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기지 금리 올라가는데집 살까, 미룰까 ?

2003-08-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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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트로이 신콕스 부부는 새로 개발되는 어바인 퀘일 힐 주택단지의 우선 분양권을 확보하고도 지난 5개월간 구입을 미뤄왔다. 모기지 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상황에서 더 기다려보자는 생각이었으나 이제는 다음 콘도 분양 추첨을 오히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6월 중순부터 다시 뛰기 시작한 모기지 금리로 인해 지금 분양을 받아도 월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이 최소한 100달러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콕스 부부는 “모기지가 더 내려갈 때까지 구입을 늦추라는 아버지의 말만 믿다가 손해를 보게 됐다”며 “추가 페이먼트 부담으로 당초 구입하려 했던 새 가구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자율 당분간 안 떨어진다
남가주 주택물량 절대 부족하다
90년대초 폭락 때와는 다르다


이들 부부같이 2000년 중반부터 모기지 금리 하락에만 익숙해져 있던 홈 바이어들에게 최근 두달간의 모기지 금리 상승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모기지 금리 상승은 신규 홈 바이어뿐만 아니라 기존 홈 바이어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재융자 및 에퀴티 융자 신청의 감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규 바이어 입장에서는 그동안 높아진 주택가격에 따른 재정부담을 완화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저모기지 금리 혜택이 사라지면서 집 구입을 미뤄야할지 고민하는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집을 살 계획이 있다면 더 미루지 말고 집을 사라고 권장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이는 물론 모기지 금리가 앞으로 당분간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하고 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6월 평균 5.21%까지 내려갔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이달 중순에는 6.34%까지 상승하면서 7%대에 접근하고 있다.

두 번째 변수는 상승하는 모기지 금리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이 주택가격 상승을 둔화시킬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미부동산협회(NAR)는 2003년 상반기중 전국적으로 평균 7.5%가 상승했던 전국 주택가격이 올 하반기에는 5% 상승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10년간 주택판매와 주택가격 상승에서 전국을 주도했던 캘리포니아주 역시 주택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타주보다 영향을 적게 받는 등 당분간은 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할 것이 확실시된다.

캘리포니아주가 모기지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타주보다 부동산 경기가 큰 타격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무엇보다도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매년 60만명씩 증가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매년 필요한 주택보다 10만채가 덜 공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가주 주택 공급 분량도 90년대 초의 10개월에서 지난 6월 현재 1.5개월로 줄어든 상태이며 공급이 갑자기 크게 호전될 가능성은 없다.

여기에 남가주 경제가 부동산이 폭락했던 90년대 초보다 훨씬 탄탄하다는 이유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는 주요 이유다. 9.8%에 달했던 92년 봄 LA카운티 실업률은 6.8%로 감소하는 등 미국인들이 소득 증가를 통해 이자 가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남가주 주택의 중간 평균가격이 91년 2·4분기 19만4,000달러에서 96년 1·4분기에 16만달러로 평균 17% 감소된 지난 부동산 폭락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훨씬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리멕스 부동산 케네스 엄 브로커는 “아직까지 모기지 금리 인상이 남가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은 시기 상조”라며 “오히려 신규 바이어 입장에서는 집을 살 계획이 있다면 모기지 금리가 오르기 전에 지금 구입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기지 금리 인상이 80만, 100만달러 이상 주택 매매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30만∼50만달러 이하 주택매매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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