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빙룸 지고 부엌 뜬다

2003-04-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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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룸등 특수공간 늘면서 리빙룸 퇴조
미래주택 중심은 부엌… 욕실·세탁장도 각광

리빙룸은 과연 사라지는 것인가. 사라진다고 해도 다음 주나 내년에 없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전국 주택건설협회(NAHB)의 수석 연구가 고팔 알루왈리아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리빙룸이 사양길에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 그는 리빙룸이 2010년쯤에는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이유는 집의 크기가 앞으로 작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1,200개의 주택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NAHB 조사에 따르면 신규 주택의 평균 면적은 2,200평방피트다. 작년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연방 인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동안 주택 면적은 늘어나지 않았다. 2001년 신규 주택의 평균 면적은 2,324평방피트였지만 작년 첫 9개월 동안에는 2,310평방피트로 줄었다.
NAHB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겨우 절반이 주택 대형화 추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와는 판이하게 새로 짓는 주택의 건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과거에는 75%의 건설업체들이 보다 큰 주택을 지을 것이라고 응답했었다.
알루왈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미래의 주택은 부엌과 화장실에 역점을 두고 여유 공간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엌이 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공간, 조리를 위한 센터 아일랜드, 특수 주방 장비들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화장실 역시 보다 호화롭게 바뀌게 된다. 싱크도 하나가 아닌 두 개로 된 듀얼 싱크가 주를 이루고 린넨 클로짓과 서랍이 많은 세면대가 유행할 것이다”
알루왈리아는 강조한다.
미디어룸, 엑서사이즈룸, 홈오피스 등 특수용도 공간이 강조되는 것도 미래 주택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또한 고급 주택에는 매스터 베드룸을 1층과 2층에 각각 한 개씩, 두 개를 두는 구조도 눈에 띈다.
전체적인 건물 면적은 늘지 않으면서 이처럼 내부 구조가 커지려면 어딘가 축소돼야 하는데 바로 그것이 리빙룸이다.
NAHB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주택 구입 예정자의 3분의1이 리빙룸 없는 집을 살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주택에서 현재 리빙룸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2010년쯤에는 리빙룸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알루왈리아는 말한다.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베터 홈스 앤드 가든스’의 편집 마케팅 디렉터 조운 맥클로스키도 같은 의견이다.
“요즘 가족들은 큰집과 하나는 크기는 작지만 관리가 잘되고 좋은 학교가 있는 동네에 있는 집 가운데서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고른다”
맥클로스키는 최근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던 NAHB 컨벤션에 참석, 이렇게 말했다.
“리빙룸은 이제 ‘멸종’ 단계에 있다. 가족 모임과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중심인 부엌은 물론 점차 인기를 더해 가는 베스룸에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리빙룸이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부엌이 잠식하고 있다”
이밖에도 주택에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대표적인 것으로는 ▲높은 천장 ▲세탁장 ▲다이닝룸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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