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닥치는대로 부지 지정타운개발·상권 충격파

2003-08-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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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신·증축 토지수용
부동산시장 영향과 대처

한인타운을 포함, LA 일원에서 대규모 학교 신축 붐이 일고 있다. 한인타운만 해도 웨스턴과 3가, 버몬트와 1가, 구 앰배서더 호텔 등 6∼7곳이 학교 부지로 선정돼 이미 착공에 들어갔거나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LA 통합교육구(LAUSD)가 벌이고 있는 반세기 최대 규모의 학교 신축·증축 프로젝트는 향후 수년간 남가주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 신축의 현황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알아본다.

▶왜 대규모 신축을 하나
689개 초·중·고등학교에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74만7,000여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LAUSD는 지난 72년 그라나다힐스의 케네디 고등학교를 건립한 이후 30년간 학교를 전혀 신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민자 유입 등 학생수 증가로 인한 교실 부족으로 전체 학교의 3분의1이 365일 연중 학교로 운영되고 있으며 교실 부족으로 1만6,000명의 학생들이 버스로 통학하고 있다. LAUSD는 학생수가 2007년까지 추가로 4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교 신축 규모
LAUSD는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통과된 발의안 K를 통해 확보한 36억달러의 학교 건축기금을 토대로 앞으로 80개의 새로운 학교를 신축하고 60개 학교를 증축하며 19개의 운동장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중인 제1차 신축 계획은 7만8,000명의 학생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도록 이미 12개 학교가 신축 또는 증축됐으며 현재 48개 학교에 대한 공사가 진행중이다. 앞으로 진행될 제2차 확장 계획은 추가로 학생 3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새로 지어지는 교실의 면적은 총 500만스퀘어피트 이상으로 이는 LA 다운타운 전체 A급 오피스 건물의 6분의1에 해당되는 엄청난 규모다.


▶한인타운 내 학교는
△코헹가 초등학교(증설)-웨스턴/옥스포드, 3가/2가의 현 YMCA 자리, 학생 800명 △알렉산드리아 초등학교(증설)-베벌리/킹슬리, 학생 672명 △벨몬트 초등학교-버몬트/1가, 학생 864명 △LA 프라이머리 센터(신설)-올림픽/놀만디, 학생 380명 △벨몬트 초등학교(신설)-올림픽/알바니, 학생 380명 △LA 초등학교(신설)-윌셔/벤네스, 학생 332명 △앰배서더 호텔 부지-초·중·고등학교, 학생 4,400명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업계에서는 LAUSD를 ‘고질라’로 표현한다.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갖고 있는 LAUSD가 닥치는 대로 건물과 부지를 매입, 가장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LAUSD는 8억7,000만달러를 투입, 440에이커의 신축 및 증축 부지를 확보했다. LAUSD는 또 개인 건설업자와 달라 토지수용권(eminent domain)이라는 막강한 법적 권한을 갖고 있어 필요할 경우 강제로 토지나 건물을 매입할 수 있다. 실제로 1차 확장계획 아래 확보된 부지나 건물의 45%에 달하는 60개 부지가 토지수용권을 통해 확보해 300여개 비즈니스와 1,300명의 주민들이 강제 이주 당했다. 건설업자들은 또 LAUSD가 학교 부지 하나를 선정하기 위해 평균 10개 이상의 건물이나 부지를 후보 지역으로 묶어놓아 부동산 거래를 막는다고 불평한다.
상인들도 학교가 들어서는 것에 찬성보다는 반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 소비자인 직장인과 주민이 줄어드는 대신 구매력 없는 학생들로 바뀌기 때문이다. 학교가 들어서면 학교를 반경으로 10개 블럭내 업소의 대다수가 매출 감소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인회나 상공회의소 등 한인단체들은 앰배서더 호텔 부지에 학생 4,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중·고등학교를 신설하려는 LAUSD 개발안에 반대하고 있다. 대신 한인 커뮤니티는 6에이커에 달하는 윌셔 블러버드 부지를 상업 용도로 전용해 기존의 윌셔 블러버드 상업지역을 보존하는 대체안을 적극 밀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도 새로운 학교가 들어서면 난폭하고 혈기가 왕성한 청소년들이 몰려 교통체증, 소음, 마약, 낙서 및 밴덜리즘 등으로 지역사회가 혼잡스러워진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밸리 우드랜드 지역 주민들이 이미 폐쇄됐던 학교 부지에 3개 학교를 신설하려는 LAUSD의 계획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어떻게 대체해야 하나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학교 신축이 대세인 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학교 신축이나 증축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오히려 주택가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GMAC 부동산뱅크’의 양광호 부사장은 “학교가 들어서면 교통체증 등의 이유로 주민들이 주거환경은 나빠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동산 업계 차원에서는 인구 유입에 따른 소요 증가로 경제 활성화면서 긍정적인 면도 많다”며 “특히 소위 ‘좋은 학군’의 경우 학교 신축이나 증축으로 인한 상당한 주택가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턴과 2가 상가 같이 이미 한인타운이 형성된 지역에 학교가 들어서면 기존 웨스턴 상권의 맥을 끊는다는 우려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교 인근 한인 상인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한 업종이나 아이템을 전환하고 무엇보다도 한인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화된 인종을 상대로 고객층을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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