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구 중심’(The Core) ★★½(5개 만점)

2003-03-28 (금)
크게 작게
특수효과의 장난에 지나지 않은 황당무계한 공상과학 모험영화다. 아이들이 집에서 그린 컴퓨터 그래픽을 배경으로 제법 이름 있는 배우들(그 중에는 오스카 수상자도 있다)을 내세워 어줍잖은 얘기를 하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야 본래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이 영화는 환상적 내용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취급해 허튼 소리라는 게 더욱 두드러진다. 속병이 난 지구를 고치기 위해 과학자들이 지구 중심으로 뚫고 들어가는 내용을 좀 여유 있고 경쾌하게 다뤘더라면 보다 재미있을 뻔했다. 비슷한 내용의 영화로 제임스 메이슨과 팻 분이 나왔던 ‘지구 중심에로의 여행’(1959)이 있었는데 이것은 옛날 스타일식의 즐거운 모험담이었다.

보스턴에서 어느 날 갑자기 10 블록 반경 내에 있는 32명이 동시에 급사하고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비둘기 떼들이 비행감각을 잃으면서 빌딩과 차량과 사람들과 충돌 아수라장이 된다. 또 우주왕복선 엔데버호가 지구착륙 직전 계기가 고장나면서 휴스턴 대신 LA강에 비상 착륙한다.


미정부는 유능한 지질물리학자 조시(아론 에카르트)를 불러 불상사의 원인을 묻는다. 지구 중심부가 회전을 중단했기 때문인데 그렇게 되면 지구를 보호하는 전자장이 파괴되고 궁극적으로는 태양의 치명적 방사선이 지구를 불태워버리게 된다는 것. 이제 지구의 생명은 1년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과학 공부 잘 못한 사람들은 좌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조시와 엔데버호의 선장 리처드(브루스 그린우드)와 여항해사 벡(힐라리 스왱크) 그리고 오만불손한 또 다른 지질물리학자 젬스키(스탠리 투치) 및 프랑스의 원자무기 전문가 서지(체키 카리오) 그리고 유타 사막서 거지처럼 사는 과학자 브래즐턴(델로이 린도) 등 6명이 지구의 속병을 고치기 위해 지구 중심으로 뚫고 들어간다.

그들이 탄 것은 브래즐턴이 발명한 거대한 누에고치처럼 생긴 초고성능 지하 탐사선. 이들은 지구 중심에 도착, 핵을 터뜨려 정지한 중심부를 재가동시켜 인류를 재앙으로부터 구원할 십자군들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모르겠는데 글쎄 과학자는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액션 모험영화의 재미를 못 찾겠다. 지하여행이 참으로 지루하다.

볼만한 것은 특수효과가 만든 전자 수퍼폭풍에 의한 로마의 콜러시엄 붕괴 모습과 태양방사선에 의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절단 장면. 그러나 9.11사태를 겪은 데다 요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사람들에게는 아주 부적당한 재난 영화다.

존 에이미엘 감독. PG-13. paramount. 전지역.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