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리모델링 개조 열풍

2003-06-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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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개성·취미·경제력 한눈에…’

반 영구적 개념 탈피 가구처럼 패션화
집안 전체개조 ‘시리얼 리노베이션’유행

요즘 솜씨 좋고 가격 웬만한 페인터 구하려면 2주는 족이 기다려야 하고 타일 기술자에게 견적을 부탁하려고 전화해 놓으면 콜백도 잘 오지 않는다. 불경기라더니 웬말? 홈 리모델링 시장은 지난 몇 년간 다른 경기가 하강국면을 맞을 때도 계속 가파르게 상승만 했고 향후 이런 경향은 더 지속될 전망이다. 가구가 패션이라 떨어지지 않아도 새것으로 바꾸는 것처럼 요즘은 집안 전체를 바꾸는 ‘시리얼 리노베이션’이 유행이다. 1,70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리모델링 패턴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삼일 굶는 것은 남들이 몰라도 하루 헐벗는 것은 금방 알아차린다’고 외양을 중요시하며 입는 것에 치장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도 완전히 ‘평준화’됐다. 그러나 아직 집은 다르다. 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들르면 집 주인의 경제력, 인격, 취미, 안목, 살아온 내력 등을 굴비 두루미 꿰듯이 한눈에 주르르 꿰뚫을 수가 있다.
그래 그런지 요즘 ‘먹고 살만한 집’들은 뜯어고치고 늘리고 새로 칠하고 문짝 가는 것이 전국적인 유행이다.
낡고 망가지고 못쓰게 돼서 다시 고치고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슬라이딩 도어를 프랜치 도어로 바꾸고 부엌 타일을 그래나이트로 바꾸고 맨질맨질한 현대식 부엌 캐비닛은 오래된 중세풍이 도는 앤틱형에 창살 달린 것으로 교체하는 식이다.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의 한 부부는 이사 들어간 후 2층 매스터 스윗의 욕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욕실만 바꾸려고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한 사람 겨우 들어갈까 말까한 작은 욕조를 부부가 함께 온욕을 즐길 수 있는 로만텁으로 바꿔서 월풀도 넣고 바닥은 대리석인 라임스톤으로 깔았다.

욕실이 근사해지고 나니 지중해 양식의 욕실과 모던하기 만한 방이 안 어울려 안방을 새로 페인트칠하고 천장에 몰딩을 대고 카펫을 나무바닥으로 갈아보니 옆방과 복도가 눈에 거슬렸다. 2층 전체를 산뜻하게 칠하고 나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구식으로 보여 엉성해 보이는 나무난간을 걷어내고 모양낸 락 아이언으로 계단 가장자리를 둘러친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왠지 컴컴하고 칙칙하며 시대에 뒤떨어져 보였다.
이런 식으로 이 부부는 욕실 하나에서 시작한 리모델링이 집안 전체로 이어졌고 지난 5년간 공사 인부가 집에 들락거리지 않는 기간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미전국 홈빌더협회에 따르면 부엌, 욕실은 물론 패밀리 룸조차도 리모델링 기간이 10년 전보다 3배나 빨라졌다. 15년 전만 해도 집과 가구는 반영구적인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던 것이 ‘포터리 반’ 같은 집안 장식용 소매업체들이 줄줄이 체인으로 들어서면서 가구와 러그, 드레이퍼리 등 장식품이 패션으로 등장했고 요즘은 창문, 캐비닛, 도어도 패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 마치 카펫처럼 눈에 거슬리면 새것으로 갈아치우는 경향이다.
이렇듯 주택 개선인 홈 임프루브먼트는 건축 자재상들의 황금어장으로 홈디포만 해도 전체 매상의 40%를 주택 리모델링에서 올리고 있다.


■리모델링 시장 상승이유

주택값 오르고 저금리에 편승 화사한 건축자재 사치욕 부추겨


최근 몇년 동안 주택 값은 매년 7%씩 상승했다. 웬만한 동네에서는 첫주택 구입자라고 해도 35만달러는 손에 쥐어야 주택을 장만할 수 있게 돼버렸다. 그러자니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낡았다고 다른 집으로 달랑 옮기기보다는 고치고 칠해서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많아졌다.
저렴한 이자율도 에퀴티 융자라도 빌려서 집을 내 안목에 맞게 고쳐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의욕을 충동질 하고있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나오고 있는 건축자재 등도 소비자의 호사와 사치욕을 부추기고 있다. 창이란 햇빛을 받아들이고 바람을 막아주면 기능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런데도 밋밋한 슬라이딩 창문보다는 격자 창살로 모양을 낸 프랜치 도어로 호사를 부리고 싶어한다.


창문 제조업체로 유명한 앤더슨은 요즘 앤틱처럼 창살이 난 창문 한 개를 2,000달러에 내놓고 있으며 페인트 제조회사인 셔윈 윌리엄스에서는 1,400개에 이르는 다양한 색상을 선보이고 있어 자기만의 취향을 살리고 싶은 소비자의 달뜬 마음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게다가 홈 디자인 잡지, 캐털로그, TV 쇼 등에서는 연일 ‘소비자의 미적 감각과 품격을 높이고 싶은 고양된 마음을 자극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이다.


■얼마나 건질수 있나

투자액 따라 다르지만
평균 50~80% 정도
빨리 팔리는 효과도


◆부엌
뉴욕에서 하이엔드로 커스텀 체리 캐비닛과 프로급 부엌 가전용품, 그래나이트 카운터로 하려면 13만5,000달러가 든다. 집을 팔 때는 들인 돈의 60% 정도 건질 수 있다. 돈을 너무 많이 쓰면 쓸수록 본전 찾기는 힘들지만 집을 빨리 파는데는 효과적이다. 그래나이트 카운터는 중간색으로 선택하는 것이 팔 때 무난하다.
시카고에서 중간급으로 할 때는 5만4,000달러의 비용이 든다. GE급 가전용품에 세마이 커스텀 캐비닛, 코리언(Corian) 카운터 정도이다. 70% 정도 건질 수 있다. 공간을 확 트이게 하는 것이 요령이다.

◆매스터 배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하이 엔드는 5만4,000달러가 소요된다. 자쿠지에 싱크, 샤워, 변기가 각각 2개씩이어야 한다. 샤워 헤드도 여러 개면 좋다. 요즘은 부부라도 같이 쓰기를 원치 않으므로 싱크, 변기도 2개씩 설치하는 것이 새 경향이다. 브랙퍼스트 바가 있으면 금상첨화. 50% 건질 수 있다.

◆매스터 베드룸 증축
남편과 아내의 워크-인 클로짓이 따로 있어야 하고 창문도 새로 하려면 시카고 지역에서 3만7,000달러가 소요된다. 신규주택은 모두 넓은 매스터를 가지고 있으므로 바이어들은 오래된 집도 널찍한 매스터를 원한다. 70%는 건질 수 있다.

◆부엌 캐비닛 리페이스
33피트 캐비닛 프레임과 패널만 다시 하는데 시카고 지역에서 1만달러가 든다. 크림색이 무난하며 유리 패널이 유행이다. 80% 건질 수 있다.

◆나무바닥
리빙룸을 포함해서 7,000달러 정도 소요된다. 바이어가 제일 먼저 챙기는 것 중의 하나이다. 50% 정도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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