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샌타클라라~마운틴 힐리어 등산

2003-04-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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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힐리어(Mt Hillyer)는 그 옛날 1800년대 산적들의 아지트였던 LA 근교 칠라오 지역에 위치한 해발고도 6,162피트의 고봉이다. 한국 한라산 정도의 높이인데 정상까지 올라가는 코스가 여러 개 되지만 가장 쉽고 짧은 코스가 오늘 소개하는 이 등산로이다.

초심자도 어렵지 않게 갔다올 수 있는 쉬운 코스이면서 문명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심산유곡의 정취를 맘껏 감상할 수 있는 좋은 등산 코스다.
등산로 따라 간간이 폰데로사 소나무 숲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숲이 없는 풀밭 위를 계속 걸어가는 오솔길이라 여름에는 고산지대의 뜨거운 직사광선이 강하므로 선블럭을 진하게 바르고 등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잔설이 약간 남아 있는 요즘 이른봄이 등산이 특히 아름답다. 주위의 수려한 산세도 그러하지만 수줍은 듯 빨갛게 새하얀 눈 위로 고개를 내밀고 소나무 그늘아래 다소곳이 피어 있는 스노플랜트(snowplant)가 가위 일품이다. 스노플랜트는 희귀식물로서 한국의 산야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이 지방 특유의 식물인데 생긴 것은 꼭 아스파라가스처럼 생겼다.


눈이 현란할 정도로 온몸이 새빨간 이 식물은 아름답고 희귀해서 법으로 보호하는 천연 기념물인데 이 지역에서 많이 자생한다. 모든 풀들이 다 말라죽어 버리는 엄동설한에 어찌하여 이 식물만이 유독 삭풍을 이기면서 빨간 생명의 불꽃을 피울 수 있는지 보면 볼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탄소동화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위의 나무 뿌리나 부식된 동물의 영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일종의 기생 식물이라고 하는데 눈 속에 피어 있는 그 자태가 너무 곱고 아름다워 누구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 서서 한참을 구경하고 가게 된다.

라카냐다에서 Angeles Crest Highway를 타고 29.5마일 북쪽으로 가면 Santa Clara Divide Road가 나온다. Chilao를 지나서 2.5마일 되는 지점이며 길가에 로드사인이 나오므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3마일쯤 가서 Horse Flats Campground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오고 여기를 지나 반 마일쯤 더 들어가면 산등성이 바로 위에 도달하게 된다. 왼쪽으로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여기에 차를 파킹하고 남쪽으로 비포장 흙 길을 따라 걸어가서 넓은 산불 저지선까지 갔다가 곧장 정상으로 올라가면 된다. 정상에 올라가면 남동쪽으로 굽이쳐 내려간 칠라오 지역과 서쪽으로 대 협곡인 앨더 크릭 또 북쪽으로 까마득히 하이 데저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왕복 2.5마일이고 엘리베이션 게인이 400피트밖에 안 되는 아주 쉬운 코스이다. 일년 내내 언제 가도 아름답다. 어드벤처 패스요.

강태화 <토요산악회장·909-62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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