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대가 함께 떠나는 효도관광

2003-05-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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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은 어머니 날. 어머니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어머니가 살아 계신 사람이라면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한번은 생각하게 되는 고민이다. 마음 같아서는 진수성찬을 차리고, 꽃을 한아름 안기면서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싶지만 요즘 신식 어머니들은 그런 법석보다 가까운 곳으로 아들 손자 손을 잡고 가족들과 의미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런 부모들의 마음을 아는지 캘리포니아의 각 관광지들은 5월초가 되면 각종 마더스데이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고 ‘효자관광’을 홍보한다. 남가주 최대의 인공 꽃단지 캘스배드에서는 마더스데이를 마지막으로 형형색색의 래너클러스 단지를 일반에게 공개하면서 시즌 피날레 행사를 연다. 한때 남가주 최대의 은광촌이었지만 지금은 고스트타운을 표방하며 관광지로 다시 태어난 바스토우 인근의 칼리코에서도 마더스데이를 맞아 대규모 스프링 페스티벌을 펼친다.

오렌지의 도시 필모어에서는 마더스데이 열차여행을 실시하고 요세미티 인근 배스 레이크에서도 어머니날 특별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주말 부모를 모시고 각종 스프링 행사가 풍성한 캘리포니아의 관광지들로 봄 여행을 떠나 보자.



칼리코 (CALICO)

칼리코는 남가주에서 가장 유명한 은광촌이자 고스트타운이다. 서부 개척사의 숨길을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이 곳에서 매년 마더스데이를 맞아 대규모 스프링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칼리코는 1881년 은이 발견되면서 처음 타운이 세워졌다. 한때 20개의 살롱과 차이나타운이 있을 정도로 번창했지만 1907년에 폐촌이 되었다가 월터 노트라는 사람이 1951년 옛 모습을 되살려, 고스트타운 테마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001년 7월 타운에 불이나 일부 건물들이 소실됐는데 지난해 1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모든 시설을 복원하고 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다.

봄철에는 기온이 온화하고 지대가 험하지 않아 노부모를 모시고 방문하기 좋은 곳인데 3일 동안 계속되는 축제에는 컨트리 웨스턴 라이브밴드가 등장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웨스턴 플레이 그라운드가 마련된다.
보안관과 은행을 털어 돈을 챙긴 듯 한 서부의 갱들의 총격전이 행사장에서 펼쳐진다. 서부지역 미국 전통 음식인 칠리(chilli) 요리 경연대회가 열리고 스프링 페스티벌 특별 기차가 운행된다.

은광촌은 처음 입구에 들어갈 때부터 재미있다. 입구 초소로 보이는 곳에 있던 서부의 사나이가 다가와 권총을 들이대며 손들라고 소리친다. 겁이 날 정도로 연기력이 대단한데 세수하지 않은 얼굴, 때가 낀 옷과 모자들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영화 세트 같은 마을로 들어서면 허름한 목조 집들, 바, 수공예집들이 서부영화에서 늘 보던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가슴 높이의 쪽문을 열고 바에 들어가면 수염이 텁수룩한 사내들이 시커먼 시가를 입에 물고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바에서 수염이 멋진 백발의 할아버지가 나와 바 앞에 있는 낡은 피아노로 신나게 피아노맨을 연주한다. 마을에 조그만 우물이 있고 죄인을 처벌하는 교수대, 그리고 저 편에 교회, 마을의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던 마차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탄광 박물관에 가면 좁은 갱도에 채굴에 사용하던 연장들이 전시되어 있다. 두 개의 대형 캠핑 그라운드가 있으며 12명이 숙박할 수 있는 벙크 하우스도 타운 내에 있다. 결혼식 등 각종 행사도 열 수 있다. 개장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일몰까지이며 입장료는 성인 6달러. 어린이 3달러. 가는 길은 15번 노스를 타고 바스토우를 지나면 만나게 된다. 바스토우에서 북쪽으로 10마일 지점에 있다.
문의: (760)254-2122
www. calicotown.com


칼스배드

남가주에서 지난 5년간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관광도시 칼스배드(Carlsbad)는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하기 매우 알맞는 도시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절경의 해변과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갖고 있어 효도관광지로 최적지라 할 수 있다.
특히 봄철이면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꽃단지(Flower Field)가 만개해 평일에도 칼스배드에는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오는 11일 마더스데이를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형형색색의 래너클러스가 언덕 들판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꽃단지. 마치 동화 속에나 등장하는 환상의 나라에 온 듯한 즐거운 착각 속에 빠지게 하는 이 곳은 50에이커 규모로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게 퍼져 있다.


코앞에 보이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구릉 사이사이 난 꽃길을 걷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가족 나들이 장소로 너무나 좋은데 이번 주말 마더스데이 맞아 라이브 공연 등 특별행사가 이어진다. 장미 가든 역시 어머니날 스페셜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어린이들을 위한 트랙터(tractor) 타기도 열린다.

