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벤추라 카운티과일 스탠드 미국식 원두막

2003-04-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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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벌기’수준에서 카운티경제 주수입원으로

코끝 가득, 입안 가득 기분 좋은 향내가 진동한다. 새콤 달콤 딸기가 따사로운 초봄 햇살에 벤추라카운티 옥스나드 필드에서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보기에도 탐스럽고 먹음직한 딸기, 멜론 등 과일과 채소들이 농장에서 막 수확되어 길거리에 시골장터 노점처럼 차려진 스탠드에 올라 봄을 찾는 방문객의 손길을 기다라고 있다.

LA에서 가까운 옥스나드와 벤추라시는 한인타운에서 1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지만 대도시 LA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결코 가파르지 않은 완만한 능선에서 봄철 과일 열매들이 한창 살을 붙이고 있다. 그 사이로 형형색색의 꽃들로 무지개색 바둑판을 만들고 있는 플라워 필드(flower field)가 봄 성수기를 맞아 인부들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농경지를 지나면 끝없이 이어지는 백사장과 인파가 드물기로 유명한 해변을 만난다. 도시 내부는 각종 문화재와 아트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등이 무성하다.
봄철을 맞아 LA의 동생 도시인 옥스나드와 벤추라로 과일과 문화 여행을 떠나보자. 초봄 딸기의 향연에 참여한다면 우리 곁에 성큼 와 있는 봄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무공해 식품 붐 타고 급성장

밭에서 직접 따온 수확물 현장판매
벤추라 카운티내 ‘스탠드’ 50여곳

봄은 여행의 계절이다. 여행은 사계절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봄에 즐기는 여행이 가장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분 좋은 날씨에 겨울을 이기고 막 피어나는 각종 봄꽃들을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가벼운 차림으로 가족과 대화를 즐기며 즐겁게 차를 몰고 있으면 어느새 일상 생활에서 벗어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벤추라카운티는 남가주에서 가장 많은 농경지를 보유한 지역이다. 지난 1865년 한때 주 상원의원을 지냈던 토머스 바드가 이 곳에서 생산되던 리마(lima)콩 등을 다른 지역에 내다 팔면서 농경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이 곳에 과일 스탠드가 처음 들어선 시기는 지난 50년대. 처음에는 농부의 자녀들이 출고하고 남은 농작물을 사과 박스에 올려놓고 용돈을 버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80년대부터 무공해 식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과일 스탠드는 벤추라카운티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으로 발전했으며 지금은 50개가 넘는 스탠드가 카운티 곳곳에 있다.

한때 한두 가지로 한정됐던 채소와 과일도 이제는 스탠드마다 50가지가 넘어서고 있으며 과일 외에도 벌꿀, 아몬드, 선인장, 육포들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스탠드는 주말 농장을 같이 운영하면서 고객들이 직접 과일과 야생을 밭에서 수확해 구입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동물농장을 만들고 페팅 주(petting zoo)도 문을 열고 있다.

지난 1980년 처음 문을 열어 지금은 대형 마켓 사이즈의 스탠드와 작은 동물원을 수준의 동물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티에라’(Tierra) 농장 오너의 크레그 언더우드는 “사실 이 곳 스탠드에서 판매되는 농작물의 가격이 LA 대형 마켓 가격보다 더 비쌀 수 있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자녀들과 함께 농장에서 직접 농작물 수확하고 구입하는 것을 매우 재미있어 한다”고 말한다. 티에라 농장은 매주 남가주 각 교육구 초등학교 학생들의 필드 트립(field trip)을 받고 있으며 가을에는 대규모 하베스트(harvest) 축제를 열고 있다.

카운티 정부도 과일 스탠드 산업의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카운티내 조닝 구역을 스탠드 설치에 수월하도록 바꿨으며 지역 관광청을 통해 ‘농산물 관광’(agri-tourism)이라는 이름의 과일 스탠드 관광 상품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옥스나드 과일 스탠드

1. 플라워스 바이 멜리사
(Flowers By Melissa·1085 N, Victoria Ave.)
현지에서 직접 재배한 꽃과 꽃 장식을 판매한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월~토요일 문을 연다.

2. 베스트 베리스 & 플라워스
빅토리아와 도리스(Doris) 애비뉴가 만나는 곳에 있다. 벤추라에서 가장 싱싱하고 단 딸기를 팔고 있다고 주인의 자랑이 대단하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스탠드를 개장한다.

