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터 바가스의 성장기’(Raising Victor Vargas) ★★★★½

2003-04-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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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뜨거운 여름의 첫 사랑과 성인의 문턱에 선 소년의 마지막 순수를 가슴이 아플 정도로 순박하고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 사랑과 가족과 도시 속 여름에 대한 찬가요 고통과 혼란과 기쁨을 동반한 10대의 성장기로 각본과 제작을 겸한 피터 솔렛(27) 감독은 거리의 리얼리즘과 마음의 장관을 솔직하고 상냥하며 애정 어린 심정으로 묘사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여름 볕 아래 아이스크림처럼 녹여준다.


10대의 얘기이니 만큼 섹스가 없을 수 없는데 그것도 다소 거북한 듯이 순진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이나 얘기가 모두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작은 보석 같은 영화다.

맨해턴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라티노 서민들 동네에 사는 16세난 빅터 바가스(빅터 라숙)는 자칭 동네 카사노바. ‘나한테 녹아나지 않는 여자는 없다’고 으스대나 사실 빅터는 여느 틴에이저들과 다름없는 아이. 소년과 성인의 문턱에서 어른 흉내를 내는 미성숙한 아이일 뿐이다.


빅터는 위층에 사는 동네의 미운 오리새끼인 소녀와 사귀는 것이 들통이나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자 위신회복 수단으로 동네의 뜨거운 소녀 주디(주디 마르테)를 애인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빅터보다 성숙한 주디는 빅터의 끈질긴 구애를 거절한다.

이 난관의 돌파구는 주디의 남동생 칼로스(윌프리 바스케스)에 의해 마련된다. 칼로스는 빅터의 여동생 비키(크리스탈 로드리게스)를 소개받는 조건으로 빅터와 누나간의 뚜쟁이 노릇을 한다.
그런데 빅터가 주디와 서서히 사랑을 익혀가자 빅터와 비키 그리고 빅터의 남동생 니노(실베스트레 라숙)를 혼자 키우는 집안의 깐깐하니 까다로운 가장인 할머니(알타가르시아 구스만)가 훈계를 하며 개입하면서 빅터는 시련에 봉착한다. 빅터는 할머니의 신임을 되찾고 두 동생의 길잡이 노릇을 하면서 동시에 주디와의 사랑을 키우느라 바쁜데 이런 과정은 하나의 성인 신고식.

그리고 그 여름 비로소 빅터는 젊은 어른이 된다. 모두 비배우들이 나오는데 연기한다기보다 자신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듯 자연스러워 더욱 애착이 간다. 특히 알타가르시아 구스만의 연기가 매섭고 코믹하다.

R. Samuel Goldwyn. 리전트(310-208-3259), 그로브(323-692-0829), 타운센터5(818-981-9811), 유니버시티6(800-555-TELL),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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