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진 공포에 떨어도 “지진 보험은 No”

2003-05-08 (목)
크게 작게

캘리포니아 주택소유주중 15%만이 가입
주정부 보험료 비싸고 혜택적어 외면
연방 재해 보상·융자 적어 보험가입 필요

캘리포니아 지진 기구(CEA)가 관장하는 지진보험 가입을 고려중이라면 다음 사항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가입한다면


·거라지나 수영장등 부속건물은 카버되지 않는다.
·집안의 물품에 대한 카버리지는 제한적이다.
·디덕터블이 10%내지 15%에 이르므로 경미한 피해나 중간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실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료가 대개 주택화재보험의 3분의1 정도이나 지진발생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안 든다면

·디덕터블은 더 낮고 보험료는 좀 더 높은 사설 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
·연방 재해 무상지원액은 많아야 대개 1만5,000달러에 그친다.
·주택 수리 및 복구를 위한 SBA 융자 한도액도 20만 달러 이내다.

남가주에는 300개 이상의 지진대가 얼키설키 얽혀있다. LA일원만해도 100개정도의 지진대가 지나며 최근에는 진도 7.5의 강진을 일으킬 수 있는 푸엔테 힐스 지진대가 25마일에 걸쳐 형성돼 있음이 새로 밝혀졌다. 노스리지 지진의 악몽을 경험한바 있는 남가주 주택 소유주들은 지진을 생각하면 밤잠을 못 이룰 만도 하다.

굳이 빅원이 아닐지라도 중간급의 지진만 발생해도 수만달러의 주택피해를 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진보험 가입은 오히려 크게 줄고 있다. 노스리지 지진후 1996년 주정부 지진보험이 시작됐을 당시만 해도 주내 주택소유주의 약 30%가 지진보험에 가입해있었으나 지금은 지진보험 가입자가 15%에 불과하다.

이유는 의무보험이 아닌데다 경제사정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 지진보험의 주류를 이루는 캘리포니아 지진 기구(CEA) 보험에 문제가 많은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지진보험에 가입해 있는 경우라도 현재의 주정부 지진보험은 디덕터블이 너무 높고 주택내 물품들에 대한 카버리지가 너무 제한적이며 주택에 연결된 거라지와 수영장, 기타 부속 구조물은 카버 조차 되지 않고 있어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충분한 복구가 어렵다고 소비자 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 및 보험 관계자들은 경제가 좋지 않고 주민들이 지진의 악몽을 점점 잊어서 지진보험이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노스리지 지진 당시 큰 피해를 당했던 주택소유주마저 현 지진보험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우전옥스에 거주하는 미쉘 렉킨은 지난 1994년 새벽 4시31분 악몽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창문이 부서져 나가고 파이어플레이스가 무너져 내렸다. 수리비용은 12만 달러 이상이 나왔는데 보험이 없었다. “빅원이 발생하면 피해가 너무 커서 보험도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진보험에 들지 않았던 그는 결국 SBA의 저리 융자를 받아서 복구 수리를 했다.

보험이 없어서 고생을 경험했건만 그는 지금도 지진보험을 갖고 있지 않다. “돈만큼 값을 못하기 때문에 안 들고 있다”는 것이다.
반관반민 형태인 CEA는 현재 주18개 보험사를 통해 지진보험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 96년 창설이래 70억달러 이상의 보험료를 거둬놓고 있어 기금이 충분하다고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디덕터블도 높아서 노스리지 지진이 두 개나 발생해도 감당해 낼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CEA 보험은 보험료가 너무 비싸고 카버리지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높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카버리지는 낮은데 보험료만 지나치게 비싸다”며 “지진이 발생해서 집이 무너져 내렸을 때 필요한 복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는다.

더 좋은 카버리지를 가지고 싶다면 사보험사 운용 지진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 CEA에 참여하지 않은 사보험중 가장 큰 파이어맨스 펀드 인슈런스는 지진발생 위험이 지나치게 높은 지역은 제외함으로써 보험료가 낮은 지진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CEA에는 75만, 사 보험에는 40만 가구가 가입해 있다.

현재 지진보험을 갖고 있는 가구는 15%. 화재보험과 달리 렌더가 의무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주택 소유주들이 큰 지진이 안 일어나는 쪽에 베팅을 하고 있는 셈이며 만약 지진이 일어나면 연방정부의 재해 그랜트나 융자에 기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그랜트는 대개 1만5,000달러 안쪽이다. 재해로부터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지진보험이 최상의 정책이며 달러 손실당 복구액을 따지면 보험이야말로 최선의 수비라고 보험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연방 저리 융자도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SBA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리 및 복구비용은 최고 20만 달러. 이 액수로는 빅 원이 발생했을 경우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남가주의 경우 스퀘어 피트당 건축비용이 평균 175달러내지 200달러이므로 2,000스퀘어 피트의 주택 만해도 건축비는 35만내지 40만 달러가 소요된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의 70%는 지진대에서 30마일 안쪽에 살고 있다. 대다수가 지진보험을 외면하고 있지만 막상 지진이 발생하여 집이 부서지면 보험에 들었더라면 하고 후회할 것이라고 보험관계자들은 지진보험 가입을 권하고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