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름휴가는 ‘축제속으로’

2003-08-06 (수)
크게 작게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고단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휴가를 꿈꾸며 잡지도 뒤져보고 인터넷도 기웃거려 보지만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스럽다.
힘겹게 결정을 내려 연인, 가족과 함께 길을 나서지만 도착한 곳마다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없다. 멀리 샌디에고나 샌타바바라의 해변을 방문해도 LA 인근 바닷가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고 여러 번 가본 빅베어 등 샌버나디노 마운틴은 1년에 한번 있는 여름 휴가 여행지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매년 반복되는 짜증을 날려보내고 나만의 그럴듯한 여름여행 계획을 세울 수는 없을까? 보다 풍족하고 의미 있는 휴가 여행지로 여름철을 맞아 현재 캘리포니아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수많은 페어(fair)와 페스티벌 참가를 권해 본다. 이들 행사는 해당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켜 펼쳐지기 때문에 여행 중 여러 곳을 돌아보지 않고도 행사만 참가하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관광지도 돌아보고 흥겨운 이벤트에도 참가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게된다.

같은 음악회라도 여행지에서 들으면 그 소리가 더욱 특별하고 페스티벌에 나오는 음식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때보다 맛있게 느껴진다. 서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페어인 캘리포니아 스테이트 페어가 주도 새크라멘토에서 펼쳐지고 이스턴 시에라의 중심 관광지 맘모스 레이크에서는 대규모 서머 페스티벌이 열린다. 알파인 호수의 관광지 레이크 타호에서는 한달 동안 계속되는 뮤직 페스티벌도 열린다.
캘리포니아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의 장으로 여름 휴가 여행을 떠나보자.




캘리포니아 스테이트 페어

지난 1852년 처음 개최되어 1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 스테이트 페어는 연 100만명에 가까운 방문객을 맞는 캘리포니아 최대 축제 중 하나이다. 매년 여름 새크라멘토에서 개막되는 스테이트 페어는 행사가 주는 즐거움은 물론 캘리포니아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 주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북가주로 휴가 여행을 가면서 꼭 들러볼 만한 행사이다.
오는 15일부터 18일 동안 새크라멘토 소재 스테이트 페어 그라운드에서 펼쳐질 이번 페어에서는 250가지가 넘는 세계 각국의 음식이 선보이고 70여종의 카니벌 라이드가 설치된다. 그밖에 각종 전시회와 경마 그리고 고-고스, 조 크로커 등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 가수들의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어린이들이 소, 산양, 라마 등 동물들과 접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페어에서는 ‘미래의 과학관’이 새로 선보이고 있는데 최첨단 전시관 안에는 각종 과학실험과 설비가 마련돼 있다. 캐나다 기마 경찰(Mountie)의 묘기가 선사되며 서커스단의 공연도 이어진다. 매일 브라질 축제 카니벌 퍼레이드가 행사장을 수놓는다.
페어 오픈시간은 월~목요일은 오전 11시~오후 10시, 금요일은 오전 11시~오후 11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1시,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10시며 입장료는 13세 이상 성인이 9달러, 대회기간 내내 통용되는 시즌패스 22달러, 20인 이상 단체의 경우 8달러며 6~12세는 반액 할인, 5세 미만은 무료다. 60세 이상 노인에 대해서도 2~3달러의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가는 길은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7~8시간 가면 새크라멘토에 도착한다. 시에서 나오는 80번 프리웨이 이스트로 갈아타고 가다가 Cal Expo가 나오면 내리면 된다.
1848년의 캘리포니아에서 최초의 금이 발견된 코로마가 시의 교외에 있기 때문에 새크라멘토는 골드러시의 중심지로서 크게 발전했다. 황금광 시대의 유산이기도 한 빅토리아풍의 건축물을 시내의 여기 저기에서 볼 수 있어 당시 일확천금의 골드 드림을 느낄 수 있다.
관광명소로는 10가와 캐피톨 몰(Capitol Mall)에 위치한 주의사당(State Capitol), 16가와 H 스트릿에 있는 주지사 관저(The Governors Mansion), 북미에서 가장 큰 캘리포니아주 철도 박물관 등이 있다.
1982년 복구된 캘리포니아 주의사당은 장엄한 돔 형식으로 지어졌으며 대리석 모자이크 마루바닥, 크리스탈 샹들리에 등이 인상적이다. 매일 1시간의 무료 투어가 있다.
문의: (916)324-0333
16가와 H 스트릿에 있는 주지사 관저는 1877년대에 지어진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로 30개의 방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역사적인 건물 중 하나이다. 실제로 1960년대 중반까지 주지사의 사택으로 사용되었다. 맨션의 많은 방들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가이드 투어가 제공되는데 이 곳에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개방시간은 매일 오전 10시~오후 4시.
문의: (916)323-3047
교통과 관련한 박물관 중에서는 북미에서 가장 큰 캘리포니아주 철도 박물관(California State Railroad Museum, 916-552-5252)은 I 스트릿에 있으며 15에이커의 면적에 340여종의 동물들과 만날 수 있는 새크라멘토 동물원(Sacramento Zoo)이 또 다른 관광명소이다.
이 곳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새크라멘토 관광청(916-264-7777, www. sacramentocvb.org)에 문의하면 된다.

