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기침체땐 에퀴티가 효자”

2003-05-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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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소유주들 불경기 속 자금 운용에‘숨통’

실업률 상승 불구 차압은 감소
에퀴티 융자로 재정 위기 모면

더딘 경기회복에도 불구 주택소유주들이 집 값 폭등에 따른 에퀴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올 들어 LA카운티에서 거래된 주택의 중간가는 두 자리수나 오르는 등 초강세, 당연히 주택 감정가에서 모기지융자 잔액을 제하고 남은 에퀴티는 몰라보게 불어났다. 40년래 최저수준인 모기지 금리로 재융자를 하는 주택소유주도 크게 늘었지만 커진 에퀴티를 이용한 홈 에퀴티 융자도 급증세다.
연방은행에 따르면 지난 해 재융자와 홈 에퀴티 론, 주택가 상승에 따른 양도소득은 무려 7,000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재융자와 홈에퀴티 론 등에 따른 자금은 지난 2000년 이후 늘어난 가계 지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미 경제에도 큰 역할을 했다. 주택소유주들이 불어난 에퀴티를 이용, 고리의 크레딧 카드 부채와 자동차 융자를 갚거나 집수리, 혹은 다른 부동산 구입 등에 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기와 구직시장이 좋지 않은 때의 가장 큰 역할은 ‘집을 뺏기지 않게 하는 일’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실업률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주택 차압은 오히려 감소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1만3,000여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 1·4분기 주택소유주 중 20%만이 차압의 첫 단계인 노티스를 받았을 뿐이다.
무더기 주택 차압사태가 있었던 지난 90년대 초 와 다른 점은 높은 페이먼트 등 재정적 위기에 봉착해도 집 값이 워낙 치솟았기 때문에 에퀴티 융자를 이용하거나 집을 매각해 차압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현재 렌더로부터 월 페이먼트 체납에 따른 독촉장을 받은 주택소유주 중 80%가 집을 매각, 융자금을 갚거나 에퀴티 론을 이용, 재정 위기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LA 크레딧 카운슬링 오피스의 관계자는 “보통 월 350-400달러 정도를 갚고 있지만 이자율이 하락하면 만 달러대 체크를 보내는 경우도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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