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리의 미학’

2003-05-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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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셀러 한 분이 집을 팔기 원해 방문했다. 집 앞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감격하리만큼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단장되어 있음을 느꼈다. 누런 잎 하나 없이 깔끔하게 가꾼 장미꽃이 화사하게 반기는 입구를 지나 집안에 들어서니 은은한 꽃향기에 주인 내외가 잘 다려진 셔츠를 단정히 입고 예의 바르게 방문객을 맞는다.

잘 생각해 보니 이 집은 한 10년 전에 한번 보았던 집이다. 그 당시 층계는 삐걱대고 화장실은 지저분하고, 차고에 전깃줄이 벽으로 어지럽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수영장도 얼룩얼룩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안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나고 정원도 물론 누렇고 삭막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안 팔리고 있던 집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다시 보았을 때도 크게 플로워 플랜이 바꾸었다든지, 없던 방이 생겼다든지 하는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도 완전히 다른 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말할 것도 없이 잘 가꾼 때문이었다. 인스펙션을 해보니 거의 결함을 잡을 곳이 없을 만큼 집 컨디션이 훌륭했다. 집주인은 지붕이나 플러밍, 수영장 등은 자주 체크하고 작은 문제점도 지나치지 않고 그때마다 손을 보아 왔다고 한다. 따라서 그 집은 주위의 시세보다 감정가격이 5만달러 정도 더 비싸게 나왔고 결국은 셀러가 원하는 가격에 금방 팔려 버렸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좀 비싼 듯하게 산 것도 사실인데도, 집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행복하다고 한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이 집은 관리를 잘한 까닭에 빨리 팔리고 남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한인들의 경제 규모가 엄청나게 커져서 우리 모두가 알듯이 윌셔가에 고층빌딩들도 많이 사들이고 많은 상가 건물, 아파트 등이 한인소유인 것이 사실이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최근에는 골프장도 여러 곳 한인들이 인수하고 경영하고 있다. 얼마 전 아는 분의 초대로 99년에 문을 연 한 아름다운 골프장에 간 일이 있었다. 그때도 느낀 건 어쩌면 이렇게도 열심히 쓸고 닦고 가꾸고 관리를 잘한단 말인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한인들이 인수하면 우선 관리비용부터 절감한다고 하는 말들을 한다. 작게는 내 집부터 자주 손보고 깨끗하게 유지하고 정원에 계절 꽃이라도 심어 집 분위기를 산뜻하게 하면 사는 동안 기분 좋고 팔 때 비싼 값에 빨리 팔 수 있다.

샤핑센터나 사무실 빌딩, 아파트 등도 테넌트들이 불편하거나 불쾌하지 않게 조그마한 문제점이라도 빨리 해결해 주고, 건물 안팎을 자주 손보아 깨끗하게 유지하면, 렌트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어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다. 관리에 쏟는 돈과 정성이 많을수록 긴 안목으로 본다면 현명한 투자의 지혜가 아닐까?

그러자면 처음에 집이나 건물을 구입할 때 다운페이를 좀 넉넉히 하여 경기에 관계없이 운영자금에 쫓기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부동산투자에 있어 ‘관리’ 또한 투자의 한 유형임에는 틀림없다.
(213)380-5050

수잔 황
<시티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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