맘모스 레이크 서머 페스티벌

하늘을 찌를 듯한 시에라의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맘모스 레이크는 캘리포니아 최대의 스키촌이지만 여름에는 낚시, 등산, 마운틴 바이킹, 하이킹, 곤돌라, 승마 관광, 배 타기 등을 즐길 수 있는 ‘레저의 천국’으로 바뀐다.
8월을 맞아 맘모스 레이크에서는 시에라 최대의 서머 페스티벌(Sierra Summer Festival)이 열린다. 카니벌, 낚시대회, 예술품 전시회, 5k 마라톤 등 각종 행사가 이어진다. 클래식 콘서트도 열리는데 이스턴 시에라 오케스트라가 주옥같은 클래식 명곡들을 맘모스의 스키장 메인 라지에서 연주한다. 클래식 콘서트는 오는 9일까지 열린다. 티켓을 포함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760)924-8475나 www.sierrasummerfestival.org로 하면 된다.
LA서 오웬스 밸리를 거쳐 이 지역에 들어서면 유럽의 알프스에 버금가는 경치를 접하는데 1만피트급의 첨봉들과 아름다운 호수, 골마다 흐르는 강과 시내, 우거진 숲, 그 사이를 자유롭게 뛰노는 야생동물 등이 잘 조화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이 곳은 또한 캠퍼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각종 캠핑장이 곳곳에 무수하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일부 캠핑장이 만원을 이루지만 워낙 캠핑장이 많기 때문에 찾으면 언제든지 캠핑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캠핑장은 먼저 오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부여한다. 방문객센터가 추천하는 캠프장으로는 바로 방문객센터 맞은편에 있는 가족 캠핑장이 있는데 수영장과 샤워시설이 완벽하고 어린이 놀이터도 갖춰져 있다.
송어 낚시로 유명한 레이크 메리(Lake Mary), 트윈 레이크(Twin Lake)에도 훌륭한 캠핑장이 있다. 이 곳은 캠핑장들 역시 각종 부대시설이 완벽하고 특히 강태공들을 위해 배를 빌려주는 선착장이 있기 때문에 캠핑과 낚시를 함께 즐기는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맘모스 스키장 메인 라지(Main Lodge)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레즈 메도우(Red’s Meadow)의 레인보우 폭포(Rainbow Falls) 지역은 대자연 속에 캠핑장으로 캠핑 전문지들이 매년 미주 10대 캠핑장으로 선정하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일반인은 여름에만 갈 수 있는 곳으로 100피트 높이의 물기둥으로 방대한 양의 계곡물이 떨어진다. 폭포 밑으로 쌍무지개가 뜨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캠프장에 대한 문의는 역시 방문객센터(888-GO-MAMMOTH, www.visitmammoth.com)를 통해 가능하며 사설 캠핑용품점들인 매머드 스포츠(760-934-3239), 샌디스 스키 앤드 스포츠(760-934-7518) 등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레이크 타호 뮤직 페스티벌