3. 글래스 하우스 식목원
(Glass House Nursery)
역시 빅토리아와 도리스가 만나는 곳에 있다. 일반 식목원에서는 찾기 힘든 트로피칼(tropical) 식물들을 취급한다. 화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들러볼 만하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오픈한다.
(805)985-4424

4. 트로피칼 프로듀스
(Tropical Produce·3212 W Gonzales Rd.)
빅토리아와 곤잘레스가 만나는 곳에 있는 과일/채소 스탠드로 100여가지의 각종 야채와 채소가 스탠드에 가득하다. 겨울철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할 만큼 스탠드가 넓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을 연다.
(805)382-4855

5. 리틀 레드 반 (Little Red Barn)
빅토리아와 티어 클럽(Tear Club Rd.)이 만나는 곳에 있다. 전형적인 벤추라의 과일 스탠드로 거의 딸기만을 판매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오픈한다.

6. 하버 프로듀스
하버 블러버드와 곤잘레스 로드 지점에 있다. 과일과 채소는 물론 벌꿀, 홈 메이드 잼, 빵, 살사, 꽃, 육포도 취급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805)815-3306

7. 플라워 & 딸기 스탠드
울리(Wooley)와 로즈(Rose) 지점에 있다. 지금은 딸기를 주로 팔지만 다발로 판매하는 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매일 오전 11시~오후 8시 오픈한다.
(805)486-5152

8. 프로듀스 스탠드(1070 Rice Rd.)
울리와 라이스 지점에 있다. 과일보다는 넛(nut) 종류를 주로 판매한다. 매일 오전 9시~오후 7시 개점한다.

9. 프로듀스 스탠드
라이스와 오토 센터 드라이브(Auto Center Dr.)가 만나는 곳에 있다. 과일과 야채도 싱싱하지만 말린 과일과 각종 고추 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일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을 연다.

10. 엘 리오 (El Rio)
월넛 드라이브(Walnut Dr.)와 빈야드(Vineyard) 지점에 있다. 과일과 함께 각종 허브와 향신료 그리고 벌꿀을 판매한다. (805)278-0891

11. VACA (105 Walnut Dr.)
역시 월넛과 빈야드 지역으로 꽃을 전문적으로 판매한다.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개점한다. (805)485-1243

12. 밥 존스 랜치 스탠드
(4324 Vineyard Ave.)
농장 직영으로 딸기 시즌(4~6월)에만 문을 연다.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 (805)988-1471

13. 베리 베스트 프로듀스 스탠드
(3030 Dodge Rd.)
싱싱한 야채와 과일, 건포, 건과, 살사, 시럽, 꽃, 딸기 등 없는 게 없다. 아이스크림과 각종 음료수도 취급한다. 매일 오전 7시~오후 7시 문을 연다. (805)271-4490

호젓한 해변…데이트족 ‘유혹’

14. 헤리티지 스퀘어(Heritage Square)

옥스나드의 역사를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빅토리안 풍의 주택과 팜하우스 그리고 대장간 등이 모여 있다. 주말이 라이브 콘서트가 광장 무대에서 열린다. 일요일(오전 10시~오후 2시)에는 45분의 무료 투어 프로그램이 매 시간 실시된다.

15. 아메리칸 사탕무 공장
한때 벤추라 최고의 농작물 중 하나로 지난 1898년 문을 열어 70년대까지 공장이 가동됐다.
한때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사탕무 공장으로 그 명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건물만이 쓸쓸하게 남아있다. 울리와 인더스트리 애비뉴 지점에 있다.

16. 후에네메 항구
벤추라 농작물들이 출하되던 항구로 지난 1939년 개항됐다. 지금도 선키스트 등 유명 오렌지회사의 농작물들이 이 항구를 통해 세계로 수출된다.
중미로부터 수출되어 남가주에서 소비되는 바나나와 메론 등이 대부분 이 항구를 통해 들어온다. 미국에서 가장 큰 냉장 시설이 항구에 설치되어 있다.

17. 채널 아일랜드 하버
벤추라 최대의 하버로 수십개의 레스토랑과 3개의 샤핑센터 그리고 3,000여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 등을 갖추고 있다.
벤추라 해변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인근 딸기 스탠드를 들린 다음 이 곳에 와서 다소 늦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하고 LA로 돌아오면 매우 기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각종 아웃도어 액티비티가 즐비한데 카약, 스쿠버, 낚시, 고래구경 등을 즐길 수 있다.
채널 아일랜드로 떠나는 배가 매일 출항한다.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하버에 파머스 마켓도 들어선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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