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행 가이드 샌 개브리엘 강 웨스트 포크 지류

2003-03-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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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어디에 강이 있느냐고 반문할는지 몰라도 사실 두 개씩이나 있다. 하나는 LA 다운타운을 통과하는 LA강과 또 하나는 좀 더 동쪽으로 아주사 근방에서 시작해서 롱비치 앞 바다로 빠지는 샌개브리엘강이다. 모두 강바닥과 강둑이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고 물의 양도 많지 않아서 우리가 생각하는 한강이나 낙동강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겨울철 비가 많이 온 다음 물이 불어 넘칠 때는 사람이나 가축이 떠내려가는 사고가 심심지 않게 일어난다.

두 강 모두 샌개브리엘산 속에 물의 근원을 두고 있지만 샌개브리엘강의 상류는 특히 아름답고 고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 아주사 애비뉴를 타고 산 속으로 들어가면 샌개브리엘 강줄기를 옆에 끼고 들어가는 셈이 되는데 끝에 가서 강줄기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 지류를 이스트 포크라고 하고 가운데 지류를 노스 포크라고 한다. 왼쪽으로 빠지는 지류를 웨스트 포크라고 하는데 웨스트 포크가 풍광이 뛰어나고 낚시꾼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 지역에 옛날부터 내려오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892년에 당시 샌개브리엘 밸리 뱅크 은행장이었던 프랭크 볼트라는 사람이 송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고기가 얼마나 잘 잡혔던지 하루에 100마리가 넘는 송어를 잡고 나중에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물 속에 풍덩 빠져서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지금도 가면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그 옛날 프랭크 볼트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강줄기 따라 나있는 하이킹 코스도 일년 내내 물이 흐르고 우거진 숲 속을 걷는 분위기 또한 복잡한 세상 시름 잠시 잊고 갔다 오기에는 안성맞춤인 트레일이다.


가는 길

아주사 마을을 관통하는 하이웨이 39번(아주사 애비뉴)을 타고 북쪽으로 11.5마일을 가면 웨스트 포크 다리가 나온다. 린컨 레인저 스테이션을 지나 1마일 정도 되는 지점이다. 다리를 건너 왼쪽에 있는 파킹랏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다리 남쪽에 위치한 게이트를 넘어 소방도로로 들어선다.

길은 곧 개울가를 따라 가는데 트레일 끝까지 8마일을 걷는 도중에 Glenn Trail Camp라는 캠프장이 나오고 Cogwswell Dam이라고 불리는 저수지가 종점이다. 처음서부터 약 반길 만이 잘 다듬어진 하이킹 트레일이고 나머지 반은 돌밭도 헤매고 산비탈도 오르내리는 힘든 코스이므로 반드시 완등하려는 생각 없이, 갈 수 있는 만큼 갔다가 돌아오겠다고 생각하고 떠나면 마음이 편하다.

왕복이 16마일이며 엘리베이션 게인이 800피트이다. 하루에 완등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코스이고 이틀에 한다면 중간 정도의 난이도를 갖고 있는 코스이다. 일년 내내 언제 가도 아름답다. 차를 파킹하기 위해서는 어드벤처 패스가 필요하다.

강태화 <토요산악회장·909-62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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