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자율도 바닥인데 인테리어 돈 좀 풀까”

2003-07-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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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튼 한인가정 집안단장 엿보기

가 구·조명부터 소품까지
전문 디자이너 조언 받아
리빙룸·다이닝룸·홀웨이…
10만달러 들여 새 분위기

주택 인테리어 재단장이 인기다. 돈 굴릴 데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이자율 낮은데 은행에 박아두기도 그렇고, 주식만 믿자니 불안한 요즘은 집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고쳐서 밸류를 높이는 것도 투자의 한 방편이다. 물론 투자 목적이 아니라 나와 가족의 ‘홈 스윗 홈’을 더 쾌적하고 안락하게 바꾸는 데야 돈이 아까울 리 없다. 여행이나 자동차, 고급 옷이나 외식 등에 쓰면 썼지 집에 대한 지출에는 지갑을 닫았던 홈오너들도 적정 예산을 잡아 리모델링한 뒤 새 집 장만한 것 같다며 흡족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있는 만큼 주택 재단장은 예산이 만만치 않지만 우선 눈에 거슬리는 것 몇 개만 정해 순차적으로 하면 한번에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근 인테리어를 재단장, 부부가 맘껏 분위기 내며 살고 있는 풀러튼 올드 서니힐스의 한 한인가정을 찾아 소요 기간과 경비, 과정, 소품 아이디어 등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작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에린 최씨가 맡았다.


올드 서니힐스의 평화로운 언덕에 자리한 이 2층집의 주인 부부가 재단장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11월. 올해 6월에야 마무리됐으니 반년 이상 걸린 셈이다. 소파 등 가구를 커스텀메이드로 만든 데다 소품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느라 서둘지 않고 작업했다고 한다.

경비는 리빙룸, 다이닝룸, 파우더룸과 홀웨이의 조명, 포인트 소품들까지 총 10만달러가 들었다. 2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온 주인 부부는 예전 집에서 쓰던 이탈리안 가구를 그대로 쓰고 살았는데 전 주인이 아랍인인 탓인지 벽지나 카펫의 색감 등이 영 이질적이고, 가구도 어울리지 않는 게 분위기가 쾌적하지 않아 재단장을 결심했다.

집은 1, 2층 합해 건평 6,400스퀘어피트로 넓고 공간마다 널찍널찍한 게 위치를 잘 앉은 것이 특징. 현관 위치에서 볼 때 안쪽으로 자리한 패밀리룸과 주방은 창이 넓어 채광과 통풍이 좋은데, 리빙룸은 다소 채광이 적은 게 흠이었다. 또 청록색 타일이 촌스러운 파우더룸도 세련되게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순위로 결정한 것이 리빙룸, 다이닝룸, 파우더룸. 그리고 홀웨이의 조명과 포인트 소품들도 바꾸기로 했다.

이 부부의 경우 노후까지 살려고 이 집을 구입한 만큼 투자보다는 ‘엔조이’ 목적이었다. 예산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없어 전문가와 상의하기로 하고 디자이너 물색에 나섰다. 이 부부 성격이 아기자기한 것보다는 심플한 가운데 턱턱 포인트를 주는 ‘화통’ 타입인데, 마침 새로 인테리어한 친구 집이 마음에 들어 소개받은 디자이너가 에린 최씨였다.

■디자이너와 의견조율은 필수


디자이너 선정 후 작업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주인과 디자이너와의 의견 조율. 예산과 취향에 대해 충분히 얘기하고 어떤 분위기와 컨셉으로 갈 것인가를 정한다.
이 집의 경우 주인이 특별한 주문 없이 ‘집에 어울리게 해달라’며 디자이너에게 일임, 의견충돌 없이 수월하게 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전 조율이 안되면 작업 중 벽이나 커튼 색깔을 번복해 바꾸는 등 돈도, 시간도 2배 이상 든다고 한다.

이 집의 경우 리빙룸의 채광이 적어 다소 갑갑한 느낌인데, 벽과 카펫이 흰색이고 소파 등 가구도 흰색 위주라 분위기가 너무 밋밋한 데다 오히려 공간이 좁아 보였다. 최씨는 벽을 산뜻한 라이트 바나나색으로, 가구는 차분한 다크 브라운으로 주조색을 잡고 레드 컬러로 턱턱 포인트를 주자고 제안했다. 전체적인 컨셉은 모던한 가운데 앤틱으로 우아함을 살리는 것. 주인 부부와 취향이 맞아 의견 조율이 쉽게 끝났다.



■액수보다 퀄리티에 우선 순위

고급소재 이용
소파·식탁·램프등
커스텀 메이드

다음은 예산. 지금까지 집 단장에는 거의 지출이 없었던 이들 부부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투자하기로 하고 ‘돈 액수보다는 인테리어 질’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10만달러는 예상했다고 한다. 집을 둘러본 디자이너 최씨는 이 집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주인에게 제안하고, 예산을 함께 짰다. 손님이 질을 우선하는 만큼 고급 소재를 쓰고 소파와 식탁, 램프, 액자 등 소품까지 커스텀메이드로 고집했다.

최씨는 “꼭 고급이 아니더라도 디자이너는 주인의 예산에 맞춘다”며 “주어진 예산 하에서 지역과 집의 밸류, 주인의 취향을 고려해 작업을 계획한다”고 말했다.
컨셉과 예산이 확정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간다. 공간 전체를 바꿀 경우라면 기존의 가구를 싹 치워주는 게 좋다.

구체적인 리모델 내용과 소요 경비는 다음과 같다. 하나로 연결된 리빙룸과 다이닝룸의 흰 벽은 라이트 바나나색으로 새로 칠했다. 흰 카펫을 걷고 ‘사이즐’이라고 하는 왕골 소재의 카펫을 깔았다.

■분위기 맞추려면 커스텀메이드로
다이닝룸의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하는 대형 거울과 식탁, 리빙룸의 소파, 홀웨이의 그림 등은 전부 분위기에 맞게 커스텀메이드 했다. 소파는 카키색 양가죽과 베이지색 캐시미어로 만들어 매우 고급스럽고 모던하다. 대체로 6인용 소파 가격은 소재에 따라 2,500∼1만3,000달러 선. 이밖에 콘솔, 벤치 등 앤틱 가구들은 최씨가 운영하는 ‘레드 게이트’의 18세기 중국 고가구로 멋을 냈다.

램프와 샹들리에, 앤틱 가구 등은 멜로즈와 웨스트할리웃 등에서 일부 구입하고 일부는 주문 제작했다. 식탁의 샹들리에는 스와로브스키에서 약 7,000달러에 샀는데 종류에 따라 1,000∼3만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라는 설명. 리빙룸의 벽난로 양옆에 들어간 램프등은 주물과 크리스탈 소재로 주문 제작했다. 벽난로 선반은 일체 다른 장식 없이 가죽으로 만든 중국 술병 2개로 포인트를 줬다.

■파우더룸은 리모델링 포인트
다음은 파우더룸. 기존의 카운터탑과 세면대를 부수고 벽면도 완전히 바꿨다. 골드 컬러가 주조인 가운데 벽면 하나는 다 거울로, 나머지 두 벽면은 뎃생을 각각 가로·세로로 심플하게 넣었다. 총 비용 1만5,000달러.
최씨는 “한인들은 주방과 화장실 리모델을 많이 하는데, 손님용 파우더룸은 그 집의 인상을 좌우하므로 신경 써야할 공간”이라며 “재단장 경비는 공사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나 보통 4만∼10만 달러의 선이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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