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즈 통해본 ‘찰나의 세계’에 푹빠져

2003-03-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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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주말나기 사진취미 김성철씨

똑같은 모델의 카메라를 들고 동일한 브랜드의 필름을 이용해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라 할 지라도 찍는 사람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 결국 모든 것은 마음에 달린 것 같다.

사진 찍는 이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가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가가 외형적인 요소들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김성철(28·학생)씨가 찍은 사진에는 에너지가 넘친다. 그가 젊고 생명력에 넘치기 때문이리라. 고등학교 때 아버지에게 선물로 받은 카메라를 들고 바라본 세상은 경이로 가득했다. 갖고 다니기 편한 똑딱이 카메라로 그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대상부터 하나하나 렌즈를 통해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소풍 때고 여행 갔을 때, 그리고 무슨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면 사진 촬영은 으레 그의 몫이 되었다. 이발사 집에 가위 없다고 남들 찍어주는 재미에 푹 빠져 정작 본인의 사진은 몇 장 되지 않지만 그게 뭐 그리 큰 대수일까.

좀 더 복잡한 기능을 가진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고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 인화하는 경험은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처음 인화지를 약품에 묻혀 서서히 사진의 윤곽이 드러나던 순간의 가슴 설렘과 감격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그의 사진 찍기 취미에도 영향을 미쳤다. 찍은 즉시 바로 이미지를 볼 수 있고 편집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것들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매체.

현재 쓰고 있는 소니 디지털 카메라는 사용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생경한 기능이 많아 늘 깨어 공부해야 한다.

꽃피는 봄이 오면 가슴 부푸는 이가 어디 봄처녀뿐일까. 칼스버드의 플라워 필드, 랭캐스터의 퍼피 필드, 엔자 보레고 공원의 야생화 단지 등 봄을 맞아 융단처럼 들판을 덮는 꽃들의 합창을 카메라에 담느라 그의 주말은 늘 분주하다. 캔버스와 붓을 들지 않았을 뿐, 가장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태양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기다리는 그는 인상파 화가와 같은 예술 혼을 지녔다.

꽃밭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때론 거친 사막과 바위도 그에게는 더없이 좋은 오브제가 된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요즘은 바위를 촬영하러 나간 길에 암벽 타기까지 하고 있어 그는 더욱 보람있는 주말을 보내고 있다.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소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훗날 앤젤 아담스처럼 멋진 자연 사진을 찍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의 가슴에 심겨진 사진에의 씨앗이 날이면 날마다 조금씩 자라나는 것을 보며 장래 그의 사진 세계를 점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니며 한쪽 눈을 찡그리듯 감고 셔터를 누르는 그의 모습 역시 참 좋은 사진 거리였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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