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혼란스러운 주소

2003-06-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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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아무리 처음 찾아가는 집이라도 주소와 지도만 가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도로 이름이 없고 길가에 번지도 없기 때문에 초행길을 찾기란 어렵다. 찾아올 사람에게 집의 위치를 설명하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린다. 어떤 모양의 건물을 돌아서 ‘굴뚝 뒷집’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 주소만큼 혼란스러운 것도 없다. 미국 행정은 모든 것이 분명하고 정확하다고 믿지만 우편용 주소와 행정상 주소가 다른 곳이 많다. 그리고 일반 지도와 지적도상의 길 이름이 다르기도 하다.
한 집에 4개의 다른 주소가 있을 때 어떤 주소를 사용해야 하느냐? 필지 2개에 건물이 2개 있을 때 한 개의 주소만 계약서에 기재했다고 하자. 판매자는 한 주소에 대한 부동산을 판매했지 나머지는 판매 안 했다고 주장한다면 구입자는 하늘 쳐다보고 하소연하는 길 밖에 없다.
부동산 매매 절차와 등기이전 세금은 우편 주소보다는 행정 소재지 주소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난다.
1. 여러 주소가 있는데 계약서에는 한 개만 기재
한 부동산에 몇 개의 주소가 있는데도 계약서에 주소 한 개만 기재해 구입한 부동산이 누락된 경우도 있다. 마켓에서 배추와 상추를 샀다. 집에와 보니 배추는 빠지고 상추만 있는 경우와 같다.
폰태나 시에 있는 한인 최씨는, 한 지번에 우편 주소가 4개 있다. 도로 이름도 2개다. 귀퉁이 집이다.
즉 (1)1040 Live Oak Ave. (2)14882 Slover (3)14876 Slover Ave. (4)10480 Slover Ave.이다. 같은 길인데도 번지 차이가 4,400까지 차이가 난다.
옛날에 한 필지에 2개의 주택이 건축되어 있었다. 한 주택을 개조해서 가게로 만들었다. 이런 경우에는 한 주소로 통합시키는 것이 좋다.
한 부동산에 몇 개의 주소가 있으면 불편하고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긴급한 문제로 경찰 호출, 구급차, 화재 같은 것을 당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우편배달 문제도 있다. 리버사이드 시청 건축과의 한 직원은 한 집에 6개의 다른 주소가 있는 것을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계약서에는 우편 주소도 중요하지만 지번과 법적 위치 확인서가 뒤따라야 법적 효력이 있다. 부동산 계약을 할 때는 지번, 법적 위치 확인 설명서가 있어야만 위치 확인이 된다.
2. 주소가 몇 개로 사용되는 원인
1900년에 있던 주소가 현재는 다른 길 이름 또는 다른 번지로 되어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더구나 1963년부터 우편지역(zip code)을 만든 이후 행정 구역과 우편 주소가 뒤섞여져 혼돈을 주고 있다.
시청에서 어떤 특정 지역을 새로 재정비하거나 새로운 도로 이름을 지정하기도 한다. 카운티(County) 행정 구역이던 것을 시 구역으로 귀속시키면서 시 번지에 맞추어 나감으로써 옛날 번지는 시에서 사용하는 번지로 변경된다.
이때에 과거 카운티에서 사용하던 번지를 계속해서 현재까지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에 2개의 주소가 난립된다.
시에서 기존 도로 이름을 새 이름으로 변경시키면서 과거 길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시청에서 도로 이름 변경으로 주소가 변경될 때는 여러 관련 기관에 통고를 해서 주소 변경을 시킨다.
건물의 번지뿐만이 아니라 지번(parcel)도 잘못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타자 오류나 번지 부착 오류, 측량 잘못, 분할 잘못, 도로 간판 부착 잘못도 있을 수 있다.
지도상에 있는 길 이름과 도로 표시판 길 이름 그리고 우편 주소에 나타난 길 이름이 모두 다른 것도 볼 수 있다. 페리스 시의 한 곳은, 지도상의 길 이름은 Frontage Rd.인데 우편 주소는 Nevada Ave.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3. 주소변경 신청
주소와 관련된 정부 기관은 14개 부서나 되며 그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다. 주소변경 신청은 건축과에서 담당하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체국에서도 변경된 주소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한 부동산에 여러 개의 주소가 난립하므로 많은 불편을 겪게 된다. 한 부동산에 많은 주소가 있으면 ‘한 입으로 두말 하는’ 것과 같이 혼란스럽다.
(909)684-3000

김 희 영
<김희영 부동산/ 융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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