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객과 에이전트의 관계

2003-06-26 (목)
크게 작게
필자는 가끔 생각한다. 아직도 부족하기 그지없는 필자가 다른 누군가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칼럼을 쓸 자격이 있는지를. 이 같은 자문에 대한 답은 항상 불투명하다. 언제나 ‘확신’에 다다르지 못하고 그저 ‘노력과 의지’에 의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미약한 경험을 내세워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필자가 지닌 생각과 지식을 100% 선명한 것처럼 잘못 오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칼럼이나 컨설팅은 결정이나 결론을 유도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판단의 지혜를 돕는 도구의 역할을 올바로 해야 한다.
이 같은 생각과 고민은 융자인으로 수많은 고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라 대다수 융자인들이 고객들과의 융자 컨설팅에서도 끊임없이 연속되는 숙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융자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의 입장은 어떠한가. 당연히 융자 에이전트들보다 더 크고 많은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택을 매입한다거나 재융자를 한다거나 이 모든 것이 잡다한 일상사와는 달리 매우 크고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항상 이러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융자 수요자들은 그래서 융자 에이전트와의 만남을 통해서 올바른 해답을 얻으려는 기대를 갖게 된다.
전혀 다른 입장인 것 같아도 결국은 하나의 동일한 해답을 함께 찾아야 하는 융자 에이전트는 고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융자 수요자와 융자 에이전트는 결코 따로 일 수 없는 관계이며 한배를 탄 동반자의 마음으로 일의 시작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만남이라야 에이전트는 최상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고 고객은 상대적으로 최상의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우리 한인사회에서는 이러한 만남의 기본을 이루지 못해 왔으며 이로 인해 융자인과 수요자간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일의 결말은 결코 동일한 만족에 다다를 수 없다.
이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식의 우매한 상대적 선입관을 버리고 참되고 올바른 관계의 설정을 새로이 도모할 때이다.
융자인은 전문가다운 지식과 견해를 바탕으로 좀더 폭넓은 선택의 지혜를 돕고 수요자는 샤핑을 통한 단순 비교로 자기 기준만을 제시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완전한 만족은 없다. ‘완벽’은 기대가 지나칠 때 관념에서만 존재하는 허상의 단어일지도 모른다. 융자인과 수요자 모두 ‘신뢰’ 그 자체가 가장 큰 만족임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213)792-5133

제이 명
<키웨이 파이낸스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