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홈 인스펙션의 세계

2003-05-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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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 기기의 관리

타운에 위치한 1940년대에 지어진 집의 검사를 의뢰 받고 먼저 외부의 이런저런 사항들을 검사하기 위해 집 둘레를 두어 바퀴 돌았다. 집안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습관처럼 살펴보고, 검사하는데 왠지 좋지 않은 냄새가 느껴졌다. 지난 며칠 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서 환기를 제대로 시키지 않았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였다. 부엌과 목욕탕은 예상보다 훨씬 깨끗하였고 배관 설비도 현대식으로 교체되어서 새는 곳 없이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집을 팔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엿보였다.
처음 집안에 발을 들이면서 느꼈던 냄새에 대한 의문점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복도의 벽장 안에 설치된 냉난방기의 일반적인 상태에 대한 점검이 끝나고 난방을 시켜보니 각 방의 통풍구를 통하여 그리 좋지 않은 냄새가 온 집안에 퍼졌다. 작동을 중지시키고 다시 한번 냉난방 설비를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 그동안 집주인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주 교체하거나 청소를 해주어야 할 필터는 몹시 더럽고 사이즈도 규격에 맞지 않아서 그 주변이 온통 먼지로 두껍게 쌓여 있었다.
일반적으로 집안의 온도를 쾌적하게 하기 위해서 냉난방 기기를 작동시키면 먼저 팬이 돌아가면서 집안의 공기를 필터를 통해 거른다. 이렇게 필터를 통해 걸러진 공기가 필요에 따라서 난방기를 통과하면서 따뜻한 바람이 되기도 하고 또는 냉각기를 통과하면서 차가워진 공기가 통기관(duct)을 통해서 집안의 곳곳에 전달된다. 마루 재료의 종류나 상태, 그리고 사용 시간 등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매달 한번씩 필터를 청소하거나 교체해 주어야 한다. 이를 게을리 하거나 무시하게 되면 팬 모터와 냉각기 주변 그리고 덕트의 내부에 먼지는 물론이고 각종 곰팡이와 진드기 등이 들러 붙게 된다. 그리고 냉각기의 밑에 설치되어 공기를 냉각시키며 생기는 물의 배수관이 막혀서 주변을 손상시킬 수 있다.
우리는 공기가 없이는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데 요즘은 그 공기의 질을 높여서 자연의 공기와 같이 좋은 실내 공기를 만들어 준다는 공기 청청기의 광고도 자주 눈에 뜨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내 공기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냉난방기의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집에서나 고유의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음식에 의한 냄새가 아닌 더러워진 냉난방 기기와 덕트를 별 생각 없이 사용하여 곰팡이와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은 기관지염이나 폐렴 또는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두통을 유발하여 가족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한집에 오래 살다보면 어떤 불편함이나 이상한 냄새에도 익숙해져서 느끼지 못하고 단지 눈에 띄는 것들만 정비하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홈 인스펙터로서 집안의 청결 여부나 실내 공기의 질에 대한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으나 일반적인 상식으로 바깥 날씨가 허락하면 잠시라도 창문들을 활짝 열어두고 팬을 돌려서 집안의 공기를 바꿔주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냉난방기의 주변에 점검일지를 만들어 붙여서 공기필터의 교환 또는 청소를 정기적으로 해주고 덕트를 최소한 3년에 한번씩은 청소해 줄 것을 권한다. (888)777-8340


형철우<서울 홈 인스펙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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