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캄처럼 차라’(Bend It Like Beckham)★★★★

2003-03-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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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축구소녀 꿈과 사랑
다양한 즐거움 주는 흐뭇한 드라마

이민 2세와 부모간의 문화충돌과 세대간 갈등을 유머러스하고 자상하게 다룬 재미있고 훈훈한 가족용 드라마로 연출하고 공동으로 글을 쓴 사람은 런던에 사는 인도계 여류 구린더 차다. 그녀는 데뷔작 ‘해변의 바지’ (1903)와 ‘무얼 요리하지?’(2000)에서도 같은 주제를 역시 우습고 사려 있게 묘사했었다.


이번에는 여자축구라는 독특한 재료를 이민자들의 정체성 유지와 제2의 조국에의 융화라는 큰 주제에 섞어 넣어 아주 별미가 나는 영화로 만들었다. 인도 사람들 영화여서 색깔도 알록달록하니 다채로운데 춤과 음악도 야단스러울 정도로 화려하다.


런던에 사는 인도계 여고생 제스(파민더 나그라)는 축구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의 수퍼스타 데이빗 베캄의 대형 인물 포스터를 머리 위에 붙여 놓고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제스의 부모(아누팜 케르와 샤힌 칸)와 다소 천한 기가 흐르는 언니 핑키(아치 판자비)는 계집애가 무슨 축구냐며 제스에게 인도 요리법이나 배우라고 윽박지른다.

그러나 제스는 축구 못하면 못 사는 소녀로 여자 축구단의 주전선수이자 미국 팀에서 뛰는 것이 꿈인 영국 소녀 줄스(키라 나이틀리)의 권유에 따라 축구단에 입단, 집안 몰래 공을 찬다. 이 축구단의 코치는 다리 수술로 선수의 꿈을 포기한 젊은 조(조나산 라이스 마이어스)인데 조를 가운데 놓고 제스와 줄스가 삼각관계를 이루면서 두 소녀의 우정에 시련이 온다.

한편 제스 때문에 핑키의 약혼이 깨어지면서 집에 난리가 나는데 이 때문에 제스는 축구를 포기한다. 과연 우리의 제스는 축구선수의 꿈을 영영 접어야 하는 것일까. 마지막 핑키의 춤과 음악이 왁자지껄한 결혼식 장면과 제스가 뒤늦게 뛰는 축구시합 후반전의 액션이 오랫동안 교차 묘사되는데 이 영화의 신나는 하일라이트.

자기 꿈을 성취하는 소녀의 성장기에 로맨스와 축구까지 곁들인 다양한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는 기분 흐뭇한 영화다. 지난해 영국서 엄청나게 히트한 영화로 인도 음식과 스테이크를 동시에 맛보는 셈.

PG-13 Fox Searchlight

그로브(323)692-0829,
모니카(310-394-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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