타호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알파인 호수 중의 하나로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에 인접해 있으며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험난한 화강암 최고봉들로 이루어진 카슨(Carson) 산맥의 골짜기, 녹음 짙은 소나무 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호수 주변은 다양한 야외 스포츠와 카지노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조성된 유흥지이다. 특히 타호 호수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물이 깨끗하고 투명한 것으로 유명한데 여름에는 호수를 중심으로 수상스키 등 워터 레크리에이션이 풍부하다.
올해로 21째를 맞는 타호 뮤직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스키 리조트인 스퀘어 밸리에서 열리고 있다. 재즈, 레게이, 클래식, 로큰롤 등 다양한 음악의 향연이 매일 이어지는데 오는 15일에 열리는 시즌 마지막 콘서트는 입장료가 무료이다. 문의: (530)583-3101, www.tahoemusic.org
타호에서는 또한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셰익스피어 축제가 오는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잔잔한 호수 뒤로 펼쳐지는 일몰의 절경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이 연기된다.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타호 ‘샌드 하버 주립공원’(Sand Harbor State Park)에서 열리는 축제는 브로드웨이에서 사용되는 최신 음향과 조명 시설이 동원되어 자연과 인공 장치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무대가 만들어진다. 문의: (800)74-SHOWS, www.LakeTahoeShakespeare.com
타호는 길이 22마일, 폭 12마일에 달하는 자연호수로 최고 수심이 무려 1,645피트에 달하는 북미주에서 세번째로 깊은 호수이다. 겨울에도 호수가 얼지 않는 데다 면적으로 따지면 세계에서 두번째로 방대한 산간호수이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알려진 이 호수 일대는 미국 내를 비롯,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사시사철 늘 붐빈다. 이 지역의 가장 일반적인 구경거리는 호안을 따라 이어진 71마일의 순환도로. 주위가 잘 정리된 하이웨이가 호수를 일주하고 있다. 아름다운 호숫가에 펼쳐진 백사장 주변은 야생의 화초가 어우러져 피어 있는 깊은 산림지대로 캠프장, 산막, 모텔과 휴양지가 산재해 있고 늘 푸른 엘도라도 국립 산림지역이 펼쳐져 있다.
이 호수 동북쪽 3분의1은 네바다주 지역으로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대형 카지노 및 호텔들이 들어서 있어 일반 휴양지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즐거운 밤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건물 사이로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경계가 지나기 때문에 건물의 모양과 영업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시내라도 길하나 건너 주법이 서로 다르며 경찰 차들의 모양도 다르다. 초대형 호텔인 앰배시 타호 리조트는 카지노가 없어도 옆에 있는 해라스 호텔과 하비 호텔에서는 24시간 카지노가 불야성을 이룬다.
캘리포니아에서 최초로 금이 발견된 행운의 호수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신혼여행이나 결혼기념일을 이 곳에서 보낸다.


■ 기타 서머 페스티벌

▲샌타크루즈 셰익스피어 축제-샌타크루즈 야외 음악당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축제로 올해는 오는 30일까지 매주 말 열린다. 예술품 전시회도 열린다. 문의: (831)459-2159, www.shakespeare santacruz.org, www.svchamber.org
▲살리나스 스타인벡 페스티벌-북가주 살리나스(Salinas)에서 매년 열리는 행사로 스타인벡의 인생과 작품을 돌아보는 설명회와 투어, 공연 등이 열린다. 7~10일. (831)796-3833, www.steinbeck.org
▲코스타 메사 클래식 재즈 페스티벌-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25개의 재즈 밴드가 축제에 참가한다. 7~10일.
(800)215-6222
▲테하차피 마운틴 페스티벌-모하비 인근 하이 데저트(high desert)의 아름다운 산간 도시인 테하차피(Tehachapi)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예술품 전시회, 로데오, 퍼레이드, 자동차 쇼, 웨스턴 댄스 공연 등이 이어진다. 16~17일. (661)822-4180

<백두현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