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새

2003-04-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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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다시 띠기 시작할 3월 초부터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 전 세계가 뒤숭숭하다. 이자율이 몇십년 만의 최저를 계속 유지하여 부동산 움직임에는 아직까지 별 지장이 없지만, 단기전을 장담하던 전쟁이 몇 개월을 끌 조짐이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일어나 대혼란을 우리가 경험한 것은 LA 폭동 이후다. 경기가 좋아 비싼 가격에 산 집과 아파트 빌딩 가치가 은행에서 빌린 돈보다 떨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고 은행에 넘겨준 부동산이 많았다. 아파트나 빌딩 같은 상업용 부동산에서 입주자가 나가고, 리스권을 포기하고, 렌트가 안돼 건물로부터 들어오는 소득이 상당부분 줄었거나, 은행 페이먼트를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경우 빌딩 주인들은 상당히 흔들릴 거라는 상상과 이해가 간다.
그러나 파산신청이 무슨 유행인지, 남들이 하니까 나도 부화뇌동하여 현 시세보다 많은 집 값을 내는 것이 아까워서 정성들여 장만한 하나밖에 없는 집을 몇 개월 무료로 사는 단맛에 쉽게 은행에 넘겨주고, 아예 파산신청까지 해서 크레딧을 엉망으로 만든 사람이 많았다.
어느 날인가 하던 비즈니스 수입에 맞게 학군 좋은 곳에 조그마한 집을 사서 중학교 다니는 아들과 부부가 함께 살던 손님의 전화가 왔다. 하던 비즈니스가 폭동에 불에 타서 없어지고 샌드위치 샵에서 일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돈으로 페이먼트를 보태 내고 있었는데 더 이상 못해 포클로저(Foreclosure)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20%를 다운한 집이었고 그 집을 살 때 얼마나 맘에 들어 했었는지. 가끔 지나가다 들러보면 쓸고 닦고 꽃과 깻잎을 심어 싱싱한 깻잎, 고추, 상추를 마켓 봉지로 한 움큼 따주던 그 행복해 하던 얼굴이 스쳐갔다. 앞에 큰산이 있으면 꼭 넘어가는 것만이 길은 아니지 않은가. 옆길로 가기를 권해 드렸다. 그 집을 렌트 놓고 아들과 부부가 하우스 별채 렌트를 들어갔다. 그 후 2, 3년이 지나 집 값이 올라 지금은 살 때 가격의 꼭 두배가 되었다.
몇년 전 에퀴티가 많아져서 돈을 뽑아 그 돈으로 비즈니스를 다시 오픈해 지금은 그 집에서 사신다. 버리려고 한 집을 내가 구해줬다는 공을 나에게 돌리시면서 가끔 전화를 주셔서 고추 따 놨으니 가져가란다. 지진이 난 후에 불경기와 맞물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적이 있었다. 타주에서 돈을 싸들고 와서 밸리 은행차압 집들을 마구 사들이는 전문투자가들이 많은 것을 보고 있는데 유난히 많은 한국 분들이 집을 쉽게 버렸다.
크레딧 망치는 것만은 절대로 못한다는 현명하게 고지식한 손님이 있었는데 집 사실 때 가보지도 못했던 좋은 동네에 커다란 이층집이 은행매물로 나왔다.
그 집을 싸게 사서 들어가시고 살던 집 페이먼트에는 돈을 보태내야 하지만 어차피 큰집에 살려면 페이먼트 더 늘 생각이었는데 그게 그거라면서 좋아하셨다. 작년에 렌트 주던 집을 좋은 가격에 팔아 사시는 집을 페이오프 하셔서 지금은 페이먼트 없이 큰집에 사신다. 부동산은 올랐을 때는 팔아야 한다. 그 반대로 부동산이 하락했을 때는 사야만 한다. 부동산이 몇 개는 있어야 올랐을 때 팔 수 있는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집을 올랐을 때 팔면 다른 집을 살 때 비싼 가격에 사야 하니까 마찬가지 아닌가. 경제와 부동산 경기에 무슨 기적이 있으리라고 믿지는 않지만 부동산 투자는 담담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818)385-0486

남옥경
<골드 스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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