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홈 인스펙션의 세계 건조기 배출구의 위치

2003-07-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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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100도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날씨가 계속되더니, 며칠 전엔 구름이 잔뜩 낀 채로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일을 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달구어진 대부분의 다락은 훌륭한 사우나 장이 되고 그 비좁은 곳을 기어다니다 보면, 온 몸이 땀에 젖고 거미줄과 먼지를 뒤집어써서 사람 꼴이 엉망이 되곤 한다.
며칠 전 신문에 난 아버지와 아들이 밀폐된 장소에서 공업용 본드를 붙이는 작업을 하다가 질식하여 숨진 사건은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슬픔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을 슬픔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안전에 대한 상식이 있었더라면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오늘은 주부들의 일손을 한껏 덜어준 세탁물 건조기가 작동될 때 배출되는 먼지가 우리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에 배출구의 위치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로, 일반적으로 많은 홈 오너들이 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배출구를 집밖으로 연결하여 설치하지 않고 실내에 하는 것이다. 또한 설사 밖으로 설치하였다 하더라도 그 위치가 잘못되어서 사람들이나 주변의 각종 설비 등에 위험과 악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다.
둘째, 마루 밑이나 다락으로 배출구를 설치하는 것은 집안의 공기를 매우 나쁘게 만들뿐더러 정전기에 의한 화재 위험도 안게 된다. 건조기에서 배출되는 먼지는 고온 다습하여서 각종 곰팡이나 진드기 같은 벌레 등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게 되고, 만일 보온 방열재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 효과를 현저히 떨어뜨리게 된다.
셋째, 주택 검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일 중의 하나는 배출구가 현관문 가까이 설치되어서 문 앞이 어지러워져 있어 오가는 방문객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고 또 먼지들이 집안에 묻혀 들어가는 것이다.
넷째, 집밖에 설치되어 있는 에어컨의 컨덴싱 유닛 가까이에 배출구가 설치되면 먼지들이 컨덴싱 유닛에 끼어서 에어컨의 성능을 떨어뜨린다. 또한 빨래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소프트너가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컨덴싱 유닛의 부식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같은 이유로, 난방기 또는 보일러 옆에 설치하면 건조기에서 배출되는 먼지가 이런 설비의 연소기내에 흡입되어 화학작용으로 손상을 주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창 옆에, 특히 아이들 방의 창문 가까이 설치하면 강한 화학약품을 포함하고 있는 먼지에 의해 유약한 어린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살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생겨나는 것들이 우리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조그마한 부주의로 그 무엇보다 소중한 건강을 해친다면 누구를 탓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문의하여 도움을 청하도록 권한다.
내일도 덥다고 한다. 한낮의 태양이 뜨겁기만 하다. 지붕 위의 고양이가 생각난다. 요즘 옥탑 방 고양이도 인기라던데… (888)777-8340

형철우<서울 홈 인스펙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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