꽃단지에서는 농장에서 직송한 신선한 딸기, 토마토, 아보카도 등 과일, 채소 등과 단지에서 재배한 각종 꽃과 씨앗, 묘목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단지의 입장료는 성인 5달러, 어린이 3달러이며 단지는 오는 5월1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일몰 한시간 전까지 문을 연다.
문의: (760)431-0352
www.theflowerfields.com


꽃구경을 끝내고 아름다운 해변가로 잘 만들어져 있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하이킹을 즐기면서 갈매기가 한가롭게 날개짓하는 백사장에서 조개껍질 줍기에 몰두해 있는 아이들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운 빌리지에는 각종 골동품 샵과 카페,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가는 길은 LA에서 5번 프리웨이 사우스를 타고 1시간40분 정도 가다가 오션사이드를 지나서 칼스배드로 들어가는 칼스배드 빌리지 드라이브(Carlsbad Village Dr.)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내려 우회전하면 빌리지에 도착한다. 꽃단지는 칼스배드 빌리지 드라이브를 지나서 나오는 팔로마 에어포트 로드(Paloma Airport Rd.)에서 내려서 좌회전하면 바로 단지에 도착하게 된다.


배스 레이크

요세미티를 초입의 오크허스트(Oakhurst)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배스(Bass) 호수는 요세미티를 방문하면서 추가로 여행 스케줄에 넣기 좋은 곳이다. 호수를 둘러싼 전나무와 소나무의 향기가 싱그럽고 호수가로 호젓한 피크닉 장소가 여러 개 있는데 고운 알의 모래사장을 끼고 있어 수영도 가능하다. 보트와 제트스키 등을 렌트할 수 있는 배스 호수에는 200여 사이트의 캠핑 그라운드도 있다. 호텔이나 캠핑장을 예약하기 힘든 요세미티를 부모님과 함께 방문할 때는 배스 레이크 지역에 숙박업소를 잡는 것이 매우 현명하다.

마더스데이를 맞아 열리는 스프링 페스티벌에는 라이브 콘서트와 그림 전시회, 골동품, 수공예품 전시회가 열리고 보트 쇼도 진행된다. 호수에 있는 대형 호텔 파인 리조트(Pine Resort) 내에 있는 듀시스(Ducey’s) 레스토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호숫가의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격조 높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객지에 나가면 음식이 걱정이 되는데 이 곳에는 버거킹을 비롯한 각종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며 멕시칸, 이태리, 중식, 일식 레스토랑도 있다.

인근에는 시에라 마운틴의 절경을 감상하는 더 시에라 비스타 시닉 바이웨이(The Sierra Vista Scenic Byway)가 있다. 100여마일에 달하는 바이웨이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시에라 마운틴의 파노라믹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프레즈노 돔(Fresno Dome), 20층 높이의 자이언트 세코야 나무들이 있는 넬더 그로브(Nelder Grove), 아름다운 준봉들을 배경으로 낚시를 즐기는 매머드 풀(Mammoth Pool) 저수지 등이 유명하다.

30개 이상의 캠핑장들이 바이웨이 인근에 있는데 대부분의 캠핑장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5월부터 문을 연다. 10여개의 피크닉장도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바이웨이의 일부는 비포장 도로로 이어지지만 일반 차량이 지나다니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100여마일의 산간도로를 돌려면 4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인근에는 6개의 골프장이 있다. 타운 중심부에서 7분 거리에 있는 리버 크릭(River Creek)은 9홀이지만 3,300여 야드의 쉽지 않은 코스이다. 떡갈나무 숲 언덕 위에 조성된 페어웨이가 주위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다. 티타임 예약은 (559)683-3388로 하면 된다.
오크허스트는 국립공원 중심지인 요세미티 빌리지로부터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인구는 3,000여명에 불과하지만 호텔 객실은 3,500개가 넘는 요세미티 인근 최대의 관광도시이다. 고급 호텔보다는 중간급 모텔들이 대부분이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서비스가 좋은 것으로 평이 나 있다.
문의: (559)683-4636
www.go2yosemite.net

필모어 어머니날 기차

오렌지밭 사이를 달리는 필모어 열차가 어머니날을 맞아 11일 ‘마더스데이 스페셜’ 열차를 운행한다. 식사를 서브하는 2시간반의 기차 여행은 필모어 센트럴 역을 출발해 헤리티지 밸리의 아름다운 산간을 배경으로 샌타폴라 역까지의 구간을 왕복한다. 기차는 이날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출발한다. 가격은 성인 43달러, 청소년 23달러, 어린이(5~13세) 20달러. 티켓 구입 및 문의: (800)773-8724, www.fwry.com

선셋 지는 필모어를 ‘서부 베스트시티 20선’에 선정한 바 있는데 워낙 예전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종종 할리웃 영화의 배경으로도 많이 나온다. 시청 옆에는 기차 박물관과 분위기 있는 양조장(Giessinger Winery, Santa Clara St.) 그리고 비지터 센터(275 Central Ave. (800)700-1251)가 있어 부모님과 함께 주말관광을 하기 좋은 곳이다. ‘선키스트’ 등 대형 오렌지 공장들이 타운에 들어서 있어 또 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필모어는 LA에서 5번 프리웨이를 타고 가다가 매직 마운틴을 지나서 나오는 126번 하이웨이 웨스트를 타고 가면 나온다.
문의: (805)524-2546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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