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문 에이전트 시대 “이것 저것 보다는 하나로 승부”

2003-05-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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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런드리·카워시 등 세분화… 6~7개 업종에 30~40% 몰려
차별화로 어필… 업계동향·노하우 등 잘 알아 거래 성사 수월

‘에이전트들도 전문화시대’

한두 가지 업종만을 전문으로 하는 한인 에이전트들이 늘고 있다. 주거용, 커머셜, 비즈니스 등 큰 카테고리뿐 아니라 요즘은 세탁, 마켓, 카워시, 뷰티 서플라이, 호텔, 비디오, 샌드위치 샵, 자동차업소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에이전트들의 마케팅이 ‘종합’에서 ‘전문’ 쪽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에이전트들의 ‘특화’에 대해서는 업계 특성상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에이전트 수가 양적으로 크게 불어난 것도 큰 요인이다. 여기다 한인들의 진출업종이 갈수록 늘어나 사실상 이를 다 소화하기 힘들고 차별화가 고객 유치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세탁, 코인 런드리, 카워시, 마켓, 식당, 리커스토어 등은 대표적인 특화 업종이다. 업계는 비즈니스 전문 에이전트의 경우 6~7개 업종에 30~40% 이상이 몰려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GMAC 프리미어’의 제프 이 사장은 “대부분 바이어나 셀러는 에이전트들간의 뚜렷한 차이점을 못 느끼기 때문에 ‘전문’을 내세우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라며 “특히 경쟁은 심화되고 고객들이 갈수록 에이전트에게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업계 1년 차인 한 에이전트는 “막상 리스팅을 받아도 영 모르는 업종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설명을 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에이전트들의 타겟 마케팅도 눈에 띈다. ‘세탁소를 주름잡는 사나이’ ‘카워시 전문인’ ‘식당밖에 모릅니다’ ‘뷰티 서플라이 경력 10년’ 등 ‘전문성’을 철저히 내세운다.

바이어나 셀러 입장에서도 ‘전문’을 찾게 되는 경향이 많다. 얼마 전 세리토스에 세탁소를 차린 임모씨는 “전문 에이전트들의 경우 일단 리스팅이 많고 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들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이 같은 ‘특화’ 에이전트들 중 상당수는 ‘전직’이 큰 배경이다. 10여년 이상 카워시 업계에 몸담았던 ‘리얼티 클럽’ 조국훈씨의 경우 올 초 에이전트로서의 첫 발을 내디디며 처음부터 자신의 장기인 카워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씨는 “시작한지 얼마 안된 입장에서 신뢰감도 주면서 노하우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카워시 전문으로 나섰다”며 “에이전트를 하기 이전에도 많은 바이어들에게 카워시에 대한 카운슬링을 해준 경험이 있어 비즈니스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10여년간 다운타운에서 의류업소를 운영했었던 ‘리맥스’부동산의 단 이씨도 “일단 너무 잘 알고 있는 업종이라 ‘감’이 있다”며 “바이어에게 업계 동향은 물론 노하우 등도 전해줄 수 있으며 거래를 철저히 검토하기 때문에 말썽의 소지도 줄일 수 있다”며 특화의 이점을 설명했다.

뷰티 서플라이와 자동차업소가 전문인 ‘아메리칸 리얼티’의 최성민씨는 “오랜 기간 전문업종만 취급하다 보면 고객의 입 소문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꽤 많다”며 “상대적으로 리스팅을 많이 확보하고 고객을 분류, 관리해 거래 실적의 70~80%가 이들 업종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의 초호황으로 경력이 일천한 새내기 에이전트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파트 타임’ 에이전트들이 늘어난 것도 한 이유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2~3년 새 새롭게 업계에 뛰어든 에이전트 중 상당수는 현업 비즈니스 업주일 것”이라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쟁을 피하기 위해 한두 가지 업종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카 리얼티’의 최성민씨는 “회사측에서도 처음 시작하는 에이전트들에 대해서는 전문 업종을 정하라고 강조하고 이들 업종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킨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인 부동산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고 업종 수요가 다양해져 수요가 꾸준한 업종만 잘 찾으면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며 “에이전트들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특화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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