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냥꾼’(The Hunted)★★

2003-03-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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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기술자들의 한판승부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윌리엄 프리드킨(‘프렌치 커넥션’)과 모두 오스카 조연상 수상자들인 타미 리 존스(‘도망자’)와 베네시오 델 토로(‘트래픽’)가 연출하고 공연한 영화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형편없는 졸작이다. 내용이라곤 전무하다시피 한데 영화라고 부를 수도 없는 한심한 작품.
프리드킨은 1995년에도 범죄스릴러 ‘제이드’를 만들어 비평가들의 야단을 맞았는데 이번에 또 이런 무의미한 영화를 내놓은 것을 보니 연출자로서의 총기를 완전히 상실한 것 같다.


이 영화가 ‘제이드’처럼 프리드킨의 부인인 셰리 랜싱이 사장으로 있는 패라마운트에 의해 배급됐다는 사실이 수상하다.
영화는 신이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자신을 위한 제물로 바치라고 명하는 내용이 담긴 밥 딜란의 노래 ‘다시 찾은 하이웨이 61’의 가사를 컨트리가수 자니 캐쉬가 굵직한 음성으로 낭독하면서 시작된다.


이 때부터 이 영화가 허튼 소리를 하겠구나 하고 직감케 된다. 이어 화면은 1999년 세르비아군의 알바니아인들에 대한 무차별 살육이 벌어진 코소보의 아비규환으로 메워진다(살육 장면이 지나치게 끔찍하고 길다). 이 곳에 침투한 미군 특수부대 요원 아론(베네시오 델 토로)은 세르비아군 지휘관을 살해한 공로로 은성무공 훈장을 받는다.

그러나 아론은 코소보의 경험 때문에 완전히 실성하다시피 해 인간 사냥꾼이 된다. 오리건의 숲에서 사냥꾼들이 연쇄적으로 처참하게 살육되자 애비(카니 닐슨)를 반장으로 한 FBI가 수사에 나선다. 그리고 FBI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산 속의 오두막집에 혼자 살고 있는 특수요원 지도 교관이었던 L.T.(타미 리 존스)의 도움을 요청한다. L.T.는 특수부대 원들에게 살인기술을 가르친 자로 아론은 L.T.의 수제자. L.T.와 아론은 부자 같은 관계를 유지했었는데 절망에 빠진 아론은 L.T.에게 편지로 도움을 청했지만 과거를 잊기로 한 L.T.는 이를 묵살했다.

모두 영혼에 상처를 입은 살인기술자들인 아버지와 아들이 포틀랜드 시내와 주변 숲을 무대로 쫓고 쫓기면서 유혈 낭자하고 잔인한 폭력이 일어난다.

R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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