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픈 하트’(Open Hearts)★★★★

2003-0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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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취약성 - 사랑의 힘을
애달프게 그린 도그마 영화

뜻밖의 운명이 보통 사람들에게 미치는 후유증을 근접하게 관찰한 감정 충만하면서도 매우 진지한 드라마다. 영화의 순수성을 찾으려는 도그마 선언에 따라 만든 덴마크 영화로 삶의 취약성과 함께 사랑의 힘을 솔직하면서 내장이 뒤틀리도록 가슴 아프게 묘사했는데 간간이 유머마저 섞여 있다.
부정과 비극적 사고 등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지니고 있지만 영화는 결코 무겁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이런 것들은 용서와 사랑과 관용을 위한 디딤돌일 뿐.

영화는 코펜하겐서 동거하는 젊은 연인들인 요아힘(니콜라 리카스)과 세실리(소냐 릭터)가 한 식당서 결혼을 약속하는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바위 타기를 즐기는 요아힘이 세실리의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불수가 되면서 그때까지 모든 것이 이상적이었던 두 사람의 인생이 격변을 맞게 된다.


세실리는 요아힘을 정성껏 돌보나 육신을 전연 쓰지 못해 좌절감에 빠진 요아힘은 세실리를 거부한다. 요아힘으로서는 세실리를 육체적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처럼 분개스런 일도 없어 자신을 어루만지는 세실리를 더욱 거세게 물리친다.

슬픔에 빠진 세실리가 도움과 위로를 구하게 되는 남자가 요아힘이 입원한 병원의 30대 후반의 의사 닐스(마스 미켈센). 그런데 닐스의 아내 마리(파프리카 스틴)는 요아힘을 친 장본인. 닐스는 아내의 동의 하에 세실리를 만나 위로하다가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틴에이저 딸 등 3남매를 두고 자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아내와 그때까지 이상적인 삶을 살던 닐스와 마리의 삶도 이때부터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

영화는 두 쌍 중에서도 닐스와 세실리의 감정적 육체적 접근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는데 그 어떤 사람도 나무라고 있지는 않다. 남편을 사랑하는 강인한 여인 마리의 고통과 분노를 처절하게 느끼면서도 닐스와 세실리의 관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둘을 동정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열정의 불길이 자행하는 방화가 4명의 인간의 운명을 바꿔놓는 이야기를 여류 수잔 비어가 매우 심오하고 민감하게 엮어간다. 도그마 영화여서 대단히 사실적인데 연기들도 진지하다.

성인용. Neurmarket.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310-475-0202), 어바인 유니버시티(800-555-T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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