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큰집 인기 시든다

2003-06-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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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친밀’강조한 섬세한 장식의 소형 주택 선호
국제 정세·불경기등 원인…일부선 “근거 없다”일축

큰 집 인기가 시들고 있다. 단지에 큰 규모로 조성하는 대형 주택들은 여전히 교외 지역에서 퍼져나가고 있지만 집을 한 단계 올려서 이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천편일률적인 주택 대신 개인적 취향에 맞게 지어진 규모가 다소 축소된 집을 선호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건축가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라 수잔카는 말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살면서도 주거 공간의 절반을 사용하지 않는 대형 주택을 구입하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다.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섬세함이 존재하는 작은 규모의 공간에서 가능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에 거주하는 병원 사무직원 도리 이버트는 두 명의 어린 아들과 4,700평방피트짜리 대형 저택에서 살다가 돈을 아끼기 위해 지난해에 크기가 절반도 안 되는 집으로 이사했다.
“우리가 조그마한 집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 사는 공간은 각각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면서도 함께 있다는 느낌을 훨씬 많이 준다”
건축가 데니스 웨들릭은 새 집을 짓는 사람들 가운데 작은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평방피트, 즉 면적이 얼마나 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원하는 집을 묘사할 때 ‘안락함’이나 ‘친근함’ 같은 단어들을 많이 사용한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웨들릭은 말한다.
뉴욕주 힐스데일에 거주하는 빌 파워스는 14에이커의 광활한 대지에 건평 1,100평방피트의 집을 설계하기 위해 웨들릭을 고용했다.
“집의 규모는 작을 지 모른다. 하지만 실내에 있으면 매우 큰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부동산 에이전트인 파워스와 룸메이트와 고양이 한 마리가 살 이 집을 짓는 데는 17만5,000달러가 들었다.
집의 규모를 작게 하면서 절약하게 되는 관리비와 전기요금은 매우 정교한 실내 장식에 투자했다.
“웨들릭은 집을 독특한 Y자 모양으로 설계했다. 그리고 수많은 창문을 설치해서 바깥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파워스는 설명한다.
집을 보다 작고 안락하게 짓는 추세는 사람들의 교외 삶에 대한 의식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탬파에 있는 사우스플로리다 대학 건축과 교수 스티븐 슈라이버는 말한다.
“게이티드 커뮤니티에 있는 큰집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요즘에는 이웃과의 관계가 밀접한 동네의 작은 집을 택한다. 이같은 동네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주거 생활과 비즈니스가 잘 조화된 곳들이다”
안락함과 친밀감을 갈구하는 이같은 추세는 요즘의 불안한 세계 정세와 경제 상황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어하는 심리적인 욕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요인은 또 있다.
“현재 미국에는 과시욕와 과소비에 반동하는 문화적 억제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개솔린을 많이 소비하는 대형 SUV, 자원을 고갈시키는 행위들이 지탄을 받고 있다. 이제 그 비난의 화살은 주택으로 몰리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비 컨설턴트 론 렌텔은 말한다.
그러면 대형 저택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유일한 추세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내려온 것, 즉 사람들은 보다 큰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보다 크고 보다 멋있는 생활공간을 원한다. 항상 더 큰 것,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다”
필라델피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 최대의 저택 건설업체 톨 브러더스의 CEO 로버트 톨은 반론을 제기한다.
톨 브러더스의 고급 저택 매출액은 1992년 2억8,100만달러에서 지난해엔 22억달러로 늘어나 10년 사이에 거의 10배가 성장했다.
주택 소형화 추세와 함께 리모델링도 인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실내 공간을 구분하는 완제품 칸막이와 오거나이저, 특별 제작된 방문과 창문 등 다양한 건축 자재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리모델링의 열기가 뜨겁다. 소비자들이 리모델링에 소비하는 액수는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엄청난 규모다”
전국 리모델링 협회의 회장인 마크 브릭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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