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살까, 사고 팔까?”
주택가가 많이 올랐다. 에퀴티가 많이 늘어난 만큼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옮겨보는 것을 욕심 내볼 만하다. 꼭 더 좋은 집으로 옮기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다른 집으로 이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빠지는 딜레마는 먼저 팔아야 할지, 사야할 지 판단이 쉽게 서지 않는다는 것. 특히 요즘처럼 강한 셀러스 마켓이 형성된
셀러스 마켓 상황선 빨리 팔리지만 구입 힘들어
융자 사전승인 받아놓고 즉시 오퍼 낼 준비를

경우에는 팔기는 쉽지만 사기는 쉽지 않아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할 경우 낭패를 보기 쉽다. 지난해 주택을 팔고 산 한인 김모씨의 경우 자기 집을 팔아야 다른 집을 살 수 있다는 조건을 걸고 주택판매 및 구입 거래를 시작했다. 에스크로 종료 후에도 4개월의 렌트 기간을 주겠다는 바이어의 오퍼가 들어왔고, 적당한 매물을 찾게돼 집을 팔았지만 사려는 집이 광고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에스크로 과정에서 발견했다. 결국 거래를 마무리지으려는 에이전트의 강요와 시간에 쫓겨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사고 말았지만 김씨는 억울하다며 신문사에 호소해 왔다.

조건부 판매 필수

일정시점까지 매입 전제
매각토록 계약서에 명시

다이아몬드 부동산의 제이 이씨는 ‘현재의 집을 팔 때 앞으로 사게 될 집의 에스크로를 끝내는 경우에만 집을 판다는 조건(Contingency)을 달고, 사려는 집에 대해서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에스크로가 끝나야만 살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주택매매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문제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통할 이런 거래 방식이 강한 셀러 마켓에서는 통하지 어렵다는 것. 이씨는 “현재의 집을 파는데 조건을 걸어놨지만 에스크로를 열고 사려는 집에 오퍼를 낸다면 셀러는 현실성 있는 오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복수 오퍼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라도 놓칠 수 없는 집이라면 ‘현재 주택을 팔아야 다음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조건을 프리미엄을 지급함으로써 셀러가 받아들이도록 할 수도 있다.
현재와 같은 시장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단연 먼저 팔고, 구입할 집을 찾는 것이 주택 샤핑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먼저 팔 경우 사전 융자승인을 받고 원하는 가격대의 모든 집들을 둘러볼 수 있다. 팔려야 산다는 조건을 걸고 집을 팔 때 그 시점까지 샤핑한 3채의 집으로 선택의 폭을 좁혀 놓고 그 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집에 오퍼를 낼 준비를 미리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답은 없다

김씨의 경우 주택을 사고 파는 시점에 대한 판단 잘못과 에이전트와의 잘못된 관계로 인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나쁜 경험을 했지만 사실 이에 대한 뾰족한 수는 없다.
먼저 파는 경우, 이사갈 다른 집을 찾기 위해 시간에 쫓기거나 팔고 사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경우 임시로라도 살 아파트라도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반대로 먼저 살 경우, 최소 몇 개월 이상 집 두채의 모기지 페이먼트를 감당해야 하는 금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또 먼저 사려해도 현재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은 이상 융자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직장이 바뀌어 빨리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현장을 뛰는 에이전트들의 중론은 “반드시 어느 쪽을 먼저 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차이는 잠시 집 두 채를 동시에 소유하느냐, 아니면 집 한 채도 없는 불안한 상황이 되느냐다.
만일 집을 먼저 살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그러나 새로 구입할 집의 융자 승인을 얻기 위해 현재의 집을 팔아야 한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 먼저 팔아야 한다.

뜨거운 시장에선

주택판매가 활발한 지역에서는 좀더 공격적 전술이 필요하다. 셀러 마켓이 형성된 경우 소비자들은 집을 먼저 사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먼저 팔고 사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만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현재 집이 꼭 팔리지 않더라도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사전승인을 받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고려하지 않는 또 하나의 변수는 뜨거운 주택시장이라도 주택판매가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소유주들은 자신의 집 가치를 과평가하고, 반면 주택판매에 걸리는 시간은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비용이 더 필요한 주택으로 옮기려는 계획에는 재정적으로 심각한 타격이 된다.

먼저 팔았다면

먼저 주택을 팔았지만, 사려는 거래의 타이밍이 맞지 않을 경우 그동안 다른 곳에 머물러야 하며 아이들의 학교 문제도 생겨난다.
또 이사를 2회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임시로 임대용 건물에 살 경우 많은 짐을 어디에 다 보관해야 할 지도 큰 문제가 된다. 신축주택으로 이사를 들어갈 때는 공사기일과 에스크로 종료일을 맞추지 못해 늦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불안감은 한결 덜하다.
콜드웰 뱅커 베스트 부동산의 한형모씨는 집을 팔고 사면서 가장 위험한 경우의 하나로 바이어에게 현금으로 구입하려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조건 없이 오퍼를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씨는 “현재의 집이 적당한 시간 내에 에스크로가 종료되면 다음 집을 구입할 수 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을 경우 많은 자금을 다른 곳에서 융통하느라 진땀을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