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가 수반’(Head of State)★★½

2003-03-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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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적어도 이 영화에 의하면 그런데 풍자 코미디인 영화가 각본 내용이나 연출 솜씨 등 모든 면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듯 무기력하다. 아이들 장난 같은 영화로 되지도 않는 소리를 코미디라는 명분 하에 마음대로 질러대는 보기 딱한 물건이다. 재주꾼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공동으로 각본을 쓰고 주연하고 또 감독으로까지 데뷔했지만 수준 이하의 잡담 같은 영화다.


8년간 부통령을 지낸 샤론 스톤의 친척 브라아언 루이스(닉 시어시)에 대항해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사람이 사고사하면서 당내 비상이 걸린다. 대통령 야심이 있는 상원의원 빌(제임스 레브혼)은 이번 선거는 포기하고 다음 선거에 자기가 출마한다는 목표 하에 이번 선거에 대통령 후보로 위싱턴 DC의 흑인 동네 흑인 시의원 메이스 길리암(크리스 록)을 내세우기로 결정한다.

메이스는 일종의 희생양인데 그를 돕는 두 보좌관은 흑인 여자 데브라(린 위트필드)와 백인 남자 마틴(딜란 베이커). 그런데 모두의 예상과 달리 메이스가 자깅복을 입고 랩 스타일의 선거운동으로 민중들에게 솔직하게 접근하면서 그의 인기가 치솟는다. 당황하는 것은 메이스를 다윗처럼 여기고 비웃던 골리앗인 브라이언과 장난삼아 메이스를 골랐던 빌.


한편 메이스는 러닝 메이트로 시카고서 보석금 대여업을 하는 형 미치(버니 맥의 코믹한 연기가 재미있다)를 고른 뒤 두 형제가 온갖 익살을 떨며 선거운동을 한다. 물론 둘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솟을 것은 당연지사.

정치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메이스의 로맨스 상대로 주유소서 학비를 버는 착한 처녀 리사(타말라 존스)를 퍼스트 레이드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마이크 타이슨의 전부인 로빈 기븐스가 메이스의 기회주의자 전 애인으로 나와 걸레처럼 쓰여진다. 일종의 정치풍자 영화이기도 한데 정치인들의 섹스 스캔들을 야유하기 위해 메이시의 선거참모로 상비용 고급 창녀 니키(스테파니 마치)를 두었다.

진실하면 대통령이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영화 속에서 메이시는 자기가 지금 포기하면 다음 흑인 대통령 후보가 나오기까지 반세기는 걸려야 된다고 한숨을 쉰다. 그가 너무 낙관하는 것 같다.

PG-13. DreamWork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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