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미나는 스패니시 지명(1)

2003-03-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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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가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의 절반이상이 히스패닉이라고 한다.

특히 가주에는 지금도 약 40%주민이 그들로서, 머지 않아 인해전술로 이곳의 정치, 경제 등 각 사회분야를 주름잡을 것이며, 이윽고 라티노 주류사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미 자바(Jobber)시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소매 시장은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에서 이미 스패니시를 조금이라도 모르면 영업이나 경영에 지장을 받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인 엔젤리노들은 자신이 살고있는 도시명이나 거리이름이 스패니시인데도 무슨 뜻인지 알려고도, 알 필요도 없는 것같이 무관심하다.

심지어 그 지역에 마당발이라고 광고하는 우리 부동산업자도 스패니시 지명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비단 어떠한 필요성이나, 히스패닉과 관계가 없더라도 조금 관심을 가지면 스패니시 지명이 재미도 나고 연상 작용을 일으켜 쉽게 머리에 남는다. 어느 나라 지명이라도 땅이나 길의 작명은 그 곳의 지형, 지물, 내력, 동식물 분포 등의 특성, 특징을 따서 구전 되어오다 근대에 이르러 짓게 되었다고 본다.


먼저 한인타운의 스패니시 거리명을 가지고 옛 모습을 그려보면, 나비(MARIPOSA)가 떼지어 나는 꽃밭(Florida)사이로 사슴(BERENDO)길이 새부리(PICO)모양의 언덕과 마주치고, 산사람(SERRANO) 들이 꿀맛(MELOSO-MELOSE)을 보면서 행복(LOS FELIZ)을 누리던 천사들(Angeles) 동산(Cerritos)이나 마을(Pueblo) 이었으리라.

이 얼마나 정감이 넘치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옛 ‘Korea Town’의 풍경이었을까. 그런데, 세계 최고 동네와 거리를 가진 베벌리 힐스와 행콕팍의 옛 모습은 스패니시 길 이름으로 보면, 지금의 화려한 모습이나 명성과는 영 딴판이었다. 베벌리 힐스는 가축 냄새가 진동하는 소와 말 등 가축의 매매 시장이었으며, 행콕팍은 고대 동물들의 생매장 묘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베벌리 힐스 진주 같은 최고급 명품거리인 ‘Rodeo’는 ‘소와 말떼를 모아 놓은 우마장’이라는 뜻이다. 스타나 부호들이 부와 명성을 자랑하는 이곳은 그렇게 멀지 않은 옛적에는 소와 말떼의 집합소에 지나지 않았다.

행콕팍은 ‘Captain Hancock’의 소유 이전에 ‘Rancho La Brea’라는 목장(Rancho)이 있었으며, ‘La Brea’는 타르(멕시코에서는 똥)란 뜻으로 고대 동물들이 타르 구덩이에 빠져 생매장되어 버린 곳으로 세계 최대의 고대동물 매장지가 오늘날의 고급 주택가 Hancock Park이다.

참으로 인생유전이나 무상이 아니라, 토지유전 이나 무상을 느끼게 된다. 그 보다 동양에서 말하는 뽕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상전벽해’라고 땅의 변신을 형용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지면상, 한인타운 외곽의 스패니시 지명에 대해서는 다음 회로 넘긴다.

(213)388-8989
듀크 김 <리맥스 비 셀렉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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