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장의 갈채’(Bringing Down the House)★★½

2003-03-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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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레 변호사집에 나타난 흑인여자 탈옥수
코미디로 다룬‘흑백 문제’

흑백통합용 황당무계한 코미디로 글 솜씨가 중학생 수준. 영화를 보면서 낄낄대고 웃으면서도 참으로 한심하고 어리석은 영화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오는 23일 거행되는 오스카 쇼의 사회를 볼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과 오스카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큰 뮤지컬 ‘시카고’에서 여간수로 나와 조연상 후보에 오른 흑인 랩가수 겸 배우인 퀸 라티파를 소금과 후춧가루처럼 쓴 피지컬 코미디다.


전통 보수적인 부유한 백인 남자와 사우스 센트럴 LA 출신의 막가파 스타일의 흑인 여자를 연결시킨 뒤 둘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에서 웃음을 끄집어내고 있다.

엉망진창인 이 영화의 장점은 흑백문제를 껍데기를 벗기다시피 노골적으로 노출시켜 풍자하고 비판한 것. 진지한 드라마였다면 흑인들의 피켓시위를 받았을 흑인 멸시 대사와 장면으로 깔다시피 했다.

피터(스티브 마틴)는 일밖에 모르는 일류 변호사. 그래서 아내 케이트(진 스마트)는 두 남매를 데리고 남편을 떠났다. 피터는 금발의 여변호사와의 채팅에서 고독을 풀다가 마침내 둘이 데이트를 약속한다.

그런데 피터 집에 나타난 여인은 컴퓨터서 본 금발미녀가 아니라 레슬링 선수 같은 흑인 샬린(퀸 라티파). 더구나 샬린은 은행강도죄로 영창생활을 하다가 탈옥한 여자로 피터에게 자신의 누명을 벗겨 달라고 요청한다(어떻게 금발미녀가 흑인으로 둔갑했는지는 묻지 마시라).

샬린이 피터의 삶에 저돌적으로 뛰어들면서 피터의 생활은 완전히 뒤죽박죽이 된다. 그러나 일벌레로 경직된 삶을 살던 피터는 거리의 여인의 예지와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에 의해(그러나 폭력도 대단히 세다) 진짜 인간이 된다는 얘기.

피지컬 코미디에 능란한 마틴이 흑인 청년의 옷을 입고 흑인 클럽에 들어가 흑인 흉내를 내는 장면이 가장 재미있다.

고 로렌스 올리비에의 부인이었던 조운 플로우라이트도 나온다. 그런데 영화가 사악할 정도로 고약한 데가 있다(특히 노인 남자들 다루는 면에서).

애담 샹크만 감독.
PG-13. Touchsto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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