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당하기에 너무나 무거운 집 값

2003-09-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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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한 주택가…젊은 부부 집 장만은 ‘꿈’
맞벌이로 벌어도 주택비부담으로 파산 증가

로스 부부는 맨션을 찾지 않는다. 단지 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공간과 좋은 학교, 그리고 조깅할만큼 안전한 동네의 집이면 된다. 남편은 목수이고 아내는 파트타임 모기지 브로커인 이들 부부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엘 세리토의 아파트에서 살기에는 너무 살림이 커져 버렸기에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20여 군데 오퍼를 넣었다.

그러나 매번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액수를 적어냈기 때문에 퇴짜를 맞았고 급기야는 모기지 페이먼트 때문에 ‘가랑이가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35만 달러는 줘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내 레이첼은 “그 액수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이라고 말했지만 빚더미에 점점 빠져드는 사실을 감안하면 주택 페이먼트는 거의 숨을 막히게 하는 수준이다. 이 부부는 마지막으로 써낸 오퍼가 딱지를 맞자 오히려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처음으로 집을 산다는 것은 예전에도 좀 힘에 부치지만 참고 지내면 결국은 감당을 해 내는 아메리칸 드림이었지만 최근 5년간은 사정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주택 소유주들에게는 40여년만의 초저금리로 모기지 부담이 크게 완화됐고 또 주택가치도 급등했지만 지금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집은 말 그대로 꿈이 돼 버렸다.

주택 가격은 엄청 올라있는 데다 모기지 이자율도 빠르게 뛰고 있기 때문에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려는 젊은 부부들은 지금 악몽과 같은 상황을 맞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부동산 거품설은 거짓으로 판명난게 아닌가?” 집을 찾고 있는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전망에 상관없이 집 값은 계속 뛰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페이먼트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부담을 떠 안아야한다는 사실에 질리고 마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하버드 법대 교수인 엘리자베스 워렌과 딸인 전 맥킨지 컨설턴트 아멜리아 워렌 트야기가 가계 지출과 주택비, 그리고 파산 자료를 분석해서 공동 저술한 ‘맞벌이 소득의 함정’이 지적하고 있는 핵심적 내용이다. 이 책에 의하면 지난 25년 동안 가계 파산은 400%나 증가했으며 2010년 이전에 7 가정중 한 가정은 파산을 하게 된다. 파산 신청 가정의 다수는 대학을 졸업한 전문 직업인일 것이다.

파산이라면 여태껏 고급 차나 사치스런 옷, 호화 휴가에 돈을 펑펑 써대는 바람에 벌어지는 개인적 잘못으로 치부돼왔지만 워렌이 분석한 앞으로의 파산은 이것과는 다르다. 과도한 주택비 지출에 초점이 맞춰진다.

세대가 바뀌어 맞벌이가 주류가 됐지만 파산을 면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워렌은 말한다. 요즘의 맞벌이 부부 가정은 한 세대전 한 사람이 벌던 때보다 소득이 75%이상 증가했지만(인플레도 감안했음), 늘어난 주택비와 차일드 케어 비용으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


논리적으로 보면 가정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재정적으로 불안해지기보다는 안정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실제로는 반대의 결과가 초래된다. 소득이 늘어난 부부는 ‘학교 좋고 안전한 좋은 동네’의 집을 경쟁적으로 찾게 되고 그 결과는 엄청난 주택 페이먼트 부담을 떠 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저자들이 우려하는 내용에 대해 많은 재정 설계가나 빚 전문가들도 동조한다. 이들 역시 많은 고객들이 주택의 잠재적 투자 가치를 너무 과대평가하거나, 맞벌이로 초래되는 지출상의 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부부 두명의 소득을 기준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잘못을 범하는 데서 재정적 곤란에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

뉴저지 하디 스톤에 사는 한 맞벌이 부부는 지난 1999년 25만 달러에 방4개 짜리 주택을 매입했는데 “요즘은 이만한 집이면 50만 달러는 줘야하는데 당시 무리가 됐지만 사기를 잘 했다”며 요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태산같은 페이먼트를 감당할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안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맞벌이 소득의 함정’이 지적하는 우려에 대해 기우라는 지적도 높다. 주택가격이 크게 솟았지만 금리가 낮아져 페이먼트부담이 1980년대 수준이라고 프레디 맥의 경제분석가 프랭크 노태프트는 지적한다.

또 기존 주택소유주들은 에퀴티도 높아져 비상 자금수요에 더 잘 견디게 됐고 두 사람이 버는 가정이 한 사람 소득 가정보다 재정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전국부동산업자협회의 경제분석가 데이빗 레리아는 “도대체 어디에 함정이 숨어있는지 나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숨막히도록 높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지역에 사는 젊은 부부들은 고민에 가득 차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많은 젊은 부부들이 “부모 도움 안 받고 집 살만한 친구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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