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국법 적용’업계 거센 반발

2003-06-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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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테러자금 돈세탁 빌미 부동산 유입 규제

애국법(USA Patriot Act)을 부동산 거래 시에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부동산 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제정된 애국법은 은행이나 현금을 취급하는 업소들에게 수상한 거래를 보고하게 하여 테러리스트나 불법단체들의 돈 세탁이나 현금 유통을 방지하려는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애국법이 부동산 업계에 적용되지는 않고 있으나 지난 4월, 애국법의 돈세탁 관련 규정을 총괄하는 재정범죄방지 네트웍(FinCEN)은 테러단체나 범죄단체들이 불법행위로 얻은 자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을 구함으로써 부동산 업계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이런 FinCEN의 움직임을 감지한 많은 부동산 관련 변호사들과 에이전트, 브로커, 타이틀 보험 에이전트 등은 다같이 테러단체들이 부동산을 이용해 저지른 뚜렷한 범법행위의 행적이나 증거도 없이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면 엄청난 돈과 시간이 낭비될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FinCEN은 아직 애국법을 부동산 업계에 적용할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4월10일 발행된 페더럴 레지스터에 실린 FinCEN의 기고에는 부동산업계를 규제하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 기고에는 90년대에 마약딜러들이 마약판매에서 얻은 자금으로 주택을 구입한 선례들과 “부동산 거래는 좋은 돈세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1996년 연방 법무협의 리포트가 들어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겨우 4건의 선례와 리포트 하나로 수백만달러의 비즈니스를 규제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며 실질적으로 테러단체들이 부동산을 이용 돈세탁을 한 실례를 소개하라고 항변한다. 그리고 현금화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동산은 테러단체들이 생각하는 최우선의 돈세탁 방법이 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애국법을 부동산 업계에 적용하여 고객의 인종적 배경이나 종교, 출신국가 등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을 위반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으며 부동산 변호사들이 고객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게 된다면 이 역시 변호사-고객간 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을 위반하게 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FinCEN은 투명한 부동산 거래를 하는 것이 인종차별과는 거리가 멀며 부동산 거래에 관여하는 변호사 업무는 전통적인 변호사 업무와는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FinCEN은 아직은 애국법을 어떻게 부동산 업계에 적용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라고 말하며 지금은 돈세탁 등의 불법자금 유통에 취약성이 있는 부동산 업계에 대한 확인조사만 겨우 시작한 단계하고 덧붙였다.

부동산 브로커 중에서는 자신들은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돈을 직접 만지지 않음으로 FinCEN의 애국법 적용 범위 안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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