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값 올라 좋다만 재산세‘날벼락’

2003-06-12 (목)
크게 작게

주택가 급등으로 재산세도‘엄청’
재융자해도 저금리 실익 날아가

집값 오르는 것은 좋지만 고민도 있다. 바로 재산세 문제. 가격이 적당히 오르면 집을 팔고 이익을 챙기는-집을 투자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주택 소유주들에게는 최근의 집값 상승세는 보기 드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 집에서 오래 살고 또 앞으로도 그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주택가치 상승은 괜한 지출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주택가치 상승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고 있다.

주택가치 상승으로 인한 재산세 증가는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고 있으며, 과열된 주택시장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캔사스주 위치타 거주 은퇴 우편배달부 윌리 포티어는 “어떤 해는 재산세가 25%나 올랐다”며 울상이다. 그의 3베드룸 집에 대한 재산세는 현재 약 1,300달러로 지난 1999년 이후 60% 이상 올랐다.


재산세는 지방정부의 단일 최대 수입원.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주 및 지방 정부가 징수한 재산세는 무려 2,850억달러로 2001년보다 9% 늘었다.

주택소유주 입장에서 보면 재산세는 모기지 페이먼트 다음으로 큰 지출. 최근 40여년만의 초저금리로 재융자를 받은 가정이 크게 늘었지만 재융자를 통해 줄인 페이먼트가 재산세 증가로 상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산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지방 정부가 재산세 세율을 올리거나 주택 가치가 상승하면 재산세는 더 많아지는데 현재 대부분의 지방 정부들은 재산세 세율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세수 증액을 위해 재산세 세율을 높였겠지만 요즘은 가만히 앉아서 세금을 더 거둬들이고 있다.

세금 인하를 위한 시민단체인 전국 납세자 연맹(NTU)은 “납세자의 분노와 우려가 2년 전에 비해 두배는 수위가 올라간 상태”라고 전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한 집에 오래 사는 대다수의 주택 소유주들에게 주택가치 상승은 서류상의 재산증가일 뿐. 실제로 주택가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 실현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세금은 어김없이 매겨지니 분노할 수밖에. 이들에게 주택가치 상승은 단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재앙일 뿐이다. 최근 초저금리의 혜택도 재산세에 쓸려가 버리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20만달러짜리 집을 16만달러를 6.5% 30년 고정으로 융자받아 받을 경우 월페이먼트는 1,011달러. 재산세는 주택평가액 1,000달러당 15달러이므로 이 집에 대한 재산세는 일년에 3,000달러가 된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남은 주택 모기지가 15만달러로 이를 5.5%에 재융자 받으면 월페이먼트는 890달러로 일년에 모기지 페이먼트를 1,450달러 줄이게 된다.

그러나 최근 주택가격이 매년 15% 이상 상승하고 있는데 따라 이 집은 30만달러로 평가 상승한다. 결국 일년에 재산세를 1,500달러를 더 내게 된다. 낮은 이자로 인한 페이먼트 삭감효과는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마는 셈이다.
그렇지만 재산세를 많이 낸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더 많이 낸 재산세가 동네 공원과 학교, 도로 등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쓰여진다면 결국은 주택의 재산가치를 더 높이게 되므로 자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