 그어라!

2003-09-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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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선교 사역을 하시던 선교사님이 돌아가시어 장례식에 참석했었다. 그 아들의 조사를 통해 들은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어서 소개한다.
10여년 전 어느 날 아버지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난 어제 밤 기도를 하면서 이런 기도를 했단다. 난 너희들이 더 많은 고통을 받고 더 많은 고난을 받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단다.

이 말을 들은 두 아들은 할 말을 잊었다고 했다. 이어서 아버지는 많은 고통과 아픔과 고난을 통해 더 강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서 그런 기도를 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의 의미를 한참 지난 후에 깨닫고 감사함 마음을 갖고 살고 있다고 아들은 아버지를 회상했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자꾸 먹다 보면 비만에 걸린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살을 빼려고 운동과 다이어트를 하려면 그 잘 먹고 즐겁던 시절보다 더 많은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야 한다. 차라리 소식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했더라면 엄청난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자식이 잘 되게 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하던 내 모습이 무척 초라하게 느껴진 저녁이었다.


부동산의 흥정은 다른 물건을 사는 것과 같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동산 거래의 흥정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한결같이 그 부동산의 나쁜 점과 약점을 자꾸 강조한다. 그래서 아예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살 의사가 많구나 하는 걸 알게 된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

물건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선 제일 싸게 살 것을 희망한다. 파는 사람 입장에선 가장 비싸게 팔 것을 원한다. 그러나 때로는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는 걸 발견한다. 가장 좋은 부동산 거래는 가장 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방금 말한 것처럼 파는 사람은 가장 비싼 값을 받기를 원한다는 원칙을 어떻게 깨뜨리느냐가 열쇠가 될 것이다.

부동산 거래에서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 첫째가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융자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게 된다. 두번째는 건물과 건물의 내용을 보지 않고 흥정을 했기에 리스, 장부 그리고 건물의 내부를 조사한다는 장애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 에스크로 기간이 30∼90일 정도가 걸린다는 사실 등이 팔려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 일이 종종 있게 마련이다. 만약 바이어가 현찰로 5일 내에 구입을 한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가장 이상적인 매매 조건이 되므로 좋은 가격에 흥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은행이 차압한 물건을 매매하는 경우라면 아주 좋은 가격에 흥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건물이 65만달러에 나왔다고 하자. 한 사람은 60만달러에 60일 에스크로를 하는 조건으로 은행 융자와 건물 검사를 통해 매매 한다고 오퍼를 냈다. 다른 한 사람은 50만달러 현찰로 에스크로 기간을 15일로 오퍼가 들어왔다. 50만달러에 팔 확률이 더 많을 것이다. 미리 은행을 정하고 융자 문제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흥정을 할 수 있는 최선의 길 중 하나이다.

그리고 또 다른 부동산 흥정 중에 기억해야 할 것은 50야드 라인을 그을 줄 알아야 한다. 풋볼 경기장은 100야드다. 미국식 흥정이 이 땅 따먹기에 많은 영향을 받은 탓인지 가운데 라인을 긋기를 좋아한다. 만약 100만달러에 나온 물건을 90만달러에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85만달러에 오퍼를 내야 할 것이고 95만달러에 카운터 오퍼가 나왔다면 88만달러에 다시 카운터에 카운터 오퍼를 보내어 흥정을 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93만달러 정도에 카운터를 다시 냈다면 90만달러에 거래가 성사될 확률이 많다고 봐야 한다.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에겐 이 흥정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쉽게 감정으로 치우치는 경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때가 많다. 아무리 큰 흥정일지라도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닌데 생명을 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213)635-3500 내선 208, philippark@jmpropert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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