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융자 프로그램과 거주 기간의 의미

2003-05-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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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엔 융자 프로그램과 거주기간의 상관 관계와 의미를 알아보기로 하자. 정말로 아이러니한 사실이지만 너무도 많은 융자 수요자들이 주택을 매입하거나 재융자를 계획할 때마다 예상 거주기간과 무관한 기간(term)의 융자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상 최저의 이자율을 기록하고 있는 최근에는 더욱 더 심화돼서 거의 90% 이상의 융자 수요자들이 15년 또는 30년 고정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일한 액수를 융자하면서 이자율이 낮다는 것은 약속된 원금회복을 똑 같이 받으면서도 반면에 약속된 이자 지불 총액은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 단순 명료한 사실 때문에 이자율이 낮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주택 매입을 서두르거나 재융자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자율의 변화로 제공된 단순한 이득과 혜택만을 생각할 뿐 거주기간에 근거한 또 다른 프로그램의 선택으로 얻게되는 더 큰 이득과 혜택에 대해선 너무나 많은 융자 수요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필자가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한인 주택 소유들이 처음 매입한 주택의 평균 거주기간은 5~7년 정도이며 30년 거주는 1%도 채 안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평균 거주기간을 두고 볼 때 별반 차이 없는 원금 회복을 위해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하는 장기고정 융자를 받음으로써 돈을 낭비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처음 집을 살 때 거주기간을 예상치 못한 A란 사람은 30년 고정을 5.75%의 이자율에 32만달러를 융자받고 B와 C라는 사람은 각기 예상 거주기간을 근거로 B는 7년 고정(Balloon 기준)에 5.125%, C는 5년 고정에 4.875%의 이자율로 32만달러를 융자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모두 5년 후에 소유주택을 매각했다고 가정할 때 A에게 남은 잔여 원금(Remaining Balance)은 29만6,839달러며, 5년 동안의 총 페이먼트는 11만2,046달러다. 반면 B는 총페이먼트 10만4,541달러에 잔여원금은 29만4,396달러며, C는 총 페이먼트 10만1,608달러에 잔여원금은 29만3,327달러다.
결국 A는 단지 30년이라는 장기고정을 선택한 대가(?)로 C보다 페이먼트와 잔여원금에서 1만4,000달러 정도의 손해를 보게 된다. 이는 결국 더 작은 원금 회복을 위해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온 결과가 되고 A가 C보다 더 나은 혜택을 누린 건 오로지 30년이라는 장기 고정의 정신적 안정감뿐이다.
주택융자는 단순한 은행의 저축성 계좌(Saving Account)가 아니다. 돈을 더 내서 버는 게 아니고 적게 내서 버는 것이다. 장기 고정 융자를 무조건 선호하는 것은 마치 5년 후면 현재 매입한 새 차를 바꿀 계획이면서도, 10년 동안 고장이 없는 차를 사는 것과 같다. 5년 동안 고장 없는 차 대신에 내용의 차이 없이 단지 안정감을 더 오래 느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돈을 더 지불하고 무의미한 기간을 연장 받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예측 불허의 인생 속에서 예상과 계획은 종종 여지없이 어긋난다. 그러나 예상과 계획이 없는 인생은 인생 전체가 어긋나기 십상이다. 판단 없이 내재돼 왔던 고정관념을 버리고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하는 지혜로운 선택이 융자에서도 필요하다. (213)792-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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