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War & Travel

2003-03-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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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관광업계 ‘이라크전 쇼크’

이라크 전쟁으로 전세계 항공 및 관광업계가 또 다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9.11테러 이후 이용객이 줄어든 데다 중국 및 홍콩에서 발생한 괴질마저 확산 조짐을 보여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라크전은 9.11테러와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늪에서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머리를 든 초대형 악재라는 점에서 관광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WTO)는 지난주 분석 자료를 발표하고 해외 여행에 대한 불안고조로 관광업계의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이라크전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업계는 전쟁, 괴질, 유가 등의 삼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관광산업 규모가 연간 100억달러에 달하는 하와이는 항공편과 호텔 예약이 무더기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하와이 관광청은 올 관광객 수가 지난해 640만명의 3분의2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중국발 괴질로 예약이 줄어들면서 이미 휴가철 예약취소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남아시아 관광대국 인도의 관광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들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율이 최고 80%에 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크루즈 관광 지역인 카리브해를 순회하는 유람선 요금이 1인당 7일 299달러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으로 나오는가 하면 주요 항공사들과 대형 리조트들은 ‘항공권 반환’이나 ‘예약 취소‘ 규정(policy)을 대폭 완화해 마지막 남은 고객들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라크 사태와 관련된 ▲관광업계의 전반적인 동향 ▲덤핑 여행상품 ▲급속히 바뀌고 있는 업계 예약취소 규정 ▲여행보험의 필요성 ▲해외여행 안전수칙 등을 자세하게 알아본다.


‘3중고’관광업계 피나는 자구책

여행객 20%나 줄어들어
경영난에 노선 축소-감원

프란시스코 프랜지알리 WTO 사무총장은 “전쟁과 함께 관련 업체들의 경영난으로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유일한 희망은 전쟁이 빨리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업계는 항공사들이다. 승객은 줄어드는 반면 전쟁 위기로 보험료와 안전조치 비용까지 늘어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안전비용은 9.11테러 이후 도입된 조치 때문에 지난해 40억달러로 증가했으며 보험료도 4배나 늘어났다.

윌리엄 게일러드 IATA(국제 항공교통협회) 대변인은 “전쟁의 충격이 얼마나 클지는 전쟁 기간, 분쟁지역 확대 등에 달려 있다”면서 “20% 정도의 여행객 감소가 예상되지만 전쟁 상황에 따라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BA) 대변인은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이미 두달 전부터 중동뿐 아니라 모든 노선에서 악조건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상당수 아시아 항공사들이 여행 및 화물수송 감소에 대비, 항공 서비스 축소와 비용감소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국적 항공사 콴타스 항공은 강제휴가 등의 형태로 1,000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화물운송 부문 세계 3위의 대한항공은 미주노선 등 일부 국제노선을 축소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관광업계도 마찬가지다. 월트 디즈니 월드사는 신규 채용을 중단한 채 일부 직원들에 대해서는 근무시간 단축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유람선 운영업체인 카니발의 경우 고객 모집을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했으며 반도 채우지 못한 유람선의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라스트 미넛(last minute) 덤핑 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관광산업협회 대변인 캐시 키프는 “이라크전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2004년 또는 2005년께나 2000년 수준으로 되돌아 갈 것으로 예상했었다”면서 “전쟁은 관광산업의 회복시기를 더 늦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이라크 전쟁이 관광레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전쟁이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될 지, 미국 본토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할인 항공권반환시 환불
호텔 숙박료20~50%떼는해약금 없애

이라크전 발생과 함께 주요 항공사와 대형 리조트 체인 그리고 크루즈 업계는 ‘항공권 반환’과 ‘예약 취소’ 규정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

한때 ‘100% 환불’(full refund)이 거의 불가능했던 할인 항공권(most restrictive, non-refundable ticket)도 항공사와 경우 따라서 환불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예약을 취소할 경우 숙박료에서 20%에서 50%까지 ‘예약 취소 요금’을 징수하던 호텔 체인들도 취소요금 없이 예약을 받고 있다.

델타, US 에어웨이스 등 대부분의 주요 항공사들은 지난 주 항공권 환불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일제히 발표했으며 캐리비안 여행협회 역시 지난주 긴급회의를 열고 예약 취소에 대한 새로운 방침을 실시할 것을 협회 호텔들에게 건의했다.

하루도 다르게 예약 규정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구입하기 전에 이에 대한 내용을 더욱 상세하게 알아보아야 한다.
먼저 항공사나 호텔 웹사이트에 들어가 최근 바뀐 예약 규정을 알아본다. 전쟁 발생과 함께 예약 규정이 갑자기 바뀐 업체들이 많다.

