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람서 무덤까지’(Cradle 2 the Grave)★★(5개 만점)

2003-0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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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했다. 부러지는 팔이나 귀에 매단 귀걸이를 잡아뜯을 때 나오는 비명이나 뿌려지는 피는 아이들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 치고 차고 박고 때리고 부수고 깨물고 찌르고 쏘고 손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내장을 뜯어내는가 하면 LA 시내가 비좁다 하고 차들과 산악 주행 바이크가 쫓고 쫓다가 충돌하고 폭발하고 법석을 떠는데 하다 못해 개와 탱크까지 나와 소음공해를 더한다. 맙소사!


이렇게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식의 폭력적인 영화를 자꾸 보노라면 사람이 포악스러워질 수밖에 없겠다. 폭력을 위한 폭력인데 영화 내용은 순전히 폭력 사용을 위한 빌미에 지나지 않는다. 폭력의 피해자는 영화 속 악인들만이 아니다. 관객도 무자비하게 얻어터지는 셈이다. 중국의 쿵푸 스타 제트 리는 ‘치명적 무기 4’(Lethal Weapon)에서 멜 깁슨에게 맞아 죽으면서 할리웃에 발탁된 뒤 이곳으로 이주해 계속 폭력 영화에 나오고 있다. 연기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리의 전 재산이라곤 쿵푸 하나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쿵푸도 한두 번이지 이젠 식상한다.

이 영화는 황흑 두 주인공(제트 리와 랩스타 DMX)과 폭력물의 제1인자인 제작자 조엘 실버 그리고 촬영 감독 출신인 안드르지 바토코위악 감독이 ‘로미오는 죽어야 해’에서 함께 일한 뒤 두번째로 손잡고 만든 힙합 쿵푸 액션스릴러다. 장물아비역의 떠버리 탐 아놀드(로잰의 전 남편)가 유일한 백인 출연자로 황흑 배우들이 화면을 주름잡는데 이런 힙합과 쿵푸의 접목도 제트 리의 천편일률적인 무술 영화에 변화를 가미해 보자는 의도.


토니(DMX)를 두목으로 한 4인조 절도단이 다이아몬드상의 철옹성 같은 금고에서 수십개의 검은 다이아몬드를 훔쳐낸다. 토니는 8세난 딸 바네사(페이지 허드)를 지극히 사랑하는 기도하는 도둑. 이 검은 다이아몬드를 놓고 대북에서 출장 온 특수 수사관 수(제트 리)와 수의 파트너였다 나쁜 놈이 된 링(마크 다카스코스) 그리고 옥중에서 초호화판 생활을 하는 흑인 범죄세계의 두목(치 맥브라이드) 등이 감나무에 연줄 얽히듯 서로 뒤엉켜 난투극을 벌인다.

토니가 훔친 다이아몬드는 옥중의 범죄집단 두목의 손에 들어갔는데 링은 바네사를 납치한 뒤 토니에게 다이아몬드와 딸을 바꾸자고 제의한다. 그래서 범죄자인 토니와 수사관인 수가 손을 잡고 악인들을 상대로 무차별 살육전을 벌이게 된다. 핵 물질까지 나오는 터무니없는 쓰레기 같은 폭력물로 제트 리는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주먹질 발길질을 한다.

흑인 관객들을 위한 힙합 사운드 트랙도 시끄럽긴 마찬가지. 마지막 장면은 3쌍간의 격투로 장식되는데 2쌍은 남자들이요 1쌍은 여자들이다. 요즘 폭력이 반드시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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