예약을 취소할 경우 예약금이 돈으로 환불되는지, 미래에 같은 항공사나 호텔을 이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voucher)로 나오는지 등을 알아본다. 바우처의 사용 기간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호텔과 크루즈라인은 바우처 사용 기간을 1년 정도이며 항공사들은 90일 내에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델타, 콘티넨탈, 아메리칸 등 주요 항공사들이 최근 개정 발표한 ‘항공권 환불 방침’을 볼 것 같으면 5월 중순까지 구입한 모든 티켓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언제든지 여행 일정을 추가 수수료 없이 바꿀 수 있다.
행선지를 바꿀 경우에도 처음에 구입했던 가격이 100% 새로 구입하는 티켓 가격에 반영된다. 항공사에 따라 국내선과 국제선의 방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여행중단시 구입가격의 125% 보상

여행 보험

이라크 사태와 함께 여행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여행보험이란 일반 생명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이 아니고 여행 상품을 구입한 뒤 전쟁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여행을 가지 못할 경우나 여행 중 긴급상황이 발생해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보험을 말한다.

여행 보험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상품을 구입하고 여행을 취소할 경우를 대비하는 ‘예약 취소’(Cancellation) 보험과 여행 중 긴급상황에 대비해 구입하는 ‘여행 중단’(Trip Interruption) 보험이 있다. 예약 취소 보험은 이름 그대로 여행을 포기할 경우 상품의 구입한 가격 100%를 돌려 받는 것이고 여행 중단 보험은 상품의 구입 가격과 중단에 따른 경비를 보상받는 것으로 구입 가격에 125% 정도의 보상을 받는다.

보험의 가격은 여행자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보통 여행 상품 가격의 5~10%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여행 보험을 구입할 때는 여행사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에서 구입하지 말고 여행 보험 전문 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미국 주류 여행 보험 전문 업체로는 트래블 가드(www.travelguard.com), 액세스 아메리카(www.accessamerica), 트래블렉스(www.travelexinsurance.com) 등이 있다.

여행 상품

크루즈 ‘이스턴 캐리비안’
7일간 부두료 포함 299불

그 동안 거의 바닥세로 나오던 각종 여행 상품들이 전쟁 시작과 함께 더욱 가격이 추락될 전망이다.
마이애미에서 떠나는 카니벌 크루즈의 7일 ‘이스턴 캐리비안’ 상품이 야후 등 인터넷을 통해 349달러에 나왔으며 코스타 크루즈는 같은 상품을 2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일반 가격이 1,500달러가 훨씬 넘는 이들 상품들은 부두료(port charge)까지 포함된 파격적인 가격이다. LA에서 출발하는 7일 ‘멕시칸 리비에라’ 상품도 잘 찾아보면 500달러 미만에 구입할 수 있다.
브리티시 항공사는 지난 주 ‘라스트 미닛’ 스페셜로 LA와 런던간의 요금을 250달러까지 내린 적이 있다. 지금도 인터넷을 사용하면 런던까지의 왕복 항공권을 400달러 미만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같이 덤핑으로 시장에 나오는 여행 상품은 전쟁이 오래될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전 요령

짐은 가볍게, 귀금속 착용 금물
대형호텔 묵고, 허가택시 이용

이라크전과 증폭되고 있는 테러 위험 때문에 관광여행 수요가 크게 줄고 여행 형태도 안전을 가장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실 일반 여행자가 테러로 사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확률적으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만8,800대1인 반면 테러로 사망할 확률은 930만대1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설문조사에서 관광객들은 안전을 최우선 여행지 선택 조건으로 삼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업체들은 카리브해 섬의 폐쇄형 클럽식 휴양지 등 모든 위락시설을 갖춘 채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여행상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일반인들은 요즘 같은 때 해외여행을 하면 실제의 위험도나 안전문제는 제쳐두고 관광지에 이르는 동안 여러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일에 지레 겁을 먹고 여행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폐쇄형 휴양시설도 근본적으로 여행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거나 업계의 침체를 해결해 주는 방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보도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와 주장을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인 정치적 테러리스트들은 관광객과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를 가장 좋은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느 곳보다 안전한 휴가 장소들이 있지만 실제 세계의 관광지들을 안전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안전한 해외 여행을 위해 알아둬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짐은 가장 가볍게 챙긴다. 무거운 가방은 범죄의 표적이 된다. 옷도 가볍게 입는다. 귀금속은 절대 금물이다.
▲경비가 철저한 대형 호텔에 묵는다. 호텔 체크인하면서 비상구가 어디인지를 항상 알아둔다.
▲호텔 방은 항상 잠그고 방문객은 로비에서 만난다. 귀중품을 호텔 방에 함부로 놔두지 않는다.
▲인파가 붐비는 곳으로 다닌다. 골목이나 가로등이 밝지 않은 길은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큰소리로 말하거나 쓸데없이 현지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다음 행선지 등 여행 플랜에 대해 밝히지 않는다.
▲여행지에서의 공중전화 사용 방법을 미리 알아둔다. 전화 사용에 필요한 동전도 준비한다.
▲정부 허가증이 보이는 택시만 승차한다. 렌터카는 대형 고급보다는 일반 소형으로 빌린다. 되도록 밤에는 운전을 피한다. 히치하이커를 절대 태우지 않는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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